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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287회 지금 나를 만나러 갑니다 | 최아룡 몸과마음연구소 소장


게시일: 2013. 7. 23.


강연 소개 : With subtitles in English, German, Japanese

어느덧 40대가 되었습니다.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서 꽁꽁 숨겨둔 청소년시절의 사진들을 다시 보면서, 참 많이도 바뀌었던 제 몸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를 만나고, 내가 만난 나를 받아들였을 때, 시나브로 나는 또 변해갔습니다. 그 동안의 여정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지금. 나를. 만나러 갑시다



[한국어]


(박수)

안녕하세요 저는 최아룡입니다

이 자리에 서게 되어서 너무 떨리고요

바깥에서 기다리느라고 제가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한 다섯번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들 앞에 또 얘기를 하고 

요가를 수련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저를 건강한 사람으로 생각하실 겁니다, 대부분이

근데 그랬다면 아마 세바시 프로그램이 

저를 초대하지 않았을거라고 생각을 해요 

건강을 잃었던 적이 있었고, 힘들었던 적이 있었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성장하면서 극복해갔기 때문에 

이 자리에 제가 설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고요 





제가 어린 시절에 이렇게 생겼었습니다

뒤쪽에 있는 애가 저구요


그 다음 제가 변해간 모습들을 보겠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주름도 지고 좀 더 아줌마스럽게 될텐데

그러면 이 두 사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보통 이런 사진을 보여드리면 여자분들은 이러실 수 있어요

그래 살이 빠져야 돼 역시 살이 빠져야 돼

그런데 살이 빠져야 한다는 건

오늘 제 강의의 핵심이 아닙니다

무엇이, 어떤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2000년과 2007년

저는 이렇게 바뀌었고 지금 현재 이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 있을까?


자,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2002년입니다

제가 2001년 교수 성폭력, 성추행 사건으로

재판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재판이 끝나고 이틀 후부터

제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틀 후 냐면

재판 끝나고 바로 그 다음날 소개팅이 있었거든요

저를 인터뷰하셨던 기자분이

저한테 소개팅을 주선해주셨어요

이런 사건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여자분들이 굉장히 좌절을 하고

'내가 앞으로 결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사건들을 공론화 했을 때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런 사정들을 딱하게 여긴 여기자분께서

저에게 소개팅을 주선해주셨어요

근데 물론 애프터는 안들어왔습니다

그 소개팅이 끝나고 그 다음날부터 아프기 시작했어요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었고,

그리고 저는 이 상태가 되면서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발바닥까지, 입천장까지 두드러기가 나더라구요

제가 굉장히 미안한 친구가 있는데

발바닥에 난 두드러기 때문에 결혼식을 못갔어요

그래서 미안한 마음이 있고, 이해해주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두드러기 이름 붙이기를 '화'라고 이름 붙였어요

내가 아무리 힘들고, 잠 못들고, 불면증, 소화불량이 생겨도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면

그냥 '저 사람 괜찮아, 아무 일 없어'

이렇게 넘어갑니다

아마 어쩌면 그게 제가 너무 너무 억울했던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힘든데 왜 사람들은 나를 몰라주지?'


그리고 제가 이렇게 아프면서 알게된 것이

'몸과 마음은 하나다' 라는 것이었어요



내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구요

내 마음이 화나면, 몸도 화나고

그러고 또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내 마음이 기쁘면, 내 몸도 기뻐질 것 입니다

그럼 나를, 내 마음을 기쁘게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겠지요

아까(사진)처럼 아플 때 몇 달을 아팠습니다

아토피있으신 분들은 이해를 하시겠지만

새벽 2-3시면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고

자기 몸을 긁다가 깨어나게 됩니다

저한텐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심하게 아팠지만

제 몸에 흉터가 없어요

그것만으로도 정말 저는 너무 감사드리고요


그렇게 아플 때 아무도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 없고

그리고 내가 했던 모든 일들을 손을 놔야 되고

굉장히 열심히 살았는데 석사과정때도 열심히 했었고

근데 그 모든 것들을 손을 놓고 포기를 해야된다

난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내가 박사과정을 마치더라도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 절망감 때문에 저는 더 많이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이렇게 몸도 아프고, 할 것도 없고

그러니,

...죽어야지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 가서

제 허벅지까지 난 두드러기를 보면서

제가 변기 위에서 울었습니다

내가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말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그런데 그런 흉칙한 제 몸을

저희 부모님께서 밤새 간호해 주셨고

약을 발라주시고, 그러시더라구요

그 때, 부모님을 보면서 생각을 했었어요

저 분들이 뭐 때문에 나를 이렇게까지 간호해주실까

내가 살 만한 사람인가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 덕분에

제가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습니다

'죽자'에서 글자 하나 바꿨습니다

'살자'

죽었다 생각하고 살자

죽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내가 더 아쉬워 할 것도 없고, 더 욕망할 것도 없고

부모님 계시고

내가 이렇게 누워있을 공간이 있으니까 되지 않았나

그렇게해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당시 제 꿈은 '살자' 뿐이었어요

내가 숟가락 들 힘도 없는데

내가 무엇을 꿈 꿀 수 있을까?

유학을 간다?

내가 공부할 힘이 없는데

걷는 것도 겨우 하는 주제에

제가 무슨 꿈을 꿀 수 있었겠습니까?


그냥 그 때 당시는 '살자'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숨쉬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누워서 숨쉬고, 숨 들이마시고, 숨 내쉬고

조금 힘이 생기면 앉아서 숨 마시고, 숨 내쉬고

기력이 조금 회복되니까 제가 산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산책하면서 산에 가서 숨 마시고, 숨 내쉬고


근데 그렇게 되니까

지금은 저만큼 그렇게 아픈 분들한테

그 방법을 알려줄 수 있겠더라구요


그리고 조금 더 기력을 회복했습니다

그리고 같이 요가하시는 분들과 함께

철야명상에도 참여했어요

그렇다고 밤새도록 철야명상을 하는 게 아니라

하다가 잠이들고 또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그때도 새벽 두시, 세시 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제 손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예쁘다, 예쁘다

두드러기가 나서 흉측한 몸인데

제가 제 몸을 쓰다듬으면서

'예쁘다'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또 제가 두 손을 모으고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얘길 했어요

그때 왜 '하나님'이 튀어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건나고 냉담상태였거든요

근데 느닷없이 그 말이 나왔어요


그 이후에 제가 알게된 것이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말

네 이웃을 돌보는 게 의무가 아니라, 봉사가 아니라

그 사람들은 그냥 내 몸이기 때문에 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너와 나는 둘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파서 호흡을 하고

누워서 할 수 있는 게 호흡 뿐이었다고 했죠?

근데 정말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구요

제가 요즘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세브란스 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환자분들도 보면 여러가지 생각들을 많이 하시게 됩니다


돌아간 예전 시간들을 떠올리게 되죠

숨 한번 들이 마시면서 화났던 일

'그래, 맞아. 나 그때 화났지.'

숨 한번 내쉬면서 '그래, 잊자.'

또 숨 들이마시면 내가 정말 정말 샘 났던 일

질투했던 일

걔가 그렇게 얘기했을 때 난 너무 부러웠어

걔 그 옷 입을 때 너무 부러웠어

걔 그 일 해낼 때 너무 부러웠어

숨 한번 내쉬면서 '그래, 그건 잊자.'

과거는 떠올릴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를 붙잡을 수는 없어요

이미 지나간 것들은 떠나보내시구요

붙들지 마시구요

잊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면 됩니다


그렇게 누워서 생각할 때

정말 정말 제 유치한 기억도 떠오르더라구요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둔 제 비키니 수영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제가 결혼을 하고 제 남편이 독일인인데

남편에게 제 수영복을 보여주면서 얘기를 했어요

남편 曰(왈), 제가 입고 보여준 게 아니라

방바닥에 내려놓고 보여줬습니다

"왜 입지도 않을걸 사서 가지고 있느냐?"

아, 이것은 "my secret desire" 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왜 비키니 수영복 한장이 - 아, 두벌입니다. 흰색, 검은색-

왜 그것이 숨겨진 욕망이 되느냐?

제 옛날 모습들을 다시 보시면 이해가 되실겁니다


저의 대학 3학년 때 모습입니다

이때 저는 늘 아줌마 소리를 듣구요

간혹가다 실수로 누가 아가씨라고 얘기를 해주시더라구요

이 사진을 찍어준 제 절친이 출산하고 난 후에

저에게 얘기를 했어요

출산하고나서 이제 회사로 복귀를 해야 됩니다

그런데, 

"아룡아 내가 임신 때 입던 옷인데

이제 커서 못입거든? 내가 너 줄까?"

자, 이것도 저의 대학교시절 모습이었습니다

항상 옷으로 몸을 가리고 살았었어요


시골에서 갓 상경하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저의 실제 모습입니다.

아무리 제가 고3때 74kg까지 나갔다고 해도 안믿어요

요가하시는 분들이 와서 

"선생님은 살이 빠지셨잖아요, 지금은" 

이러면서 믿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 사진을 공개를 하게 됩니다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제가 74kg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바뀌었을까?

맨처음에 제가 제 사진 보여드렸죠? 어릴 때 사진

그 아이가 어떻게 해서 이렇게까지 변했을까?

어쩌면 그게 또 제가 여기 와서

얘기하고싶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청소년들, 대학 입시 위해서 공부하는 것 빼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요

저도 그랬었고, 


서울에 산다하더라도

학교-집-학원가는 것 외에 갈 곳이 없을거에요


저는 시골에서 자라서 집에서 나오면

학교-성당-만화방-떡볶이와 쫄면이 맛있었던 분식점

그렇게 밖에 갈 곳이 없었어요


뭔가 하고 싶은게 있는데, 뭔가 표현하고 싶은게 있는데

하고는 싶은데 나도 뭔질 모르겠다

그러다보니까 표현은 못하고 계속 먹게 됩니다

그리고 또 대학 들어가서,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학생들 스스로 생각을 할거에요

대학은 일단 합격하고 해야지

대학들어가면, 취업하고 해야지

취업 하고나면, 결혼이나 해야지

결혼은 하고나서 해야지

결혼하면 애기를 낳아야지

대한민국 분이시라면 대부분이

비슷한 과정을 겪고 계실거에요

그러다보니까 내가 하고싶은 일은 항상 연기됩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먹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감정적 허기라고 얘기를 합니다

내가 감정적으로 허하고 신체적인 허기와 전혀 상관없이

감정적으로 허하게 되면 자꾸 먹게됩니다


그래서 제가 아플 때,

그래, 나는 예전에 이런것도 못했고, 저런 것도 못했고

하고 싶었는데 못했고, 그러다보니깐 이제

조금씩 한번 해보자, 시도를 하게 되었죠


그래서 제가 요가를 하면서



2006년 독일 학회에서도 발표를 하게 됩니다

영어로 난생 처음 발표를 하는데 정말 준비 열심히 했습니다

근데 가서 발표를 잘 못했어요

시간도 제대로 못 맞추고요

그렇지만 그런 첫번째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미국에 가서, 또 독일에 가서 발표할 때

제대로 잘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그렇게 표현하게 될 때

저한테 변한 게 있었어요

식탐이 사라지더라구요

먹는 음식 종류가 사라지게 되고

그렇게 많이 음식을 욕심내서 먹는 일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또 지금은 장애인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에게 요가 수업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팔이 불편했던 친구가 손을 뻗어서

요가동작을 할 때, 전 너무나 기쁘더라구요

말 못하는 친구들이 '여덟, 아홉, 열'을 발음 해낼 때

저는 그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고


그래서 제가 생각했습니다

정말 이 사람들에게서 보석같은 재능들,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숨겨진 무한한 재능들을

무궁화 꽃처럼 피워보고 싶다

꽃 피우고 싶다

그리고 제가 제 인생에 있어서

정말 소중했던 중요한 다이어트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나를 만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그리고 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내가 사랑할 때 였다라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 이미 자막이 있었는데 누군지 밝혀주지 않으셨네요.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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