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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준상, 어쩌다 광운대 우주예술연구소장이 됐을까 | 세바시 20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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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4. 3. | 세바시 2086회 | 유준상 (배우, 숨 우주예술연구소 소장)

 

 

3·1절에 대형 태극기를 걸고 결혼식을 올리고, 상해 임시정부로 신혼여행을 떠난 배우가 있다. 쉰이 넘어서도 꿈이 계속 바뀐다는 배우 유준상은 어느 날 광운대학교 우주예술연구소의 소장이 되었다. 누리호 발사에서 시작된 드림캡슐, 2년에 걸친 24절기 촬영, 창신동 골목에서 태어난 '달을 깁다' 프로젝트까지, 그의 모든 상상은 하나의 질문으로 향한다. 누가 아이들의 오늘을 지켜줄 것인가.

 

📖 이 강연의 순서
1. 3·1절 태극기 결혼식, 쉰이 넘어도 계속 바뀌는 꿈
2. 뮤지컬 '비하인더문', 가장 고독했던 인간 마이클 콜린스
3. 누리호 4차 발사가 쏘아 올린 상상, 드림캡슐
4. 24절기를 찍으며 만난 장인들의 오늘
5. 창신동 골목에서 시작된 '달을 깁다'
6. 숨 우주예술연구소, 그리고 아이들의 오늘을 지키는 손길

 

 

세바시 2086회 배우 유준상 편 타이틀카드
세바시 2086회 배우 유준상 편 타이틀카드

 

 

3·1절 태극기 결혼식, 쉰이 넘어도 계속 바뀌는 꿈

 

배우 유준상은 3·1절에 대형 태극기를 걸고 결혼식을 올렸다.

신혼여행지는 상해 임시정부였다.

쉽지 않은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에게는 십 대 때부터 품어온 꿈이었다.

어린 나이에 그는 자신이 전생에 독립투사였을 거라고 상상했다.

어떤 이가 전생에 한량이었을 거라고 놀리자, 그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그래, 나는 한량을 가장한 독립운동가였을 거야.

꿈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대, 30대, 40대, 믿기지 않겠지만 50대에도 꿈은 계속 바뀌었다.

직접 만든 음악으로 앨범을 내겠다는 꿈, 영화 연출 전공을 살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 트래블 아티스트와 기타리스트, 테니스맨이 되겠다는 꿈까지.

그런데 어느 순간, 이 많은 꿈들이 결국 하나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사람, 더 좋은 배우 등 수많은 목표들 가운데, 어느 순간 그는 자기 꿈의 중심에 언제나 어린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년 동안 동화책을 써온 것도, 얼마 전 시작한 유튜브 채널 '오늘 유준상'도 모두 같은 마음에서 출발했다.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청년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에게 그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단 하나, 오늘을 놓치지 말자는 이야기다.

 

대형 태극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신랑 신부의 결혼식 사진
대형 태극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신랑 신부의 결혼식 사진

 

 

'음악을 만들겠다는 꿈'과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 — 앨범 수록곡 목록과 영화 '스프링 송' 포스터가 나란히 담긴 화면
'음악을 만들겠다는 꿈'과 '영화를 만들겠다는 꿈' — 앨범 수록곡 목록과 영화 '스프링 송' 포스터가 나란히 담긴 화면

 

 

뮤지컬 '비하인더문', 가장 고독했던 인간 마이클 콜린스

 

그는 최근 뮤지컬 '비하인더문'을 공연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다.

우리가 다 아는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제일 먼저 내렸고, 두 번째로 내린 사람이 버즈 올드린이다.

올드린은 자신이 두 번째였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기억해주지 않는다며 매일 투덜댔고, 결국 알코올 중독에 빠져버렸다.

그런 그를 사람들이 다시 기억하게 만든 건 영화 토이 스토리였다.

버즈라는 우주비행사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버즈를 기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한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을 달에 내려주고 홀로 사령선에 남아 달 주위를 돌며 임무를 끝까지 수행했던 사람, '가장 고독했던 인간'이라 불리는 마이클 콜린스다.

이 뮤지컬은 바로 그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이고, 유준상은 마이클, 닐, 버즈, 에드 네 명의 역할을 혼자 소화하는 1인 창작 뮤지컬로 무대에 올랐다.

공연을 하면서 그에게는 달이라는 장소보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나는 왜 혼자일까, 나는 왜 인정받고 싶을까, 나는 왜 이 자리에서 끝까지 버티는 게 이렇게 힘들까.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 겪는 바로 그 마음이다.

더 놀라운 순간도 있었다.

천문연구원과 우주항공청의 과학자들이 공연을 보러 왔는데, '근사한 실수'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모두 눈물을 흘린 것이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하루하루 임무를 완수하는 그들이었기에, 실수를 근사하다고 표현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남달랐을 것이다.

 

스크린에 띄워진 "'AI 시대'에 마주한 새로운 가능성" 슬라이드
스크린에 띄워진 "'AI 시대'에 마주한 새로운 가능성" 슬라이드

 

 

토이 스토리의 버즈 라이트이어와 흰 우주복 차림의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나란히 놓인 화면
토이 스토리의 버즈 라이트이어와 흰 우주복 차림의 아폴로 우주비행사가 나란히 놓인 화면

 

 

아폴로 11호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 달 표면에 발을 딛지 못하고 홀로 궤도에서 사령선을 조종한 인물
아폴로 11호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 — 달 표면에 발을 딛지 못하고 홀로 궤도에서 사령선을 조종한 인물

 

 

누리호 4차 발사가 쏘아 올린 상상, 드림캡슐

 

그 후 누리호 4차 발사가 있었다.

누리호 홍보 영상을 찍었던 그는 더욱 떨리는 마음으로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

제발, 제발.

그 순간 로켓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의 근사한 실수가 떠올랐다.

그날 새벽 그는 미친 듯이 연구를 했다.

자료를 읽고, 영상을 돌려보고, 기사를 찾아보며 우주 이야기를 파고들었다.

그러다 머릿속에서 상상이 시작됐다.

다음 발사 로켓에 우리 국민 100만 명의 꿈을 담은 드림캡슐 칩을 만들어 우주에 보내면 어떨까.

위성이 핸드폰과 연결되어 내 꿈이 저 별처럼 반짝이는 하늘에 있다는 걸 알고, 그 꿈을 보며 소원을 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생각을 정리해 우주항공청에 조심스럽게 전했고, 정말로 연락을 받았다.

너무 좋아요, 우리 함께 해봐요.

내가 아이디어를 내면 무언가로 발전할 수 있겠구나.

여기서부터 꿈을 향한 모든 프로젝트의 문이 열렸다.

그 확신으로 그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유튜브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아이들과 청소년, 청년, 어른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의 모든 화두는 '오늘'이다.

지금까지 찍은 일곱 편의 영화도, 그가 쓰는 동화책도 가장 중요한 주제는 오늘이다.

오늘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채널 '오늘 유준상'을 만들었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의 넘버 '근사한 실수' — "오늘도 근사한 실수를 만들어보자고"라는 가사가 흐르는 장면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의 넘버 '근사한 실수' — "오늘도 근사한 실수를 만들어보자고"라는 가사가 흐르는 장면

 

 

"사람들의 꿈을 담은 드림캡슐을 발사해보면 어떨까?" — 꿈을 실은 로켓이 솟아오르는 상상 그래픽
"사람들의 꿈을 담은 드림캡슐을 발사해보면 어떨까?" — 꿈을 실은 로켓이 솟아오르는 상상 그래픽

 

 

24절기를 찍으며 만난 장인들의 오늘

 

유튜브를 시작한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24절기를 2년 동안 직접 찍으러 다니는 것이다.

한 달에 두 번씩, 일 년이면 스물네 번.

1월에는 강원도에서 소한과 대한을 찍었고, 2월에는 제주도에서 입춘과 우수를 찍었다.

24절기를 찍으러 다닌다는 말은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끊임없이 공연과 촬영을 해야 하기에 시간을 내서 떠나는 일이 정말 어렵다.

그것도 2년씩이나 말이다.

절기를 찍으러 갈 때마다 그는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기 일을 해온 장인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

강원도에서는 나무로 배를 만들어온 목선 장인을 만났고, 50년 넘게 국수만 만들어온 국수 장인도 만났다.

그분들을 만나며 그는 알게 되었다.

절기는 달력에 적힌 글자가 아니라, 사람의 삶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소리라는 것을.

지금 아이들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살아간다.

영상도, 유행도, 직업도, 도시도 모든 게 빨리 바뀌고, 기억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그는 24절기를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잊혀지는 것들과 사라져 가는 것들을 다음 세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장인들에게서 한 가지를 더 배웠다.

그분들은 모두 자신의 방식대로 오늘을 살고 계셨다.

 

가을과 겨울 숲이 교차하는 화면 위로 소개되는 '24절기' —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15일 간격으로 나눈 날들
가을과 겨울 숲이 교차하는 화면 위로 소개되는 '24절기' —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15일 간격으로 나눈 날들

 

 

'가장 차가운 바다 곁에서' — 겨울 바닷가를 걸으며 절기를 담는 여정
'가장 차가운 바다 곁에서' — 겨울 바닷가를 걸으며 절기를 담는 여정

 

 

물가에 올려진 목선 앞에서 전봉구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장면
물가에 올려진 목선 앞에서 전봉구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 장면

 

 

건조장 가득 커튼처럼 늘어진 국수 가락이 마르고 있는 국수 공방 내부
건조장 가득 커튼처럼 늘어진 국수 가락이 마르고 있는 국수 공방 내부

 

 

창신동 골목에서 시작된 '달을 깁다'

 

그러다 마음속에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태어난 곳에서 어떤 오늘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그는 오랜만에 자신이 태어난 동네를 다시 찾았다.

작년, 창신동의 소담도서관이 개관하면서 개관 행사로 북콘서트를 하게 된 것이다.

콘서트를 마치고 걸은 창신동 골목에는 50년 넘게 떡볶이를 파는 할머니가 계셨고, 50년 넘게 의상실을 지키는 어르신도 계셨다.

그 골목을 걷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여기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

또다시 연구가 시작됐고, 그 끝에 떠오른 것이 '달을 깁다' 프로젝트다.

창신동은 미싱과 봉제 전통이 깊은 곳이라, 어릴 때부터 재단 일을 하시던 분들이 지금도 그대로 그 일을 하고 계신다.

바느질할 때 쓰는 '깁는다'라는 말, 해진 곳을 다시 꿰매 다시 쓰게 만든다는 그 단어가 그는 너무 좋았다.

사라지는 동네를, 사라지는 시간을, 사라지는 마음을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한 땀 한 땀 깁듯이 이어가면 어떨까.

창신동 하늘에 위로의 달과 미래의 달을 띄우는 상상.

밤마다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는 그 달이 동네 어르신들과 아이들, 그리고 지금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는 청년들의 한숨을 조용히 받아줄 수 있다면.

생각은 더 멀리 날아갔다.

창신동의 손길로 달토끼 인형을 만들고, 누군가 인형을 하나 사면 또 하나는 전쟁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기부되는 방식이다.

월드비전과 아이들을 위한 예술 단체 아이프칠드런의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이것을 연결하면 불안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괜찮아, 하는 작은 안심을 건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전쟁은 끊이지 않고, 전 세계의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은 평범한 하루를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지구에서 평범한 하루는 누구에게나 허락된 것 같지 않다.

 

숨 우주예술연구소, 그리고 아이들의 오늘을 지키는 손길

 

그는 한 학교를 찾아갔다.

우리나라에서 전자공학을 처음 만든 학교, 광운대학교다.

이사장과 총장, 부총장과 교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온 상상들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누리호를 보며 시작된 드림캡슐 이야기, 24절기를 찍으며 만난 장인들, 창신동에서 떠오른 달을 깁다 프로젝트, 그리고 전쟁터의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은 안심까지.

솔직히 그날 그는 이런 생각도 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생각 아닐까, 이 상상을 누가 진지하게 들어줄까.

그런데 브리핑을 들은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배우님, 아니 감독님, 저희 학교에서 연구를 해주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그는 광운대학교 연구소 소장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3월 1일 자였다.

연구소의 이름은 직접 지었다.

SOOM, 숨 쉬다의 숨, '숨 우주예술연구소'.

그에게는 중요한 변화였다.

예전의 꿈이 하고 싶은 것만으로 움직였다면, 이제 그의 꿈은 누군가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상이 프로젝트가 되고, 프로젝트가 사람을 만나고, 사람이 모이면 그게 결국 누군가의 삶에 닿을 수도 있다.

그가 하고 싶은 일은 거창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힘을 사람들에게 건네는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너무 빠르다.

AI가 오고, 직업이 바뀌고, 지역이 소멸되고, 어른들조차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더 급해진다.

아이들은 아직 미래를 설계할 힘이 없고, 결국 오늘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학교에 가는 것, 오늘 친구를 만나는 것, 오늘 밥을 먹고 오늘 잠드는 일.

그 평범한 오늘이 무너지면 미래는 그냥 말이 되어버린다.

그가 지키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거창한 내일이 아니라 아이들의 오늘, 오늘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일이다.

아이들이 오늘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일은 거창한 캠페인 하나로 되는 게 아니라 결국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된다.

장인의 손, 바느질하는 손, 떡볶이를 만드는 손, 누군가의 어깨를 다독이는 손.

어쩌면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저 먼 하늘에 떠 있는 달보다, 지금 여기에서 서로를 붙잡아주는 이 손길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계속해보려 한다.

창신동에서 시작한 달을 깁다를 더 많은 곳으로 이어가고, 숨 우주예술연구소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따뜻한 연구를 하며, 아이들이 오늘은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는 하루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묻는다.

여러분은 요즘 무엇 때문에 오늘을 놓치고 계신가요.

여러분이 지키고 싶은 오늘은 과연 누구의 오늘인가요.

 

 

오늘을 놓치지 않는 법, 배우 유준상의 이야기 | 세바시 208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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