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소개 : 글씨가 잘 써지지 않아 힘들어하는 저에게 선생님께서는 "책을 덮고 변화하는 하늘과, 땅의 초목에 집중하고, 너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밤하늘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흐릿하게나마 구름도 보이고, 반짝이는 별도 보이고, 은은하게 비춰주는 달도 보입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밤하늘에도 많은 것들이 나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슬며시, 자연스럽게, 스스로 그러하듯.
게시일: 2015. 8. 31.
스스로 그러하도록 이정화│서예가
(박수와 환호)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우와, 엄청 많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서예인 인중 이정화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와 환호)
앞에서 저를 서예가라고 소개를 해주셨는데
서예가는 아직 좀 부끄럽고 서예를 하는 사람, 서예인입니다
저처럼 이렇게 귀엽고 깜찍한 아이가 서예라고 하니까
조금 뭔가 매치가 안 되시긴 하겠지만
나름 일곱 살 때부터 붓을 잡고
앞으로도 쭉 서예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서예'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제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하나를 이야기를 해드리자면
제가 모 연예인과 같이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제가 일곱 살 때부터 글씨를 썼거든요" 그랬더니
"와~ 일곱 살 때부터 글씨를 썼어요?"
"그걸 왜요?" 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아 저희 아버지가 서예를 하세요" 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되게 불쌍한 표정으로 "아, 그렇구나. 아버지께서. 어쩔 수 없이"
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눈빛은 뭔가 불쌍하다는 듯한 그런
못할 건데 엄청 아빠한테 혼나가면서 하는 그런 눈빛이었어요
그런데 과연 제가 아버지에게 그런 가르침을 받고
아버지와 제가 그런 부녀지간 사제지간이었을까요?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게 서예 전도사인데
서예의 매력을 마음껏 사람들한테 알려주는 게 제 꿈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꿈을 꿀 수 있었던 서예의 매력은 무엇일지
오늘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제 소개가 조금 늦었는데
저는 경기대학교 서예 문자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또 같이 서예 문자예술학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MBC에서 드라마 '동이'에서 한효주 씨의 대필을 시작으로
SBS '뿌리 깊은 나무'에서 신세경 씨 '기황후'에서 하지원 씨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 씨와 김유정 씨 등 여자 연예인 손 대필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20대 초반부터 서예를 하셔가지고
이렇게 저는 어렸을 때부터 놀이터 보다는 이런 전시장을 더 자주 갔어요
그러다가 보니까 나중에는 아버지와 함께 이렇게 글씨를 감상할 수 있는
"아빠 저거 괜찮아요?" 막 이런 식으로 제가 같이 얘기도 하고 그랬었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글씨를 쓰는 걸 되게 좋아해서
제가 작품을, 이게 여덟 살 때 작품이거든요
되게 잘 썼죠?
아무리 해도 이렇게 안 나와요 이제 그게 약간 걱정이긴 한데
아, 감사합니다
여덞 살 정화가 보면 되게 좋아하겠네요 박수를 치고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에 방학 전날에 학예회처럼 작은 과자 파티 같은 게 열리잖아요
저는 그때 이렇게 동그란 이런 무대였거든요
거기다가 깔판을 쫙 깔고 종이를 싹 올려놓고
거기다가 '예쁜마음 바른글씨' '붕우유신' 친구 간에 의리가 있어야 한다
뭐 이런 내용들을 썼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불쌍하기도 하죠
얼마나 자랑할 게 없었으면 그런 축제 분위기에서도 글씨를 썼겠는가
그래서 저는 또 대회 같은 것도, 크고 작은 서예대회가 되게 많아요
그런 대회도 축제처럼 즐겨서 나갔는데
어렸을 때, 이제 제가 어렸을 때 거의 놀면서 나간 거죠
근데 갔을 때 제가 봤을 때 솔직히 제가 글씨 1등이거든요
자꾸 2등, 3등이 되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못 썼나?'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제가 그 중에 한 장면을 발견한 게
저희 아버지께서 그 대회 총책임자나 높은 지위에 있으셨어요
그럴 때 갑자기 딱 보시더니 많은 심사위원이랑 같이
"하- 사실 이거 내 딸인데, 그냥 다음에 해도 되지 뭐"
하면서 2등, 3등으로 쭉 내리시는 거예요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한테
"어? 엄마! 아빠가 내 것 내렸는데" 이랬어요 그랬더니
"아마도 네가 아무리 잘 써서 받은 1등이라 할지라도"
"그런 조그마한 소리로 네가 상처를 받을까 봐 그냥 내리는 거야"
"뭐 어차피 놀러 나왔잖아"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그래 뭐 놀러 나왔지' 했지만 솔직히 조금 서운한 마음도 있죠
1등 하면 얼마나 좋아요 딴 데서 1등 못하는데
어쨌든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내다가 나중에 서예를 정말 좋아할 때
대학교를 가서 서예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있을 때에는
이런저런 관여를 하지 않으셨어요
"그냥 네 맘대로 해라"
그래서 어느 대회에 나가서 정말 운이 좋게 1등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1등에 딱 올라갔는데
제 글씨가 제가 백프로 저의 실수로 획을 잘못 쓴 거에요
한자는 획 하나만 틀려도 다른 글자가 돼버리잖아요
그래서 떨어졌죠, 그래서
'아깝다 어쩔 수 없지 뭐' 라고 생각을 했는데
저기서 어떤 심사위원분이 오셔서
제 호는 '인중'이고 저희 아버지 호는 '송민'이세요
"아, 네가 송민 선생님 딸이야?"
"네가 아쉽겠지만 이번에는 네가 아버지를 한번 살려드렸다고 생각을 해"
"네가 만약에 이 대회에서 큰 상을 받게 되면 아버지께 해가 되는 이야기가 들릴 수도 있어"
라고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그때 많이 실감을 했어요
'아,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런데 문제는 2주 뒤였어요
2주 뒤에 되게 먼 언저리에서부터 뭔가
"사실 그 대회는 송민 선생이 내정으로 딸을 올렸다가 그게 지가 잘못해서 떨어졌대"
라는 소리를 들은 거예요
저는 너무 억울하잖아요 근데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그냥 막 그때 소리를 지르면서
나는 서예가 좋은데 왜 내가
그러면 앞으로는 서예를 하지 말아야 되는 건가?
근데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에 동기부여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서예를 한다는 자체가
지금까지 30-40년 해오신 아버지의 영예에 스크래치를 긁는 불효를 저지르는 듯한 느낌도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너무너무 큰 슬럼프가 왔지만
그런 이상한 소리보다는 제가 서예를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 더 크더라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대회를 나가다가 올해 4월에 문경에서 열리는 휘호 대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때는 문경에서 열리니까 새벽부터 준비해서 아버지 몰래 나갔어요
대회를 이렇게 많은 사람과 함께 치르고
이때는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에 밖에서 선배 후배들과 놀고
그때는 거의 마을 축제 같아서 막걸리도 한잔하고 그렇게 즐겁게 기다렸는데
상권에 들어서 입선 누구, 특선 누구 이렇게 부르는데
제일 아래서부터 상을 부르잖아요
근데 입선에도 제 이름이 없고
특선도 없고, 장려상, 우수상, 2등인 최우수상에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 떨어졌다' 왜냐하면 굉장히 큰 대회거든요
'떨어졌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1등, 인중 이정화" 이렇게 올리는 거에요
너무 소름 끼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정말... 아 감사합니다
정말 막 눈물만 나고, 수상소감 뭐라고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이게 대상 이거든요 어때요? 멋있나요?
감사합니다
이 대회를 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때 저에게 여쭤보시더라고요
"선생님은 누구세요? 어떤 내용을 배웠어요?" 라고 하는데
저는 그분들의 속을 시원하게 대답을 해드릴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배운 내용을 말씀을 드리면
'아 얘 장난하나?'
약간 이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아버지께 배운 내용을 말씀을 드리자면
일단 어떤 획을 설명해 주실 때 "이 부분은 나무의 고목과 같이 써야 돼"
"그리고 이 부분은 거대한 강물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듯하게 써야 돼"
"그리고 이 부분은 물고기가 딱! 튀어 오르게 그런 느낌으로 써야 해"
이렇게 획을 이거는 세워서 쓰고 눕혀서 쓰고 이런 내용은 안 하시고
그렇게 얘기를 해주시거든요
굉장히 추상적으로 생각을 하게 해주셔서 제 마음속에 한 번 더 두드려보게 만들어요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드라이브를 가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이야, 정화야, 저 선 좀 봐! 저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이야!"
이 산에 있는 선을 보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에요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드라이브를 가면서 찍은 사진들인데
다 하늘과 산, 하늘, 산
서로를 찍지 않아요 이런 자연들만 계속 찍어요
저는 이렇게 찍으려고 멈추고
"아 아빠 여기 멋있는데" 그러면 천천히 움직여주고
그리고 저도 운전연수를 아버지한테 받으면 아버지께 이런 연수도 받았어요
제가 핸들을 딱 잡고 있으니까
"정화야 멀리 봐, 멀리 저 멀리 보고"
"앞에 있는 핸들을 네 손으로 움직이려고 하지 말고 네 마음으로 움직여봐"
"네 마음이 가는 대로 그렇게 움직여봐 그냥 그렇게 움직여야 돼"
"그 마음으로 움직여야지 손으로 움직이면 인위적이라서 안 돼"
근데 저는 뭔지 알겠는 거예요 이상한데 약간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엄청 칭찬받았거든요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까
저도 좀 자연과 마음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멋있는 자연을 보면
'아 이거는 나중에 어떠어떠한 획을 쓸 때 사용을 해야지'
이런 내용도 생각이 들고
아무리 좋은 시라고 할지라도 제 마음에 울리는 게 없으면 그 글씨를 쓸 때
그냥 이 좋은 시를 내가 예쁘게 옮겨놓는 대필자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내용을 많이 듣다가
아리랑 유랑단으로서 세계일주를 갔었는데
그때 그중에 요르단 페트라를 가는 길목이에요 이게
되게 좁아 보이는 길목이죠
이 길목을 사실 보면 굉장히 넓어요 마차도 갈 수 있는 그런 길이에요
서예를 할 때 글자 간의 획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을 해요
닿을듯 하지만 닿지 않게 하고 그 속에서 말이 움직일 수 있도록
정말 저는 이런 모습을 목격을 하고 제가 글씨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자연의 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저도 깨달았죠
그러면서 또 한 가지 든 생각은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 중에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 중에
뭔가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렸던 순간들이 있지 않았는가?
뭔가 다가가면은 확 풀릴텐데 내가 너무 무서워서 숨어있진 않았는가?
하는 그런 마음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어요
저는 아름다운 자연과 제 글씨가 하나되는 예술 그리고 하나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마도 아버지께서
"네 마음대로 해봐, 한번 어떤 것이든지 한 번 도전해봐"
그냥 만약에 아버지가 "너 이거 해! 저거 해!"
만약에 이 사진도 마찬가지로
"정화야 저거 봐봐! 저거 멋있지? 이거 봐봐! 이거 멋있지?"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뒷짐을 지어주시고
그냥 온전하게 제 모습으로 있을 수 있게 가만히 자연스럽게 두셨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서예를 사랑하고
앞으로도 더 많이 매력에 퐁당 빠질 수 있는 이유가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그러하도록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사랑할 때에도 저 자신을 대할 때도 많이 하는
제 마법 같은 주문이에요
서예가 할아버지들만 하고 그 엄청 시꺼먼 먹물로
"너 이거 해! 한 일( 一) 이거 열 번 그어!" 이런 게 아니라
서예를 하면 더 다이나믹한 감성을 지닐 수 있고
풍부하고 더 멋진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그런 서예의 매력에 저는 빠져있는데
혹시 15분 동안 잠깐 빠져보셨나요?
(네~)
저도 앞으로도 이렇게 제 마음이 움직일 때
붓이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그럴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붓과 함께 동행을 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가 주실 거죠?
(네~)
감사합니다
제 이야기를 너무너무 경청해 주시고 되게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주셔서
지금 제가 되게 행복한데
어쨌든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박수)
(박수)
반갑습니다
저는 방금 강의를 마친 이정화 양의 아버지 되는
송민 이주형입니다 반갑습니다
(박수와 환호)
오늘 내용이 '자연'이라 해서
제가 앞의 두 글자를 무위(無爲)라는 내용으로
글씨를 둘이 합작을 하자해서 제가 정했습니다만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주제가 되겠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함이 없다' '어떤 일을 억지로 함이 없다'
이런 뜻이죠
자연은 해와 달과 같이, 별과 같이
우리 주변에서 항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항상 우리를 살게 하고 또 만물을 자라게 하는 부모와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여러분들 부모가 된 입장에서 자식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많이 요구하고 싶지만
저는 해와 달과 별같이 스스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자기가 행복해하는 일을 꿈꾸며 살 수 있도록 했더니
오늘 이 자리에 와서 몇 마디 했는가 봅니다
어쨌든 여러분들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고요
무위자연(無爲自然)
여러분들도 항상 자연과 더불어 스마트폰 보다도 자연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행복한 시간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한글자막 : 조주영 (hahaseven@naver.com)
한글검수 : 최두옥 (dooook@gmail.com)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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