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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택 히즈빈스 대표, 정신장애인과 커피 만드는 회사의 비밀 | 세바시 21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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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6. | 세바시 2111회 | 임정택 (히즈빈스 대표)

 

 

한때 잘나가던 수학 선생님은 조현병 진단을 받고 15년간 집 안에 갇혀 지냈습니다. 그런 그녀가 다시 세상으로 나와 5년째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히즈빈스 임정택 대표는 지난 17년간 정신장애인 동료들과 일하며 배운 세 가지, 삶은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사람은 강점을 발견할 때 다시 성장한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런던 거리에서 무너진 수학 선생님, 데이지
2. 딱 100일만 버텨봐요
3.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회사, 그리고 고통의 바다
4. 행복은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5.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바라보다
6. 당신은 존재만으로 소중합니다

 

 

임정택 세바시 2111회 강연 타이틀
임정택 세바시 2111회 강연 타이틀

 

 

🌼 런던 거리에서 무너진 수학 선생님, 데이지

 

저는 히즈빈스의 임정택입니다.

오늘은 제가 정말 존경하는 한 분의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데이지라는 분입니다.

데이지는 한때 잘나가는 수학 선생님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무척 좋아했고, 실력도 인정받아 영국으로 유학까지 떠났습니다.

 

'데이지' 첫 직원의 카페 현장
'데이지' 첫 직원의 카페 현장

 

그런데 스물아홉, 비 오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런던 거리를 걷는데 갑자기 누워라 라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었습니다.

진단은 조현병이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었습니다.

유학을 마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고, 더 이상 아이들을 가르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무서워졌고 대인기피증도 심해져, 매일 집에서 천장만 바라보며 지냈습니다.

그 시간이 무려 15년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17년 동안 정신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삶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고, 사람은 강점을 발견할 때 다시 성장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딱 100일만 버텨봐요

 

데이지는 마흔넷이 되던 해, 용기를 내어 히즈빈스 명동점에 취업했습니다.

처음에는 출퇴근길에 누군가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 택시를 타야 했고, 매장에 손님이 오면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습니다.

매일 눈물을 흘리며 퇴근했습니다.

 

히즈빈스 17년의 '세 가지 깨달음'
히즈빈스 17년의 '세 가지 깨달음'

 

 

'레치암' 순록 머리띠 카페 직원들
'레치암' 순록 머리띠 카페 직원들

 

그런 데이지 곁에는 레치암이라는 매니저가 있었습니다.

출근하기 어렵다고 연락이 오면 그는 괜찮으니 일단 나와보자, 우리 딱 100일만 버텨보자 라고 말했습니다.

점심시간까지 반납하며 불안해하는 데이지 옆을 지켰습니다.

그렇게 매니저와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쌓였고, 마침내 100일이 되던 날 동료들과 축하 파티를 열었습니다.

데이지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택시 대신 버스를 타고, 손님에게 먼저 인사하며, 커피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5년째 일하고 있는 데이지는 이제 선임 바리스타가 되어 후임들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만난 데이지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다른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사는 공동생활가정을 만들어, 자신의 회복 이야기로 그들의 회복을 돕고 싶다는 꿈이었습니다.

여전히 매일 정신과 약을 챙겨 먹지만, 사랑하는 매니저와 동료가 있는 일터가 감사하다는 데이지가 저는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회사, 그리고 고통의 바다

 

 

'5년차 선임 바리스타가 된 데이지' 자막
'5년차 선임 바리스타가 된 데이지' 자막

 

데이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히즈빈스는 2009년 첫 매장을 시작으로 지금은 국내외 38개 매장과 공장에서 약 180명의 바리스타와 로스터, 파티셰, 셰프가 일하고 있습니다.

모두 장애를 안고 살아가지만, 각자의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많은 장애인과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묻습니다.

솔직히 무척 힘들었고, 몇 년간 수익이 나지 않아 온몸에 염증이 가득 찰 만큼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힘을 준 것은 장애인 직원분들과 그 가족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8시마다 기도한다며 힘내라고 전화를 주시는 분, 히즈빈스 같은 곳이 없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어머니.

그 덕분에 적자였던 시기에도 단 한 명의 해고 없이 회사를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단 한 명의 해고 없는 일터'
'단 한 명의 해고 없는 일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정신의학자 스캇 펙의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삶은 고해다, 고통의 바다다.

이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고해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고통의 바다를 건너고 있고, 집채만 한 파도에 삼켜질 것 같은 순간도 자주 만납니다.

 

💡 행복은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히즈빈스 직원들의 비전 인터뷰
히즈빈스 직원들의 비전 인터뷰

 

2009년부터 함께 일해 온 제리라는 분이 있습니다.

살면서 정신병원 입퇴원을 26번이나 했지만, 16년간 정말 성실하게 매일 출근했습니다.

약 기운에 손이 떨려 커피를 내리기 힘든 날에도 매장 구석에서 잠시 쉬었다 다시 일어났습니다.

얼마 전 통화하며 제리, 행복하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건강도 나빠지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걸 알고 있었는데, 제리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너무 행복하죠 라고 답했습니다.

산소를 빨아들일 힘이 없어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지금 이렇게 숨 쉴 힘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할 이유 아니냐고 했습니다.

행복을 연구한 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행복의 수준이 주어진 환경과 그에 대한 나의 반응으로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환경은 저마다 다르지만, 행복한 사람에게는 공통된 반응이 있습니다.

모두 감으로 시작하는 세 단어, 바로 감사와 감동과 감탄입니다.

문제가 없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문제 뒤에 숨은 감사와 감동의 요소를 찾아내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행복을 부르는 세 가지 '감': 감사·감동·감탄
행복을 부르는 세 가지 '감': 감사·감동·감탄

 

최근 한 반도체 회사 사내 카페에 지적장애가 있는 바리스타 규리가 고용되었습니다.

긴장할 법한 오픈 날에도 환하게 웃던 규리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을 위해 1,600시간을 자원봉사하고 22번 헌혈했으며 퇴근 후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했습니다.

감사하며 도전하는 규리를 보며 행복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배웠습니다.

 

💪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바라보다

 

 

'제리의 1분 고민' 카페 현장
'제리의 1분 고민' 카페 현장

 

그렇다면 행복과 성장은 어떻게 일터에서 지속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정신장애인의 직업유지율은 18.3퍼센트로, 열 명이 일을 시작하면 3개월 뒤 한두 명만 남습니다.

선진국도 50퍼센트 수준입니다.

그런데 히즈빈스의 직업유지율은 95퍼센트였고, 가장 오래 일한 분은 17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 직업유지율 18.3%
정신장애인 직업유지율 18.3%

 

그 비결은 서로를 강점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 있었습니다.

한동대 정숙희 교수가 강조하는 강점 관점은, 사람을 약점보다 강점에, 문제보다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성장과 변화를 돕는 실천 철학입니다.

 

'강점관점' — 약점보다 강점에 초점
'강점관점' — 약점보다 강점에 초점

 

로스팅 총괄 실장 톰은 대학에서 기계를 전공했지만 20대에 정신장애가 발병해 20년 가까이 일을 못 하다 15년 전 바리스타로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고장 난 커피 그라인더를 톰이 부품까지 분해하고 재조립해 고쳐놓은 것을 보고, 저는 그에게 로스팅을 제안했습니다.

로스팅은 시간에 따라 화력과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기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200도와 201도에 배출한 원두의 맛이 다를 만큼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톰에게 딱 맞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톰을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기계를 사랑하고 그 전문성을 지닌 한 사람으로 보았고, 그 시선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과 조직까지 바꾸었습니다.

현재 톰은 로스팅실 최고 리더가 되어 비장애인 직원들을 가르칩니다.

별명은 황금손입니다.

히즈빈스의 핵심인 게이샤 커피 수십 톤이 그의 손에서 나오고, 국내 유일의 단맛 강화 커피 제조 기술 특허도 얻었습니다.

 

💖 당신은 존재만으로 소중합니다

 

삶은 분명 고통의 바다이고, 비장애인도 장애인도 저마다의 파도와 싸우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지난 17년이 제게 가르쳐준 것은, 행복은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바라봐주는 누군가를 만날 때 다시 살아납니다.

저는 데이지를 조현병 환자로 기억하지 않고, 자신의 회복을 나누며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어 하는 한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어느 날 회사 일로 지쳐 집에 들어갔을 때, 일곱 살 딸이 저를 꼭 안으며 가장 좋아하는 과자를 건넸습니다.

왜 주느냐 묻자 아빠를 너무 사랑하니까 라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저는 그 행동에 감탄했고 감동했으며,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성과가 있어서, 성공해서, 문제가 없어서 소중한 것이 아닙니다.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히 소중한 사람입니다.

 

'행복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행복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오늘 곁에 있는 누군가의 약점보다 강점을 먼저 봐주세요.

그 시선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누군가는 바로 여러분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다리는 놓을 수 있다' 마무리 메시지
'다리는 놓을 수 있다' 마무리 메시지

 

 

 

정신장애인과 함께 커피를 만드는 회사 | 세바시 21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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