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18. | 세바시 2097회 | 캐서린 모어 (인튜이티브 재단 이사장)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인생은 몇 개나 될까요? 캐서린 모어는 자신을 엔지니어에서 외과의사로, 다시 글로벌 헬스케어 전략가로 변신한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비행기를 만들다 바다에 추락시키고, 승진 대신 강등을 택해 의대로 향한 그의 여정은 결국 수술 로봇과 전 세계 수술 교육으로 이어졌습니다. 서로 무관해 보이던 점들이 어떻게 하나의 선이 되었는지 들어봅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엔지니어에서 외과의사, 그리고 글로벌 헬스케어 전략가로
2. 하늘에서 배운 교훈: 실패하지 않으면 실험이 아니다
3. 승진 대신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 의대에 가다
4. 로봇수술의 20여 년, 2천만 명의 삶을 바꾸다
5.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설계된 교육
6. 수술 교육을 확장하다: 당신의 전문성은 누구를 향합니까

엔지니어에서 외과의사, 그리고 글로벌 헬스케어 전략가로
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인생은 몇 개나 될까요?
저는 사람들에게 저를 소개할 때 엔지니어에서 외과의사로, 다시 글로벌 헬스케어 전략가로 변신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언뜻 보기에 서로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점들이 어떻게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는지 오늘 이야기하려 합니다.
지난 20년간 제 경력은 수술 로봇으로 채워졌고, 지금까지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로봇의 도움을 받아 수술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수술 로봇을 최신 발명품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 기술은 30년도 더 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그 핵심 아이디어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손목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구가 외과의사의 손동작을 그대로 따라, 아주 작은 절개만으로 심장 속처럼 섬세한 부위까지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늘에서 배운 교훈: 실패하지 않으면 실험이 아니다
사실 저는 처음부터 의대에 가거나 로봇, AI와 함께 일하고 싶었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제가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지조차 몰랐습니다.
다만 무언가를 만드는 것, 오토바이와 경주용 자전거를 좋아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공학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학원을 마친 뒤 저는 인간 동력 비행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매크레디와 함께 일했습니다.
미 해병대를 위한 하이브리드 전기 오프로드 차량, 고고도 태양광 비행기 헬리오스를 위한 연료전지 에너지 저장 시스템처럼 불가능을 상상하고 실제로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비행기는 몇 시간 뒤 하와이 앞바다로 추락해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제어 불안정으로 비행기가 공중에서 정현파 공진을 일으키며 부서진 것입니다.
참담한 실패였지만, 모든 실험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실험이 아닙니다.
팀은 배우고, 다시 만들고, 다시 날았습니다.
좌절 앞에서도 우리는 언제나 담대하게 위대한 일에 도전해야 합니다.



승진 대신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 의대에 가다
그 무렵 저는 이미 의대에 진학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우주의 경계가 아니라 수술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0대에 의대에 가겠다는 결정에 사람들은 여전히 놀라곤 합니다.
기록적인 비행기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의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이라는 자리는 대단했지만, 저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고 있었습니다.
바로 직접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을 다시 관리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제가 공학에 뛰어든 이유였던 직접 만지고 고치는 즐거움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저를 의학으로 이끈 것은 고위 경영진에서 다시 실무자로 내려가려는 강등을 향한 열망이었습니다.
저는 기계를 설계하고 고치는 일을 사랑했는데, 인체야말로 고쳐볼 수 있는 궁극의 기계였습니다.
특히 최소 침습 수술 분야에 흥미로운 공학적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개복 수술의 큰 절개는 치료 목적이 아니라 오직 의사가 접근하기 위한 것입니다.
복강경 수술은 환자에게 훨씬 나았지만 의사에게는 너무 어려웠고, 그래서 저는 지도교수와 함께 그 무렵 등장한 다빈치 로봇으로 로봇 수술 버전을 설계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수술의 20여 년, 2천만 명의 삶을 바꾸다
이 인연으로 저는 인튜이티브 서지컬에 합류해 8년 넘게 의학 연구를 이끌었습니다.
외과의사의 관점에서 공학과 수술을 접목하고, 사람들이 로봇 수술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배우는지 연구했습니다.
우리는 지능형 시스템을 로봇 플랫폼에 통합하고, 형광 영상으로 맨눈에 보이지 않는 인체 구조를 빛나게 해 의사가 수술 경로를 더 쉽게 찾도록 했습니다.
또한 형상 센서를 이용한 카테터 로봇으로 폐암 같은 질환에 새로운 수술 접근법을 만들었습니다.
1999년 첫 상용 시스템부터 오늘까지 다빈치는 수없이 진화했고, 2천만 명이 넘는 환자가 로봇 수술을 받았습니다.
제가 참여하고, 어떤 경우에는 제 연구실에서 직접 출발한 기술 덕분에 수많은 사람의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찹니다.
그러나 저는 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설계된 교육
8년 전 저는 다시 방향을 틀어 전략 담당 부사장이 되었습니다.
신흥 시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세계의 상태를 분석하자 한 가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전 세계 외과 의료가 큰 위기에 처해 있고, 우리에게는 아직 그것을 해결할 도구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고소득 국가가 로봇을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는 동안, 세계의 많은 곳에서는 과연 수술을 할 수 있는가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마취된 환자를 앞에 두고, 정식 생체의학공학 교육을 받은 적 없는 기술자가 필수 장비를 필사적으로 고치는 동안 모두가 기다려야 했습니다.
수단에서는 강연을 마친 뒤 의대생들과 사진을 찍는 사이 거리의 시위가 격해졌고, 교수들은 나라를 떠났으며 학생들은 평화로운 나라에서 의사가 될 수 있을지 알지 못한 채 원격으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맞춰 외과 교육 시스템을 지어 놓았습니다.
외과 훈련은 한 명의 스승이 한 명의 학습자를 가르치는 도제식 모델이며, 인구가 아주 천천히 늘어나는 세상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50년 뒤를 내다보면 아시아에서는 노년층이 이들을 돌볼 젊은 의료 인력보다 훨씬 많아지고, 아프리카에서는 교육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인구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이 문제는 기술의 성장 곡선을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휴대전화는 만들기는 어렵지만 쓰기는 쉬워서, 1985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1인당 한 대를 넘어섰습니다.
반면 같은 경제권, 같은 기간에도 의사의 수는 매우 완만한 직선으로 늘어납니다.
한 명의 훈련생이 반드시 한 명의 훈련자와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우리가 임상의를 길러낼 수 있는 속도의 근본적 한계입니다.



수술 교육을 확장하다: 당신의 전문성은 누구를 향합니까
그래서 저는 또 한 번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인튜이티브 재단을 세웠습니다.
먼저 수술 기술 교육을 확장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전 세계 대회를 열었습니다.
44개국 이상이 참가한 글로벌 수술 훈련 챌린지에서, 세계 어디에 있는 임상의든 스스로 새로운 수술 기술을 익혀 환자에게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음을 증명한 팀에게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참가자들에게서 얻은 배움을 모아 외과 교육 학습자 포럼을 만들었습니다.
전통적인 하나를 보고 하나를 하고 하나를 가르친다는 방식을, 하나를 보고 스스로 익히고 하나를 한다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제 전 세계의 여러 팀이 소아외과, 수술실 간호, 외상, 복강경, 일반외과 등 다양한 분야의 훈련 모듈을 만들어, 가장 필요한 곳에 양질의 원격 교육을 확장해 가고 있습니다.
기술은 완벽하지 않지만, 그것을 누구를 위해 어디로 향하게 할지 결정하는 순간 비로소 무언가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엔지니어로서 저는 비행기를 추락시켰고, 의사로서 인간의 생명을 온전히 제 손안에 느꼈으며, 구하지 못한 환자와 기술도 자원도 없어 구하지 못한 임상의의 아픔을 함께 느꼈습니다.
이제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전문성은 누구를 향하고 있으며, 무엇에 감히 도전하시겠습니까?
'YouTube > 세바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수진 한겨레 기자, 딸이 축구를 그만둔 진짜 이유 | 세바시 2099회 (0) | 2026.07.15 |
|---|---|
| 이선우 PD, 송지효가 '해녀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한 이유 | 세바시 2098회 (1) | 2026.07.15 |
| 오지현, 지적장애가 있어도 무대에 선 강사의 세 마디 | 세바시 2096회 (0) | 2026.07.15 |
| 김승환, 하반신 마비 딛고 사이배슬론 우승한 로봇 연구원 | 세바시 2095회 (0) | 2026.07.14 |
| 김윤지, 동계패럴림픽 금메달 5개 19세 국가대표의 진짜 이야기 | 세바시 2094회 (0) | 202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