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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발명해도 될까요? | 한재권 로보티즈 수석연구원 | 세바시 303회


강연 소개 :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로봇과 같이 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좀 더 편하게, 좀 더 하고 싶었던 일 하면서 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세상이 좋은 세상일까요?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이 인간을 해치지는 않을까요? 우리의 일자리를 로봇이 다 빼앗지 않을까요? 모든 기술의 발명은 사회를 크게 바꿔왔습니다. 로봇의 발명 또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많이 바꿀 것입니다. 로봇이 바꿀 세상이 올바르게 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번 강연이 로봇 발명에 따른 문제점들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고민들이 모이면 로봇 기술의 선진국 뿐만 아니라 진정한 로봇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게시일: 2013. 9. 15.




안녕하세요 한재권입니다

저는 로봇 발명가입니다

(영상)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한재권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저런 로봇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로봇 좋아하시나요?

(네)

많이들 좋아하시네요


그러면 오늘은 로봇과 발명과

어떤 일을 해야 우리가 로봇을 잘 사용할 수 있는지

그런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로봇, 과연 왜 만드는 걸까요?

로봇을 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거에요

다들 많은 이유가 있을거고 그게 모두 다 정답일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제시 하고자 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저는 왜 로봇을 만들었을까요?

그런 저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제 동생은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일명 뇌성마비라고 하죠

제 동생은 걷지도 말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혼자서는 밥을 먹지도 못하고

화장실을 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37년 동안 저희 어머니가 하루 24시간 내내

저의 동생 곁에서 제 동생을 돌보아 왔습니다

말로는 되게 간단하죠?

하지만 이건 쉬운 삶은 아니죠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가

제 동생 곁에서 제 동생을 돌봐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면 저희도 밖에 나가서 여행도 할 수 있고

그리고 자고 싶을 때 잘 수도 있고

쉬고 싶을 때 쉴 수도 있구요

그런 어린 저에게 누군가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형사 가제트와 아톰입니다

제가 아톰 티셔츠를 입고 있지요

아톰은 아시다시피 되게 키도 작고, 몸집도 작아요

어른에 비하면 반밖에 안되죠

하지만 위기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을 번쩍번쩍 들어서 사람들을 구해 줍니다

그게 제 눈에는 어떻게 보였냐면요

제 동생이 목욕을 해야 하는데

제 동생을 번쩍 들어다가 욕조에다 갖다놓는 장면으로 보였어요

그리고 형사가제트 같은 경우는요 온몸에 모든 물건을 다 가지고 다닙니다

"나와라 만능 가제트 팔" 하면 다되요

그리고 이 장면이 저에게 어떻게 보였냐면은

제 동생이 뭔가를 필요로 할때 저는 그걸 모르거든요

그럴때 옆에서 필요한 도구를 꺼내서 그상황을 풀어주는 거에요

저에겐 그게 영웅으로 보였고

그런 존재가 우리와 같이 산다면

우리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렸을 때니까 로봇에 대한 개념은 없었어요

그냥 '저런 거가 있었으면 좋겠다'

'없으니까 내가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죠

그런 마음이 저를 로봇 과학자로 로봇 발명가로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더 많은 이유가 있어요 로봇을 만드는

하지만 저를 처음으로 로봇 세계로 인도한 것은 제 동생이었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로봇을 쭉 만들어 왔습니다




제가 만든 로봇을 잠깐 보여드릴께요

각종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기도 했는데요

찰리가 보이죠 그리고 바이올로이드도 있고

다윈도 있고 미니 휴보도 있고, 트랜스 포머도 있고

특히 저 바닥에 있는 트랜스포머는 변신하는걸 만들었어요

그래 가지고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렸더니

조회수가 거의 3백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제가 갑자기 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또 찰리 저에게는 되게 각별한 로봇인데요

유학중에 만든 이 찰리는

저에게 로보컵 우승이라는 영광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로보컵은 세계 로봇 축구 월드컵이라고 불리우는

로봇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뛰고 싶은 경기인데요

가장 큰 대회입니다 지금까지는요

거기서 우승을 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찰리는 저에게 다른 영광도 안겨 주었는데요

타임 매거진 아시죠?

타임 매거진에서 2011년 최고의 발명품 50개를 선정했는데

그 안에 들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으로 왔어요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박사학위를 따고

한국에 '로보티즈'라는 로봇 전문기업에 수석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인간을 구조 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관련해서 DARPA 로보틱스 챌린지라는 것이 있는데요,

지금 인류역사상 가장 큰 로봇 대회가 곧 펼쳐질 것입니다.

그 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대회는 로보티즈에 있는 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구요

미국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 펜실베니아 대학교, 그리고 미국의 방산업체 해리스하고 같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가지고 지금 참가중이고

세계의 정말 유수한 로봇 연구기관들과 같이 경쟁하면서

지금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까 처음에 보신 동영상 있죠? 똘망이

그 아이가 이 로봇 대회에 참가할 아이고

그 대회에서 이기기 위해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보여드릴게요 똘망이에 대해서

(영상)

실제로 사람을 구조하고자 한다면

실제 상황에 맞는 로봇을 만들어야 될거에요

그래서 지금 보여드리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지면 상황을 연출해놓고

그 위에서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는지 시험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이 정도의 시험은 굉장히 고난이도의 기술이고

세계적으로도 고난이도의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이런거 가지고는 도저히 아직은 사람을 구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할 것이 무궁무진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연습하고 연구하고 실험할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집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러분은 왜 로봇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로봇은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각자 대답이 다를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도 정답은 아닐 거에요

그런데 이거 한번 보시죠


저출산 고령화 사회

단어가 이제 너무 진부할 정도로 너무 많이 들어가지고 익숙한 단어죠?

2030년이 되면 미국같은 경우는 3500만명의 일손이 부족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 같은 경우는 500만명이 부족할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구요

가까운 일본같은 경우는 세계 최고의 고령화 국가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고령화 국가가 될거라고 이야기하고 있구요


이런 고령화 사회가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일손 부족에 시달리게 될겁니다

그래서 공장에 일하는 일손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 필요한 일손들

꼭 필요한 일손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청소라던가, 응급 서비스라던가 의료 서비스 또는 유통, 이런 것들이

사람이 없어서 이루질 수가 없는 사회가 만들어 진다는 겁니다


혹자는 이러한 사회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정책을 써야 된다고 이야기들을 하죠

물론 맞습니다

밖으로 부터 노동력이 들어오는거 좋은 현상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들이 전 지구적인 현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민 정책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만약에 말이죠 로봇이 사람처럼 일을 할 수 있고

그래서 사람의 부족한 일손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사회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겪지 못해서 이게 어떤 현상으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많은 미래학자들은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구요

그래서 '로봇이 대안이다'

'로봇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줄 힘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로봇을 개발해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까지 하면 꼭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디가서든 듣는 이야기에요 뭐냐구요?

너 지금 터미네이터 개발하고 있다

터미네이터는 너무 유명한 영화죠

인간을 죽이는

혹은 군사적으로 너의 로봇이 이용돼서

니가 개발한 기술이 군사적으로 이용이 돼서

사람을 죽이고 다니게 될 거다 그럼 너 때문이다

혹은 더 나아가서 인류를 멸망시킬거다, 니가

니가 책임질거냐?


그러면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하죠

미래에서부터 아무도 안 왔어 아직까지 그러니까 괜찮아

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사실 이건 농담이고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을 만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로봇을 개발해서는 안되나요?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서 로봇을 개발하면 안 되는 걸까요?

그러면 고령화 사회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되는 걸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럼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로봇을 안전하게 만들면 되잖아

너무 순진한 말이라구요? 순진한 말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가능한 말은 아닙니다

저는 불가능 하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진정한 과학자라면 그리고 진정한 발명가라면

자기의 발명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안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을 던져 줘야죠

그게 진정한 발명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전한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저는 그 해답을 역사에서 찾았습니다

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이 사진은 100년전의 신문을 스크랩한 사진입니다

여기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어떤 기사냐면요

'자동차가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다' 라는 기사입니다

그런데 자동차가 인류를 멸망시켰나요?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편리한 도구가 되었죠

그럼 100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100년 전 사람들은 자동차를 무서워 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을까요

100년 전 사람들이 두려운 건 당연합니다

왜냐면 마차가 주로 운송 수단이었던 시절

말들은 위험 상황이 닥치면 그대로 서요 자기가 스스로 판단해서

그런데 자동차는 생각을 할 수가 없죠

거기다가 고장까지 나요

그렇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면 사람을 죽이고 치고 다치게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무서워 했던거죠

그런데 지금 그렇나요?


아니에요 왜 아닐까요?

그건 바로 우리가 교통신호를 발명했기 때문입니다

교통신호의 발명은 자동차를 안전한 도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서 차와 인간을 나누었구요

차도도 선을 그어서 차들이 다니는 방향을 정해 주었습니다

교차로에서는요 신호등을 만들어서 누구는 서고 누구는 가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는 '운전면허'라는 것을 만들어 가지구요

일정 수준이 안되면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거기다가 만약의 경우 사고가 난다면 그거에 대비하기 위해서

'자동차 보험'이라는 제도도 만들었죠

그것도 모자라서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동차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랍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자동차를 안전한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다같이 노력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로봇도 이러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발명가들이 흔히 하는 오류 하나가 있습니다

기술에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기술로 풀려고 해요

기술은 항상 오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거는 불변의 진리라고까지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그런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기술을 만들면 그 기술 자체가 오류를 또 갖고 있어요

절대로 풀릴 수 없는 네버엔딩 스토리죠


저는 이러한 문제는 법, 제도, 문화, 예술과 같은

인문학이 해결해 줄 거라고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자동차처럼요

우리가 갖고 있는 로봇법이 사실 있긴 있습니다

아니, 제정은 안 되었으니까 로봇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의 3대 원칙을 제시를 했어요

이렇게 하면 로봇이 안전해 질 거다

그런데 이거 갖고는 너무 불충분해요

우리는 더 많은 법을 개발하고 제도를 만들고

로봇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할까요?

이 영화 혹시 아시는 분 계시나 모르겠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1982년에 개봉한 영화인데요 해리슨 포드가 주연을 했어요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의 직업은 형사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잡는 형사가 아니라 로봇을 잡아 들이는 형사에요

에러가 생겨서 나쁜 짓을 하는 로봇은 해리슨 포드가 찾아가서 잡아 넣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정말 어려워서 해석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에서 한가지 점을 주목했습니다

바로 해리슨 포드의 직업이죠

저는 미래에 저런 직종이 나타나야 한다고

그리고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다시 말해서 나쁜 로봇이 만들어지면

그 나쁜 로봇을 만들었던 사람을 처벌하고

나쁜 로봇은 잡아서 분해하고

심지어는 로봇을 가지고 무기로 만들어서 전쟁을 할려고 하는 국가는

UN이 나서서, 모든 국가가 연합해서 그것을 제재하는 겁니다

지금 핵무기를 제재하는 것 처럼요

그렇게 한다면 로봇은 그때야 비로소 우리들에게

안전한 도구로 다가올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 고령화 사회

우리가 닥쳐야 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임엔 틀림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저는 로봇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로봇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봇을 터미네이터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모두가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애써야 됩니다

법을 만들고, 규칙을 만들고 에티켓을 만들고, 그리고 문화를 만들어 내야

그제야 비로소 로봇은 우리에게 편리한 도구로 다가설 수 있고

더불어서 우리에게 친구로서 다가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같이 노력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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