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13. | 세바시 2096회 | 오지현 (강사·모델·유튜버)
강사이자 모델, 유튜버, 가수로 활동하는 오지현 님은 지적장애가 있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려던 목도리가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수학여행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던 어린 시절을 지나 그는 무대에 섰습니다. 힘들 때마다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세 마디, '뭐 어때', '두고 봐', '계속 넘어져 보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넘어지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는 그의 고백을 함께 들어봅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지적장애가 있는 저를 바꾼 세 마디
2. 쓰레기통에 버려진 목도리, 그래도 '두고 봐'
3. 수학여행의 상처, 그리고 '계속 넘어져 보자'
4. 나를 바꾼 것은 결국 '도전'이었다
5. 저는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저를 바꾼 세 마디
저는 지적장애가 있습니다.
강사로, 모델로, 유튜버로, 가수로, 그리고 연극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면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하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잘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어렸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으며,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 제가 여러 가지에 도전하고 무대에까지 서게 된 것은 특별해서가 아닙니다.
힘들 때마다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세 마디가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세 마디는 바로 '뭐 어때', '두고 봐', '계속 넘어져 보자'입니다.

어린 시절 저는 '깍두기' 같은 아이였습니다.
친구들이 모여 놀아도 게임 규칙을 잘 몰라 옆에 가만히 서 있곤 했습니다.
'왜 나만 다를까' 생각하며 많이 외로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음속에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뭐 어때?
규칙을 잘 몰라도 옆에서 제일 크게 응원하면 되잖아.' 그때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목도리, 그래도 '두고 봐'
저는 어릴 때부터 종이접기나 뜨개질처럼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마음이 커져서, 무언가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려고 목도리를 떴습니다.

코도 고르지 않고 모양도 삐뚤빼뚤했지만, 제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정말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에게 건넸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목도리를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집에 돌아와 혼자 앉아 울었습니다.
'두고 봐'는 상대에게 화내는 말이 아니라, 나를 포기하지 말자고 나에게 건네는 말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내 진심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저는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습니다.
수학여행의 상처, 그리고 '계속 넘어져 보자'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을 잊을 수 없습니다.
반 친구들이 '지혜 잘 챙겨 줄게요'라고 해서 선생님도, 엄마도, 저도 정말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자 친구들은 저에게 먼저 자라고 했습니다.
이불 속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와 엄마가 싸 주신 붕어빵 봉지 소리에, 저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울었습니다.

계단에서 밀겠다고 장난처럼 위협하거나, 등을 콕콕 찌르거나, 책상 위에 쓰레기를 올려놓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른들 앞에서는 잘 챙겨 주겠다고 하면서 뒤에서 괴롭히기도 했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날도 참 많았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제 곁에는 가족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저를 그냥 두지 않고 미술 치료, 심리 치료, 노래 치료를 받게 하며 제 아픈 마음을 계속 살폈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 아픔도 내 경험이구나.
넘어져 봐야 어디가 아픈지 알고, 다음에 어떻게 걸을지도 알 수 있구나.'

넘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닙니다.
넘어져 봐야 아픈 데를 알고,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걸을 수 있습니다.
나를 바꾼 것은 결국 '도전'이었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저는 점점 사람을 무서워하고 눈치를 보게 됐습니다.
계산도, 시간 보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 저를 조금씩 바꿔 준 것은 바로 도전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언니를 정말 좋아해서, 언니가 하는 건 다 해 보고 싶었습니다.
발레도 무엇이든 따라 했고, 자주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은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수학을 시작하고, 플루트를 배우고, 모델과 연극 무대에 도전했으며, 언니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열고 강의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모델 쇼에서 턴을 잊고 그냥 들어간 적도, 플루트 공연에서 틀린 적도, 긴장해 배가 아팠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세 마디를 다시 꺼냈습니다.
'뭐 어때, 오늘 또 연습하면 되지.
두고 봐, 다음엔 더 잘할 거야.
계속 넘어져 보자, 이것도 경험이야.'
느리지만 계속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나도 할 수 있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장애를 극복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저에게 '장애를 극복해서 대단하다', '거의 비장애인 같다'고 말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장애를 극복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도 장애가 있고, 그 장애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강의를 하던 날, 무대에 오르기 전 손이 너무 떨려 대본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기할까' 하는 순간, 수학여행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던 어린 제가 떠올라 '그래도 한 번 해 보자'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날 첫 강의를 끝까지 해냈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한 분이 다가와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무서워서 못 하고 있었어요.
오늘 조금 용기가 났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만 무섭고 떨렸던 게 아니라, 다들 무섭고 떨려도 한 번씩 해 보며 사는 것이구나.
우리는 완벽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이 세 마디를 여러분께 꼭 남기고 싶습니다.
뭐 어때, 두고 봐, 계속 넘어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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