2026. 3. 30. | 세바시 2085회 | 유정은 (명상 앱 '마보' 대표)
취업만 하면, 결혼만 하면, 이 문제만 없다면 행복할 텐데. 우리는 늘 '뭐뭐만 하면'이라는 조건을 붙이며 삽니다. 명상 앱 '마보'를 운영하는 유정은 대표는 그 조건 밑에 숨어 우리 삶을 조종하는 '핵심 믿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15년의 명상 경험에서 길어 올린,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네 가지 질문을 소개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이 문제만 없다면 행복할 텐데'라는 착각
2. 삶을 조종하는 가장 깊은 설정값, 핵심 믿음
3.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민지 님의 핵심 믿음
4. 생각의 감옥을 여는 네 가지 질문
5. 명상이 바꾸는 뇌, 그리고 삶의 주인이 되는 법

'이 문제만 없다면 행복할 텐데'라는 착각
안녕하세요.
저는 명상 앱 '마보'를 운영하며 명상을 안내하는 유정은입니다.
2012년 무렵 구글에서 시작된 직원 교육용 명상 프로그램을 한국에 들여오면서 명상을 시작했고, 그렇게 15년쯤 이 일을 하고 나니 이제야 스스로에게 '명상을 하고 달라진 점이 뭘까'라고 물어볼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 내용을 '오늘도 괜찮은 척 버티는 마음에게'라는 책에 담았고, 오늘은 제가 명상을 통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의 핵심 원리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여러분의 삶에도 '이 문제만 없다면 정말 행복할 텐데' 하는 것이 하나쯤 있으실 겁니다.
내 아들이, 내 딸이, 혹은 내가 취업만 하면.
대출만 없으면.
결혼만 하면.
내 남편이, 아내가, 자식이 내 말만 잘 들어주면.
만약 지금 '뭐뭐만 없으면'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 생각이 삶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근대 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의 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경험은 내가 주의를 기울이기로 동의한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들만이 내 경험을 형성한다."
저도 명상을 하기 전에는 '난 그냥 현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며 살고 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취업만 하면 행복하겠지 하던 사람은 취업하고 나면 요즘 유행하는 파이어족을 꿈꾸며 '주식으로 대박 나서 조기 은퇴하면 행복할 텐데'라고 생각합니다.
결혼만 하면 행복하겠지 하던 사람은 결혼하고 나면 배우자가 웬수가 되지요.
우리가 늘 '뭐뭐 하면 더 행복하겠지'라는 상태에 있다면, 사실은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결핍과 불만족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삶을 조종하는 가장 깊은 설정값, 핵심 믿음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주의'를 내 자유 의지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주의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안의 운영 체계입니다.
현대 심리학은 이것을 무의식, 자동 사고, 스키마라고 부르고, 불교 심리학에서는 저장된 의식, 습기라고 말합니다.
표현은 달라도 뜻은 비슷합니다.
과거의 경험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만들고, 그 관점이 지금 현재의 주의와 작동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운영 체계에는 가장 깊은 설정값이 있습니다.
제가 명상을 통해 알게 된 가장 깊은 통찰, 바로 핵심 믿음입니다.
핵심 믿음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아니라 생각을 만들어내는 전제이며,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쓰고 있는 안경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나는 열심히 해야만 가치 있다.
나는 부족하다.
나는 인정받아야 안전하다.
나는 약해 보이면 안 된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세상은 늘 나를 실망시킨다.
익숙하신가요?
이런 믿음은 대부분 우리가 세상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아주 어릴 때 만들어집니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같은 주 양육자의 말과 행동, 어릴 적 반복적으로 노출된 경험과 분위기가 '나는 이런 사람이야', '세상은 이런 곳이야'라는 기본값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이 생긴 이유는 그 시절의 나를 나름대로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화를 내는 아이를 부모가 억지로 통제하거나 무시하면, 아이는 '나는 화를 내면 안 돼', '화는 나쁜 거야', '난 착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어'라고 받아들입니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그 믿음이 그대로 작동하면,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표현하지 않으며 늘 긴장 속에서 살게 됩니다.
어린 시절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믿음이 어른이 되어서도 검증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때로는 그것이 우리의 삶을 가두는 감옥처럼 작용합니다.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민지 님의 핵심 믿음
제 책에는 마보 명상 수업에서 만난 민지 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민지 님은 핵심 믿음 수업 시간이 다가올수록 너무 무서워서 빠지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하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볼 힘을 얻게 되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이 자기를 얼마나 괴롭히고 있었는지 보게 되면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며 이렇게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제가 부모님의 부모 역할을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밑에는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녀의 고통은 단순히 부모님과 사이가 나쁘다는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사랑받기 위해서는 내가 부모의 부모 역할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민지 님,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 말이 진실인가요?
마치 동쪽에서 해가 뜬다는 것처럼 100퍼센트 절대적인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민지 님은 잠시 멈춰 생각에 잠겼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백 퍼센트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확실하게 그렇게 믿었는데, 나이가 들고 여러 삶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그냥 그분들의 삶이 고단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그분들도 나름 저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진실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자, 민지 님은 처음으로 자신이 들고 있던 믿음과 현실 사이의 틈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라고 묻자 민지 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를 부모님이 원하시는 자격 요건에 맞춰 개조해야 될 것 같아요.
원하지 않아도 착한 딸이 되어야 할 것 같고, 잘못된 습관이나 부정적인 반응은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바로 여기가 핵심 믿음의 작동 방식입니다.
겉으로는 '부모님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문장이었지만, 그 아래에는 '나는 뭔가 잘못되어 있어', '나는 잘해야 사랑받는다', '나는 내가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더 깊은 믿음들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믿음은 연인 관계에서도, 직장에서도, 친구 관계에서도 반복되어 계속 애쓰고 맞추고 증명하려 노력하게 만듭니다.
겉으로는 성실해 보여도 속으로는 늘 지치고 답답하며, 조금만 비판을 들어도 '역시 내가 잘못했구나'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물었습니다.
"민지 님, 이제 그 믿음이 없다면 나는 누구일까요?" 답을 듣기도 전에 저는 이미 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민지 님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고, 웅크리고 있던 자세가 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습니다.
"그럼 저는 그냥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적절한 존재, 반드시 고쳐야 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게 필요 없는 아주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요."
생각의 감옥을 여는 네 가지 질문
제가 민지 님에게 던졌던 핵심 믿음 질문은 아주 단순합니다.
그게 진실인가요?
나는 그것이 절대적으로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그 생각을 믿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그 생각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요?
이 질문들은 기분을 위로하려는 질문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들입니다.
첫 번째 질문 '그게 진실인가요?'는 내가 너무 오래 믿어서 사실이라고 여겨온 생각을 처음으로 멈춰 세웁니다.
두 번째 질문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나요?'는 그 문장이 진실이 아니라 나만의 해석일 수 있다는 가능성의 틈을 만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말할 때 그것은 우리의 바람이나 당위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 사람은 나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핵심 믿음을 가진 분들에게 그게 진실인지 물으면 화를 내며 '그럼요, 진실이죠'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무엇입니까.
이미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하면 안 됐다는 것은 나의 바람이지 현실이 아닙니다.
세 번째 질문 '그 생각을 믿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는 그 믿음이 내 몸과 경험,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묻습니다.
우리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저항하고 있을 때는 몸에서 느낌이 나타납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어깨가 굳고 목이 뻣뻣해집니다.
그것은 현실에서 일어난 일에 저항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돼'라며 벽을 아무리 열심히 밀어봐도 벽은 밀리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상대에 대한 원망으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과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 '그 생각이 없다면 나는 누구일까요?' 이것은 정답을 찾는 질문이 아니라, 생각이라는 감옥의 문을 처음으로 열어보는 질문입니다.
그 믿음이 없다면 나는 덜 증명해도 되는 사람인가.
늘 잘못된 존재가 아니라 그냥 보통 사람처럼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많은 분들이 웃음을 터뜨리거나 눈물을 쏟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잘못된 존재로 대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명상이 바꾸는 뇌, 그리고 삶의 주인이 되는 법
우리의 뇌는 과거의 경험에 기반해 미래를 예측한다고 합니다.
핵심 믿음은 반복될수록 이 예측 회로를 강화합니다.
편도체는 그 믿음에 맞는 위협을 더 빨리 탐지하고, 전전두엽은 그 해석을 정당화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명상을 통해 알아차림이 훈련되면, 우리는 자동적으로 믿고 있던 생각들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게 됩니다.
이 질문들은 심리학적 위로나 억지 긍정이 아니라, 자동 반응을 의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인지 재구성의 시작입니다.
이제 처음에 떠올렸던 여러분 삶의 문제를 다시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질문을 던져 보는 것입니다.
그게 진실인가요?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나요?
그 생각을 믿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그 생각이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요?
만약 그 생각을 믿을 때 가슴이 답답해지고 어깨가 뻐근해지고 뒷목이 굳는다면, 여러분은 오랫동안 자신만의 돌덩이들을 어깨 위에 올려두고 살아온 것입니다.
이 질문은 옳고 틀림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돌덩이 같은 생각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 생각이 없다고 상상할 때 조금이라도 더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상대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그 돌덩이를 지고 다니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15년 전의 저는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저 자신과 세상에 대한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나는 이래야만 한다,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대해야만 한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야 한다는 핵심 믿음 돌멩이들을 어깨에 이고 지고 다니며 괴로워했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때보다 많이 가벼워졌고, 이제 조금은 저 자신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마보를 운영하고 책을 쓰는 것은 여러분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갓생을 살아 성공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기 안의 감옥을 알아차리고, 자기를 덜 몰아붙이며, 여러분 삶의 주인이 되시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진실인가'라고 물을 때 시작됩니다.
여러분, 오늘부터 시작해 보세요.
이것이, 진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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