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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희 재활의학과 의사, 뇌 MRI가 밝힌 진짜 나이 | 세바시 21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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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13. | 세바시 2114회 | 정세희 (재활의학과 의사·러너)

 

 

뇌 MRI 한 장에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고스란히 남습니다. 운동 부족과 비만, 음주와 흡연은 모두 뇌의 흔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24년간 길 위를 달려온 재활의학과 의사 정세희 님이 두 환자의 뇌 사진과 자신의 경험을 통해, 운동이 왜 근육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일인지 이야기합니다.

 

📖 이 강연의 순서
1. 뇌 MRI에 새겨진 삶
2. 두 사람의 뇌, 그리고 진짜 나이
3. 운동이 싫은 건 본능이다
4. 딱 3km만 달린 학생들
5. 현대 사회가 만든 병, 그리고 뇌
6. 뇌는 오늘의 한 걸음을 기록한다

 

 

정세희 재활의학과 의사
정세희 재활의학과 의사

 

 

🧠 뇌 MRI에 새겨진 삶

 

뇌 MRI만 봐도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어느 정도 보입니다.

저는 뇌를 치료하는 재활의학과 의사이자 24년간 길 위에서 달려온 러너 정세희입니다.

나이가 마흔쯤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는 여기에 한마디를 더합니다.

뇌도 마찬가지라고요.

운동 부족, 비만, 음주, 흡연은 모두 뇌의 흔적으로 남습니다.

내가 살아온 방식은 그대로 나의 뇌에 남습니다.

그것이 그동안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깨달음입니다.

 

📊 두 사람의 뇌, 그리고 진짜 나이

 

 

30년 넘게 흡연과 음주를 지속해온 A 씨의 뇌 MRI 사진
30년 넘게 흡연과 음주를 지속해온 A 씨의 뇌 MRI 사진

 

두 사람의 뇌 MRI를 준비했습니다.

이분들이 몇 살로 보이는지 한번 추측해 보십시오.

화면 위쪽이 정상 MRI인데, 같은 부위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아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흡연과 음주를 30년 넘게 하신 분의 뇌입니다.

혈관이 막힌 무증상 뇌졸중이 뇌 여기저기에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술은 하루에 서너 병, 담배는 하루에 서너 갑을 피웠습니다.

 

정상 뇌와 환자 뇌를 위아래로 비교한 MRI 사진
정상 뇌와 환자 뇌를 위아래로 비교한 MRI 사진

 

 

정상 뇌와 환자 뇌의 차이를 노란 원으로 짚어준 MRI 비교
정상 뇌와 환자 뇌의 차이를 노란 원으로 짚어준 MRI 비교

 

당뇨와 고혈압, 지방간이 있었고 합병증으로 투석까지 받던 분입니다.

실제 나이는 50대인데 MRI는 70대 뇌처럼 보입니다.

두 번째 환자도 50대입니다.

당뇨 관리가 잘 안 됐고 담배와 음주도 오래 하셨으며 운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뇌는 두개골 안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어야 하는데, 이분의 뇌는 80대 뇌처럼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두개골과 뇌 사이 공간이 두드러지는 B 씨의 뇌 MRI 사진
두개골과 뇌 사이 공간이 두드러지는 B 씨의 뇌 MRI 사진

 

MRI만으로 인생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몸을 어떻게 돌보며 살아왔는지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 운동이 싫은 건 본능이다

 

운동해야지 생각하면서도 왜 이렇게 하기 힘드냐고들 합니다.

직장 일에 지쳐 집에 오면 저녁이 훌쩍 가 있고, 옷 갈아입고 씻을 일까지 떠오르면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의지가 없다고 자책하지만, 그 자책은 멈춰야 합니다.

운동하기 싫은 건 지극히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수백만 년 인류 역사에서 불과 몇천 년 전까지 사람은 수렵 채집인으로 살았습니다.

하루 10~15km를 걷거나 뛰었고, 열매와 사냥감을 짊어졌으며, 물 한 모금을 위해 먼 강까지 다녀와야 했습니다.

 

'운동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등 운동을 미루는 핑계들을 모은 슬라이드
'운동 말고도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등 운동을 미루는 핑계들을 모은 슬라이드

 

그런데 식량을 구할 때를 빼면 하루 10시간을 앉아 지냈다고 합니다.

우리의 뇌와 유전자는 최대한 에너지를 쓰지 않고 편하게 쉬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쉬는 것이 바로 우리의 본능입니다.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이 나란히 보이면 저 역시 당연히 에스컬레이터로 갑니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피하려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보편적인 본능입니다.

 

🏃 딱 3km만 달린 학생들

 

 

'철인 3종 경기는 나가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는 못 가겠다'는 자막이 깔린 달리는 사람들
'철인 3종 경기는 나가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는 못 가겠다'는 자막이 깔린 달리는 사람들

 

지난달 의예과 1·2학년 학생 300여 명에게 과제를 냈습니다.

세 명씩 짝을 지어 최소 3km를 달리고 인증샷과 기록, 소감문을 제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출된 과제를 다 읽고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정확히 3.00km만 달렸습니다.

스마트워치를 계속 보다가 딱 그 지점에 맞춰 멈춘 것입니다.

최소 3km라고 냈는데 다들 3km만 딱 달려온 것이죠.

그걸 보며 웃음이 나왔습니다.

인간이 원래 이렇지, 이게 본능이지.

머리로 알고 있던 사실을 그때 다시 깨달았습니다.

 

🏥 현대 사회가 만든 병, 그리고 뇌

 

문제는 현대 사회가 우리의 본능을 너무 쉽게 만족시켜 준다는 데 있습니다.

버튼 하나면 음식이 오고, 빨래와 청소는 기계가 하며, 계단 대신 에스컬레이터가, 걷는 일은 자동차가 대신합니다.

 

가사일을 도와주는 기계의 보편화 — 세탁기 안에서 바라본 빨래 장면
가사일을 도와주는 기계의 보편화 — 세탁기 안에서 바라본 빨래 장면

 

 

인간의 수직적 이동을 보조하는 기계, 에스컬레이터
인간의 수직적 이동을 보조하는 기계, 에스컬레이터

 

몸을 거의 쓰지 않고도 잘 살 수 있게 된 결과, 우리 대부분은 비슷한 병에 걸립니다.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근경색, 뇌졸중, 치매.

모두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병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려 노력해야 합니다.

뇌 건강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뇌졸중이나 치매를 막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성격과 가치관, 기분과 삶의 태도, 사람과의 관계와 의사결정까지 모두 뇌가 결정합니다.

뇌는 단순한 하나의 장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운동을 근육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오래오래 좋은 모습으로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뇌는 오늘의 한 걸음을 기록한다

 

제 진료실에서 만난 70대 두 분은 모두 경도 인지 장애를 진단받았습니다.

한 분은 평생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분이었는데,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자 몇 달 만에 화를 내며 운동을 중단하셨습니다.

다른 한 분은 부인과 산을 다니고 슬로우 조깅을 하던 분이었고, 끝까지 웃으며 과정을 마친 뒤 신체 기능과 인지 기능이 모두 크게 좋아졌습니다.

두 분의 선택을 가른 차이는 결국 원래 운동을 해 왔느냐 아니냐였습니다.

저 역시 20대에 마라톤을 즐기던 외삼촌을 보고 달리기를 시작했기에, 그 습관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부모나 주변 어른이 운동하면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운동합니다.

뇌는 삶을 기록합니다.

오늘 내디딘 한 걸음도, 오늘 외면한 한 걸음도 모두 기록됩니다.

결국 우리의 뇌는 우리 삶 자체가 되고,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가를 증명합니다.

 

 

뇌 MRI에 새겨진 삶 | 세바시 21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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