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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아는 것이 더 창의적이다 | 엄윤설 키네틱 아티스트 | 세바시 354회


강연 소개 : 발명과 예술은 창의력에서 시작됩니다. 창의력은 상상력으로부터 나옵니다. 하지만 한 분야에만 집중된 지식은 그러한 상상력에 장애가 될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여러 분야에 관한 넓은 지식과 체험이 더욱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는 바탕이 될 때가 많습니다. 키네틱 아트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로서 발명 너머 상상과 창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게시일: 2013. 12. 18.



안녕하세요. 엄윤설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제 소개를 좀 해올릴게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아, 네 맞아요

처음 뵙는분들이 저한테 뭐하는 분이세요라고 물으면 가끔씩 좀 당황스러울때가 있어요

왜냐면 저는 한참 생각해야 되거든요 제가 뭐하는 사람인지, 저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일단 조금만 설명을 더 드리자면요 저는 먼저 움직이는 작품을 만드는 키네틱아티스트입니다

예, 보고계시는 것은 키네틱아트라는 것은 말그대로 움직이는 미술 작품이라는 뜻이에요

보고 계시는 것은 제 작품 지금 현재 나오고 있는 작품은 '항해' 'sailing'이죠


예, 그리고 또 저는 움직이는 장난감을 만드는 토이인벤터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드는 장난감들은 모터, 센서 그리고 스마트폰 이런 것들을 이용해서 스스로 움직이고 사용자와

인터렉션하는 그런 장난감들이에요

"오 나이스"


예, 또 저는 로봇을 디자인하는 로봇 디자이너 이기도 합니다. 

이건 저의 첫번째 작품 '바이올로이드' 였구요

그리고 두번째 디자인한 작품은 '찰리' 그리고 현재 일하고 있는 작품은 '똘망'입니다


그리고 또 저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이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좀 잡다하게 하는게 많죠? 

그래서 저는 뭐라고 하나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는 물음표 직업을 가진 사람입니다




오늘 이 강연이 발명특집2탄 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발명가가 아닙니다

발명하고는 조금 거리가 멀 수도 있어요. 

앞서 나열된 직업들의 공통적으로 들어가있는 '미술' 이라는 키워드로 생각하면 저는 작가, 아티스트가 되겠죠

그런 제가 오늘 여기와서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참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그게 하고싶은 얘기가 없어서 고민한게 아니라요, 하고싶은 얘기가 너무 많았거든요

저는 예술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고, 또 장난감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고, 또 선생으로서 학생과 교육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하나 정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발명과 예술사이에 공통점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자 그러면 발명과 예술의 공통점은 뭐가 있을까요?

네, 제가 생각하기에는 '똘끼'에요. 좋은말로하면 '창의력' 주어진 사물이나 현상을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 

그래서 그 주어진 사물이나 현상에 상상력을 더해서 새로운 유를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 

저는 오늘 이 '창의력'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 강연의 제목을 이렇게 정했어요. '덜 아는것이 더 창의적이다'


이게 지금 무슨소리야? 하는분들 계시죠 여기

이게 뭐 공부를 하지 말란 뜻인가? 

아니면 뭐 지식을 쌓지 말란뜻인가? 

아니요 저는 공부는 죽을때 까지 하는 것이고 지식의 폭은 넓힐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더 헷갈리시죠?

여기다가 이걸 붙여볼게요. '때로는' '때로는, 덜 아는것이 더 창의적이다'

네, 저는 이 말 그대로 때로는 덜아는게 더 창의적일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이제 좀 흥미로운 예를 들어드릴께요

자 이사진은 제 남편이 버지니아텍에서 박사과정을 받고 있을때 찍은 사진입니다.

저기 뒤에보이는 머리길고 잘생긴 남자가 제 남편이에요

물론 여기 세바시 강연, 발명특집1탄에도 강연을 했었는데요

여러분 참고로 말씀드리자 보면 최저 조회수를 달리고 있습니다. 클릭 한번 부탁드릴게요 [링크]


예, 그리고 여기보이는 로봇은 제가 아까 로봇 디자인을 했을때 잠깐 등장했던 로봇 '찰리'입니다

저는 여기 보이는 머리,가슴 등에 쓰여진 껍질,겉모습을 디자인을 했습니다


사실 이 때에 제 남편은 팀 찰리의 리더로써, 로보컵 이라는 경기에 출전준비를 하느라고 거의 매일 밤 연구소에서 밤을 새서 연구를 하고있었어요. 

저는 디자이너로써 한 발 걸치고 있는 사람이고, 또 다른 친구들이랑 안면도 있고 그래서 밤새서 연구하면 힘들잖아요. 

그래서 간식도 좀 멕이고 커피도 좀 만들어

주고 응원도 좀 하고 이럴려고 같이 연구소에서 밤을 새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응원하려고 간거였는데, 

이 친구들이 작업하는 것을 옆에서 구경하다보면 굉장히 재밌더라구요

시간가는줄 모르게, 

그래서 그래서 매일 거의 매일 연구소를 들락날락 했었는데요

이 때 당시, 아 로보컵에 대해서 먼저 잠깐 설명을 해드릴께요. 

로보컵은 월드컵은 사람이 축구를 하는거잖아요

로보컵은 로봇이 축구를 하는겁니다. 

로봇이 로보컵에서는 일단 경기가 시작이되면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도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로봇이 혼자 스스로 공을 찾고 골대를 찾고 또 킥을

하고 또 골을 만들어 내야하는 거에요.


근데 이 때 당시에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었던게 뭐냐면 

골대가있고 그 앞에 골키퍼가 있고 그리고 로봇이 있고 공이 로봇 등뒤에 있을때, 이럴 땐 어떻게 할 것이냐 에대해서 연구하고 있었어요

뭐, 이럴때는 뭐 어떻게하면 가장 빨리 턴을 해서 가장 공까지 빨리 이동을 하고 골을 어떻게 하면

빨리 찾을 수있고 어떻게 하면 또 완벽한 골을 만들어 내느냐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있었던거죠


자, 이 연구실에 모인사람들은 로봇이라면 다 한 가닥씩하는 전문가들입니다

근데 전문가이다보니까 이럴 때는 이렇게 턴을 하는게 가장 빠르고 또 저럴 때는 저렇게 보행을 하는게 가장

안정적이라고 막 전문용어들이 나오면서 격렬하게 토론을 하고있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구경하던 제가 한 가지 이해가 안되는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물었죠. 


"도대체 턴을 왜해?" 


그랬더니 이 친구들 굉장히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아니 공을 찾아야하니까" 


그래서 제가 그랬죠 


"아니 턴을 하지말고 그냥 뒷걸음질 치면 되잖아, 

뒷걸음질치면서 고개를 좌우를 최대한 돌리는거야 

그러면서 공이 시야에 걸릴 때까지, 

그러고 공이 시야에 걸리면 바로 전진걸음으로 바로 바꿔서 공까지 가면 시간을 단축할수 있잖아" 


그랬더니 순간 정적 


"아, 맞네!"


이 팀은 로보컵에 출전해서 그 해에 우승을했습니다. 

세계 챔피언이 된거죠. 

제가 지금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뭐 이사람들이 그 때 헛짓을 하고있었다고 비웃으려는 의도도 아니구요. 

또 제가 이사람들 도왔다고 공치사하려는 의도도 아닙니다. 

제가 하고싶은얘기는 

다만 

때로는 전문가가 너무 전문가인 나머지 놓칠 수도 있는 무언가 

그 것을 비전문가가 잡아낼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거에요


왜냐면 비전문가는 지금 현재 닥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기때문에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 제가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드릴께요

앞에서 말씀드린것처럼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입니다. 

지난학기에는 1학년 수업을 했는데요

자 1학년 학생들과 4학년 학생들의 차이점을 아세요? 

그것은 바로 지식의 양의 차이입니다


1학년 학생들은 고등학교, 혹은 학원에서 졸업을 하고 바로 들어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전공과목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없어요. 

심지어는 자기가 여기서 뭘 배우게 될지도 모르고 들어온 학생들이 태반입니다

자, 이것을 바꿔 말하면 이 학생들은 아직 고정관념이라는게 전혀 생기지 않은 백지상태같은 학생들이라는 뜻 이에요


제가 첫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었던 조건은 한 가지 입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나무판을 하나씩 나누어 줬어요

그리고 학생들을 4개조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 이것을 이용해서 합쳐졌을때도 한작품이되고 또 따로 떨어뜨려놨을때도 각각 한작품으로 볼 수있는것을 만들어봐라" 


이 조건만 줬습니다

딱 이말만 그냥 던져준거에요. 

주제를 무엇으로 선정하든, 재료를 어떤것을 쓰든 그것은 전혀 상관없이 너희들 마음대로 결정해라. 

대신 너희들이 무엇을 상상하던간에 상상하는것을 만들어내기위한 기술은 내가 가르쳐줄게

너희들은 원하는대로 마음껏 상상만 해라. 


이 프로젝트를 진행을 할 때 초반에 제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이겁니다. 


"선생님 이거 이렇게 해도 되나요?"


자, 이거 이렇게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만드나요? 가 아니라 이거 이렇게 해도 되나요? 하는

성공가능성에 대한 여부를 묻는, 허락을 구하는 그런 질문이였어요.

그럴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그건 니가 알아서 할 일이지"

"너의 작품이고 너의 조의 작품이니 너희들끼리 의논해서 이게 성공할지 말지는 너희들끼리 정할일이다"


그러고나면 두 번째로 받는 질문은 이거에요. 


"이거 정말 만들수 있나요?"


저는 된다고 했어요. 된다 할 수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기술적인 모든 것은 내가 같이 고민을 해줄테니 너희는 마음껏 상상만 해라. 

그랬더니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던 학생들이 막 그다음부터는 별 희한한 상상을 하는 겁니다. 

이걸 막 공중에 띄워서 만들겠다. 물속에 집어넣겠다.

평면이 됬다가 입체가 됬다가 평면,입체 막 섞이기도 하고, 제가 하는 것처럼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한 학생은

없어서 조금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때쯤 정말 멋진일이 일어났어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던 것을 실체로 만들기 시작한거였습니다


주변에서 저희 학생들 작업하던 모습을 보던 다른 학년 학생들이 얘기하기를 


"선생님 얘네들 1학년 같지가 않아요, 정말 잘해요." 


네, 제가 보기에도 이 학생들은 뭐 손기술이 조금 부족해서

마무리가 미숙한거를 빼면은 거의 작품수준은 2,3학년을 능가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1학년 학생들과 4학년 학생들의 차이, 지식의 양의 차이라고 그랬죠? 이게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지식의 양이 많다는게 어떤 상황을 불러올수 있냐면요

아, 이거 이렇게 디자인하면 이게 좀 어려운데 요건 좀 피해가야 되겠다

혹은, 아 요렇게 만들면 이게 너무 고생스러우니깐 요렇게 저렇게 해서 좀 쉽게 가야되겠다 하는 요령이 늘어납니다

자 물론 이렇게 요령이 늘어나는걸 뭐 능숙하다, 숙련되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어요

혹은 뭐 참 일을 참 효율적으로 잘한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것이 늘 그렇게 좋기만 한 걸까요?

참 얼토당토 않은, 참 이게 가능할까 싶은 그런 아이디어에 도전하고 그 것을 현실로 만드는 것

참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이게 참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지라도 

그 것에 도전하고 그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것. 

진정한 창의력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희 학생들이 1학년이었기 때문에 더 창의적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덜 알기 때문에 더 창의적일 수 있었던 거죠. 저는 아티스트 입니다

저는 공학도 수학도 모르지만 움직이는 작품을 만듭니다


제가 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요. 어떨 때는 계산이 잘못되서 망치기도 하구요

또 어떨 때는 만들어놓고 마음에 안들어서 처음부터 다시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상상하는 바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모르는 것, 부족한 것 그 것은 저랑 같이 사는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도 하고요

혹은 주변에 있는 다른,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전문가들께 여쭤보기도 합니다


그래도 설명이 납득이 안되는 부분은 또 따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더 이상 이해가 안 될때는 "이게 틀린거야, 이게 왜이래?" 하면서 무식한티를 팍팍 내면서 덤비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저는 저의 지식의 폭을 조금씩 넓혀 나갑니다

그래서 이렇게 얻어진 잡다한 지식과 제가 알고있는 것들을 섞어서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냅니다

제 남편도 거꾸로 마찬가지고요


저는 아티스트고 제 남편은 엔지니어, 저는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고 제 남편은 아름다운 로봇을 만듭니다




저는 이제 여러분이 이 세가지를 기억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첫째, 상대방이 비전문가라고 해서 절대로 무시하지 말고 잘 들어주세요. 

그러면 상대방은 여러분께 문제를 보는 

전혀 새로운 다른 관점, 또 새로운 시각 그리고 더 창의적인 솔루션을 줄지도 모릅니다. 


둘째, 본인이 비전문가라고 해서 절대 움츠러들거나

쫄지 마시고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그들과 대화하세요. 그렇게 되면 그 것은 여러분은 이것저것 조금씩

알고있는 박학다식한 사람을 만들어 줍니다. 그러면 서로 다른 분야의 것들을 조합해서 생각할수있는 능력이 생기고요. 

그 것은 바로 더 큰 창의력을 가질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 마지막으로 한분야에 너무 지나치게 몰두함으로해서 생길수도 있는 고정관념을 늘 경계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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