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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 맞서는 가장 멋진 방법 | 김제동 | 세바시 175회


강연 소개 : 해학과 웃음은 약자들이 현실에 목소리를 내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왕정이었던 조선시대조차 양반전과 탈춤 등을 통해 풍자와 웃음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은 풍자와 해학조차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적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풍자와 해학조차 차단당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인 웃음이 우리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 것입니다.


게시일: 2012. 7. 15.




(박수)

네, 반갑습니다

오늘 제가 드리는 강연의 목표는 남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강연입니다

집에 가서 '뭘 들었지? 뭐지?'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오로지 그 15분 순간이 즐거운 거 사실 우리의 인생에 그런 것도 필요하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라고 드라마에서 얘기했습니까?

누구에게 무엇을 바라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강자에게 비굴해지지 않아도 되고 약자에게 교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 강자에게 비굴해지지 않아도 되고 약자에게 교만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은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훨씬 더 겸손할 수 있고

힘을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비굴해지는 경우를 봅니다

그래서 이 짝이 뒤바뀌어져 있습니다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힘을 가질려고

왜? 힘을 가지고 누군가를 강요하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보다 힘이 더 많은 사람이 나타나면 비굴해집니다


그러나 가진 힘이 없더라도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당당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한테 얻어낼 게 없는데요

얻고자 하는 것도 없고, 시장님 만나도 인사야 하지만 반갑게 하지만

별로 뭐, 내 인생에 크게 뭐

제가 무엇을 도와드려도 드릴 수 있지 시장님이 저한테 도울게 뭐 그렇게 크게 있겠습니까?

주위에 아는 여자들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그럼 저한테 뭐 중매를 서줄 일도 별로 없고

그러면 누가 저한테 와서 관등성명을 대야하는 것이 정상입니까?

시장님이 오셔서 '안녕하세요. 시장입니다' 왜? 유권자니까. 나는 표가 있으니까

저 사람은 늘 저한테 잘 보여야 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당선이 되기 전에는 자신의 관등성명을 대고 다니다가

당선이 되고 나면 시민에게 관등성명을 대라고 요구합니다

'넌 누구냐?' 라고 묻습니다 '넌 누구냐? 넌 누구냐?' 잊어버리는 것이죠

선거철에만 유권자라는 것을 압니다 끝나고 나면 무권자로 보는 것이죠

통치의 대상으로 보는 것입니다, 하아!

어쨌든 이렇게 가면 여기에 대해선 너무나 할 말이 많지만

잠시 접어 두도록 하겠습니다, 왜?

그냥 조금 접읍시다

이것만 해도 제가 오늘 50분은 얘기할 수 있지만, 참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야 됩니다 아직 본론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20분이죠? 어디가서 20분을 해 본 적이 없거든요 보통 1시간 반 정도 하는데

그래서 여러분들이 시간을 체크하시고 저한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19분이 됐을 때는 누군가가 손을 들어서 '이제 닥치세요' 라고 이야기하세요

아까 세 분께서 말씀하시는 소통에 관해서 제가 느꼈던 일이 하나 있습니다

절에 가서 템플스테이를, 절에서 머무는 행위를 4박 5일 정도 한 적이 있는데요

거기 갔을 때, 요즘 저 보고 자꾸 출가하라 그러십니다

(웃음)

법륜 스님께서 가장 먼저 말씀을 하셨죠

원래 방송에서 하신 말씀이 아니고 청춘콘서트 2.0에서 제가 할 때

법륜 스님의 말투가 조금 이렇거든요

제동씨는 가만히 보면 선지가 있어요 번뜩번뜩이는 재치가 같은 게 있고

그걸 불가에서는 선지라 그래요 선지도 있고

누가 안 시켜도 어렸을 때 부터 고기를 안 먹었고

산을 좋아하고 혼자살고

그럴 바에는 들어와서 우리하고 같이 사는게 어때요?

(웃음)

그래서 제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저는 아직 여자를 보면 가슴이 뜁니다 그래서 출가할 수 없습니다 그랬더니

스님께서 "여자를 좋아하면서 출가를 하면 돼요" 그랬습니다

(웃음)

근데 그 스님의 반응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앞에 있던 여학생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장가를 안 간 남자 연예인이 출가를 권유받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말려야 되는 것이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의 일종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는 것이죠

아무도 말리지 않았어요, 뭐 어쨋든



그래서 이제 절에 가서 그 마음의 정리를 좀 해야겠다 그래서

4박 5일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갔는데

거기서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제가 마음속에 가장 와 닿았던 것은 하나였습니다

4박 5일동안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한 가지 질문은

뭐 여러가지, 나는 누구인가? 뭐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늘 음식을 들고 오시는, 거기서는 바라지를 해주시는 분들이라 그러는데요

바라지해서 오시는 분이 이렇게 무릎을 꿇고 이렇게 앉으셔서요

음식을 이렇게 놓으시고 설명을 하세요

이 나물은 봄에 지금 어디에서 뒷산에서 뜯어온 나물이고

그래서 뭘 넣어서 데쳤고, 들기름을 썼으며 이렇게 쭈욱 설명을 하시고 난 다음에

마지막에 뭐라고 말씀하시냐면

'맛 보아 주세요' 라고 말씀하시고 나가십니다

우리가 보통 잘 쓰는 표현은 아니죠? 우리는 뭐라 그럽니까?

'맛있게 드세요' 그럽니다 엄마들도 '맛있게 먹어라'

그래서 늘 궁금했습니다 4박 5일 마치고

근데 4박 5일동안 거의 묵언을 해야되기 때문에 물어보지를 못 했어요

저에게 묵언은 상상도 하지 못 할.. (웃음)

그래서 나올 때 여쭈어 봤습니다 "왜 맛 보아 주세요 라고 말씀하십니까?" 그랬더니

음식을 만드는 건, 정성껏 모든 사람이 부처라고 생각하고 음식을 만드는 건 만드는 건 우리의 몫이고

음식이 먹고 맛이 있느냐 없느냐 판단하는 것은, 누구의?

여러분들의 몫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거기에서 조차 강요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때 제가 느끼고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아 그런 것이구나'

제가 생각하는 소통은, 또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것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불안의 요소를 없애는 것도 사실 거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거기란

남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은 것

내가 웃기는 말을 했을 때 내가 웃기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뱉어내는 것

웃고 안 웃고는 엄밀히 말하면 그 사람들의 영역이라는 것

그래서 누가 웃지 않으면 불안해 하는 것 이것도 일종의 폭력이라는 것

왜 저 사람이 웃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해야되지?

그 사람이 웃고 안 웃고에 너무 내 마음을 뻿기지 말 것

내가 웃겼으면 그걸로 된 것 나와 소통했으면 그걸로 끝난 것

그렇게 조금 시원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사람을 웃길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제가 하는 대답이 그렇습니다

그걸 알면 제가 이렇게 방송에서 주눅이 들어있겠습니까?

그런데 사람을 웃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가장 편한 장소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방송보다는

이렇게 사람들 눈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여기에서 자랐으니까

기본적으로 사람을 웃길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사람을 좋아하는 겁니다

그리고 웃기는 사람을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은

그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도 유머있는 남자의 기준이 도대체 뭡니까?

솔직히 여자분들 한번 말씀해 보세요

자기가 마음에 드는 남자 아닙니까?

(웃음)

솔직하게 유머있는 남자의 기준이 도대체 뭡니까?

지가 좋아하는 남자 아닙니까?

김제동이라는 이런 입에 발린 얘기 하지도 마세요

진심을 담아서 얘기 하던가 뭘 쓰면서 '김제동!'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웃겨요, 관심이 갑니다


나쁜 남자 예로 들어볼까요?

나쁜 남자 나쁜 남자 좋다 그러지 않습니까?

아, 5분 전입니까? 말씀을 하셔도 됩니다. 네 알았어요

나쁜 남자 예를 들어볼까요?

자기가 좋아하고 스타일이 좋고 이런 사람이 쫘악 수트를 빼입고 딱 앉아 있으면

과묵하고 나쁜 남자라 그럽니다

자기가 별로 마음에 안 드는 남자가 그렇게 앉아 있으면

나쁜 새끼라 그러죠

말도 없고 이상한 놈이라 그래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말을 많이 하면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사교적이다 그럽니다

자기가 싫어하는 남자가 계속 말을 하면

못 생긴게 나댄다 그럽니다

아닙니까? 그렇잖아요 솔직하게 얘기를 해 보세요

그런 주눅과 분노가 계속해서 쌓여서 난 반드시 사람을 웃기겠다고

그 고난의 길을 뚫고 온 사람을 여러분들은 보고 계시는 거예요

(박수)



그래서 그 사람을 좋아해주고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유머를 잘 하는 사람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좋아해야 그 사람을 웃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면서 모든 사람을 다 좋아하고 살 수는 없죠?

그래서 처음에 우리가 시작해야 되는 노력은

우리가 시작해야 되는 다른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 될 것은

내가 저 사람을 웃기고 싶은가? 라는 것을 한 번 살펴보면 답은 간단하게 나옵니다

웃기는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가서 웃기라는 얘기가 아니죠

그 전날 밤새도록 나를 고문하고, 날개 꺾기를 하고 사찰하고, 밟고, 때리고 이랬던 사람한테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 여기 눈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서

그 사람한테 가서 재밌는 얘기인데 한번 들어 보실래요?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대방을 향해서 첫번째로 할 수 있는 것은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입니다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이후에 찾아오는 여유

그것이 그 둘도 화해하게 만듭니다

즉 다시 말해서, 잘못을 저질렀거나 또는 상대방과 무엇인가 의견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은

비판과 풍자와 유머와 웃음을 허용해야 합니다

누가?


상대적으로 봤을 때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갑 쪽에서

갑과 을의 대화에서 소통이 이루질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95% 정도 공감합니다

갑 쪽에서 먼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쉽지 않죠?

그래서 그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고 대화하자고 끊임없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은 비판과 풍자입니다

웃기게 때리는 것이죠 웃기게 때리는 것, 웃겨야 됩니다

상대가 강할 수록 웃겨야 돼요


예전에 정조때 정조를 비방하는 벽서가 붙은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대신들이 난리가 났어요 이놈 잡아서 죽여야 된다

그랬더니 정조가 한 얘기가 있습니다

과인이 잘못해서 이런 벽보가 붙은 것이니

과인이 잘 하면 이 벽보는 당연히 사라질 것이 아닌가?

경들의 손을 빌려 백성을 뜻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라

과인이 잘하여서 자연스럽게 이 벽보가 없어지게 하는 것이 순리이며 도라고 얘기했습니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찾아보지 마세요

(웃음)

대충 붙인겁니다 정조인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조선의 한 왕 정도로 정정하겠습니다


그런 것이죠 그런데 하물며 21세기에 벽에 쥐를 그린 벽보를 붙였다고 해서

잡아 가두거나 벌금을 물린다면 이건 이상한 것이죠

쥐를 그려야죠 G20 포스터 아닙니까?

그럼 뭐를 그립니까? G20 포스터인데

스무 마리 안 그린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죠

(웃음)

G20 포스터에 쥐를 그리지 그러면 소를 그립니까, 말을 그립니까?

그리고 우리가 '쥐20'이라 그랬습니까?

우리는 '지20' 그랬는데, 자꾸 높은 사람들이 '쥐20' '쥐20' 그러지 않았습니까?

쥐를 그리는 것이죠

그게 뭐가 이상합니까?

쥐가 불길한 동물입니까?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천만에요

자축인묘 진사오미 신유술해 12간지 중에 제일 먼저 나와있고

지금 조선왕릉을 지키는 12간지 12지신상 중에 가장 먼저 있습니다

그러면 조선의 왕들은 모두 불길한 존재가 지키고 있습니까?


어디서 그런 마르티스코 같은 소리를 하고 있습니까

다시 말해서 이런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는 서로를 풍요롭게 합니다

네 끝났죠? 알겠습니다 마치겠습니다

그 완고한 시절이던 조선시대 조차도 탈을 쓰고 양반들을 풍자하는 것이 허용됐습니다. 왜?

그것이 사회를 유지시킨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은 권력층이었습니다

이런 비판과 풍자 정도도 허용하지 아니하면 그 사회는 무너집니다

그래서 제가 마무리 짓겠습니다

사실은 뭐 준비하고 올라온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20분에 맞추거나 이렇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끝내라 그러면 끝내면 되니까

남는 것 아무것도 없죠?

그냥 없이 가면 됩니다 그래서 웃고 살잖아

될 수 있으면 현실이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회피하는 웃음이 아니라 직시하면서

다만 그 중간에 분노하면서도 그 분노에 휩싸이는 것이 아니라

분노는 분노대로 가서 사회를 바꾸는 방향대로 헌신하고

그 다음 나는 또 행복해야 됩니다

그러니 웬만하면 좀 또라이 소리 들어도 되니까 웃으면서 살자

웃으면 좋은 일 생긴다는 아주 진보한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내 생활에 적용하면 좋은 일들이 다 생긴다


버스 타고 갈 때, 막 너무 끼여서 너무 힘들 때, 미치겠을 때

돌아버리겠다 정말. 그리고 옆을 봤는데 키 큰 남자 겨드랑이 보이고 이럴 때

미칠 때 이럴 때 웃으시면 돼요 넓게 가실 수 있습니다

'어헝 어헝' 이렇게 웃으시면 돼요

(웃음)

정말로 넓게 갈 수 있어요

남 부럽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그저 웃으면 돼

다음 정류장에 누가 타서 다가오면 또 웃으면 돼요 '흐응'

간단합니다

지하철에서 앉아가고 싶다

간단합니다

앉아있는 사람 앞에 가면 돼요

웃으면 돼요 '으흥'

거기 앉으면 돼요

(웃음)

엘리베이터를 혼자 탔는데 밤에 무서운데 누가 남자가 탈라 그런다

타기 싫다 같이 타기 싫다

간단합니다 '으흥' 웃으면 됩니다

머리는 누가 아프냐? 누가 아프겠습니까?

상대방에 피해를 줬습니까? 안 줬어요

난 그냥 웃었고 상대방 머리만 복잡한 것이죠

그래서 그렇게 웃고 살면서 좀 편하게 가자, 좀 편하게 가자

사회를 바꾸는 분노. 저항 정신은 유지하되

내가 행복한 것이 제일 우선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그러니 그렇게 웃고 가자 힘들어도 웃자

마치겠습니다

(박수)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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