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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로 살아가는 것 | 주세연 경성대 외래교수 | 세바시 612회


강연 소개 : 흔히들 '자신을 사랑하라'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 걸까요? 익숙하지만 낯선 이 '사랑'이라는 것을 정의하며 저는 제가 14년 간 숨기려 했던 저의 모습을 말하고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꺠닫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처럼 살아왔던 그 시간동안 저는 삶이라는 무대 위에 서 있었지만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는 대기 불안장애와 상처들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자연스러운 제 모습 그대로를 여러분께 말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저를 더 사랑하고자 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게시일: 2015. 11. 2.




안녕하세요

저는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것에 대해서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네요

방송 3사에서요 이렇게

비슷한 소재로 해서 비슷한 시기에 이렇게 비슷한 드라마들이 나왔어요

그런데 이 3가지 드라마의 공통된 경우는 결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라는 것으로 끝이나요

'자기 내면 속의 깊은 것도 사랑해야 한다'

자 그러면

사랑해야 한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

나를 사랑한다는 것 또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건 도대체 어떤 뜻일까요?

사랑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약간 고리타분할 수도 있지만 제가 정말 스스로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제가 믿고 있는 사랑의 조건입니다

조금 생소하게 보시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사랑의 조건이 4가지로 이렇게 간단하게 나누어집니다

사례를 들어서 쉽게 설명해드릴게요

이 분 많이 좋아하시죠 너무 좋아하시죠

저도 너무 좋아하는데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포기했어요

이 분이 '유아인' 잘생긴 영화배우죠

그리고 연기도 잘하는 영화배우예요

그리고 탤런트로 인기를 끌었었구요

그리고 키도 커요, 181cm 래요

그리고 날씬해요 제 몸무게랑 비슷해요

이런 식으로 상대방이 알 수 있는 것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것

유아인 배우 자신도 알 수 있는 것

사회적 지위나 신분, 혹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겉으로 봤을 때 외형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들

이런 것들을 'OPEN-S'라고 합니다

즉,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나 주변이 모두 아는 것을 'OPEN-S'라고 하는 거예요

이것을 사랑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게 첫 번째죠

외모 보고 좋아하잖아요 안 그래요? 아닌가?




자, 그러면 다음으로 넘어갈게요

'BLIND-S'는 무엇이냐면

나는 몰라요 대상인 주체는 몰라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이 사진을 보시면 아시는 분 있나요 혹시?

저의 친군데요 프로레슬러 '김남훈'이라고

이런 분인데 이 분은 자기가 미소년인줄 알아요

그리고 굉장히 자기가 깜찍하고 귀엽고 잘생긴 줄 알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죠 우리가 느끼기에는

굉장히 괴팍하게 생겼고요 그리고 "웬 왕자병이야? 무슨 근자감이야?"

그런데 그것을 저 분에게 말할 수 있을까요?

당장 철제 의자가 날아올 것 같고 그래서 저 분에게 말할 수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우리만 알고 저 분은 몰라요

저 분은 여전히 자기가 미소년인줄 아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BLIND-S' 입니다

즉, 자기 자신은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아는 이미지

이것들을 좋아해야 이것이 사랑의 조건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두 번째 조건이고요




그 다음에 세 번째 조건은요 무엇이냐면

자신은 알아요 자기 자신만 알고 있구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거예요



살리에리 증후군이라고 대표적으로 이렇게 유명한 사례가 있는데

본인도 유명한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작곡자였는데

모차르트에 대한 시기심과 질투심으로 평생 자기를 괴롭히면서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은 자기가 모차르트보다 무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혼자서만 계속 속앓이를 한 거예요

이렇게 남에 대한 시기심이라던지 질투심이라던지 이런 것들

그리고 숨기고 싶은 과거 혹은 아픈 기억 예전에 임신을 했다던지 이런 것들

감히 자기 일기장에조차 쓸 수 없는 그런 비밀을 얘기하는 거예요

혼자만이 알고 있는 것 이것도 사랑할 수 있어야지만 사랑이에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남았죠? 4가지예요

'UNKNOWN-S' 라고 있어요

이것은 무엇이냐면 본인도 알 수 없고 외부인도 알 수 없는 거예요

이 사람 알죠? 폴 포츠예요

이 분은 일용직으로 살고 있다가 음악적인 교육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 프로에 나가서 사람들을 감동시킨 오페라를 부른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될 변화를 주변 사람들은 알 수 있었을까요?

본인은 알고 있었을까요?

이 나이에 오페라 가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그렇게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변화들

이런 것들을 사랑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이렇게 4가지를 모두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사랑은

이렇게 4가지를 사랑하려고 저는 사랑을 찾아서 헤맸어요

그런데 찾지 못했어요

까다로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을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모태솔로예요 그래서 노처녀 히스테리 막 부리고 살아요

그렇게 해서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사랑의 조건들은 자기 자신에게도 허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예요

타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이 4가지를 사랑을 해줘야 남들도 이렇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저에 대한 사랑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요 좋은 교수님이고요 훌륭한 학자예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남들도 다른 학생들도 저를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요, BLIND-S는 사람들은 저를 굉장히 답답해 해요

"아, 답답해" 그리고

그리고 제가 잘 무시를 하나봐요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나봐요

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

그래서 "쟤는 듣고도 못 들은 척 하고 그냥 간다" 이렇게 하면서

"왜 무시를 해?" 그러면서

"쟤는 공주병이야, 잘난척만 해" 이렇게도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저는 몰라요 모르는 척 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요 나머지 UNKNOWN-S

HIDDEN-S 는 제가 조금 있다 알려드릴게요

UNKNOWN-S 는 저는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서요

그 사람을 평생 기쁘게 해주면서 살고 싶어요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 그런 로맨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물론 남자만 있다면

근데 없어서 아직까지는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어요

그러면 제가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비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고 저 혼자서 끙끙 앓고 부정하고 싶었던

저의 HIDDEN-S 는 과연 무엇일까요?

저의 HIDDEN-S 는 바로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청각장애인이에요

저도 아직 믿을 수 없어요 왜냐하면 아닌 척 하고 살기 때문에

그리고 저는 2002년도에 월드컵 축제가 한창일 때

저는 대학병원에서 수 차례의 검사를 거치고 청각장애인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런데 상태가 조금 심각해서

귓속보청기가 아니라

이렇게 뿔처럼 튀어나온 그런 보청기 있죠 이런 걸 착용해야 되고 그리고

허리에는 큰 소리를 막아주는 기계를 차고 다녀야 되는 그런 정도의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의사는 당장 장애 판정 절차를 밟으라고 저에게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저는 충격을 많이 받았었죠 그렇지만 인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가 한창 월드컵 때라고 했었죠?

그런데 저의 기분은 이랬어요

밖에서는 축제가 한창이고 있는데 저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어요

갑자기 나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죠

여러분들은 만약에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것을 상실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보통 하루 정도는 집에 처박혀서 울거나 혹은 앞으로에 대해서 걱정을 하거나 이렇게 할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월드컵 축제에 가서 열심히 응원하고 방방 뛰고 놀았어요

굉장히 잘 놀았어요

그리고요 저는 거기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4강에 진출하던 날!

나에게 장애가 있어도 내 꿈은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희망적인 메시지를 꼭 저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더 심하게 놀았습니다 이러고 놀았어요 그때 제가

저는 저 때 젊었구요 어렸고 꿈 많고 그리고 유쾌하고 발랄하고

그런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이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그리고 저는 남자친구도 만들고 싶었고요, 그리고

모태솔로라고 했죠? 남자친구 만들고 싶은 게 꿈이었어요

그리고 저는 교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청각장애인이라는 포인트는 저는 정말 너무 억울한거예요


다행히도 그 때는 제가 모든 단어나 소리들을 기억을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에 약간의 눈치만 발휘하면 큰 문제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제 삶이 달라졌습니다

자 여기 보시면 이게 어딘 것 같아요?

연극 무대예요 연극 무대가 보이시죠

저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제 삶을 그때부터 연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청각장애인이 아니야 일반인이야' 그렇게 하면서

'나는 잘 들을 수 있어' 듣는 척을 하면서 살았던 거죠

가장 힘든건

학업을 마치는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보통 회의 시간에 들어가면요 남의 노트를 훔쳐봐요 뭐라고 써있는지

그리고 그걸 저는 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요

그 다음에 학교에서는 수업은 하나도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참고 도서가 있으면 그 목록을 죄다 다 뽑아와서 모두 달달 외웠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승리로 박사학위를 따게 되었습니다

(박수)

박수 너무 많이 쳐 주시네요


그래서 저는 그렇게 살았는데

최근 다시 청력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굉장히 심각해졌어요

지난 14년 동안에 연기를 하고 배우 생활을 한 덕분에

저의 청력은 이제 보청기를 하지도 못하는 그런 시기가 곧 온다고 해요


보청기를 하지도 못할 시기면 이제 제가 말을 할 수도 없는 시기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지금은 '한국어 바르게 읽기' 이런 CD를 들으면서

발음을 계속 기억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목소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저는 이 상황에서 계속 간다면 내 꿈을 연명할 수 없겠구나 라고 생각을 한거죠

그래서 저는 이제 청각장애인이라고 당당하게 세상에 밝히기로 했습니다

(박수)




제가 디자인하며 공부했던 목표는요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그런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정작 제 자신에게는 자연스럽게 몸을 만들어놓지 않고

인위적으로, 이성으로 내 자신을 통제하면서 그렇게 몸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는 자연스러움을 공부한다지만, 연구한다지만 내 몸에서는 자연스러움을 거부하고 있었던거죠

이런 이중적인 생활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삐죽하게 튀어나오는 보청기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예요

자랑스럽게 보청기를 하고 다닐 것이고요

그리고 이 방송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제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래서 저의 OPEN-S 는요

저는 청각장애인이고 주변 사람들도 제가 청각장애인인 걸 알아요


근데 이렇게 당당하게 밝히지만

사실은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요

그리고 제 꿈을 이루지 못할까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이것들도 제가 이겨내야 되는 것들이겠죠

다 제 것이에요

이 두려움도 저는 사랑할 거예요

그래서 소리를 더 잃지 않고 지금부터 소리를 공부할 거예요

그래서 그 소리들을 하나하나 모아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렇게 스토리텔링하듯 공부를 해서 그 곳에서 다시 학위를 따서요

그 과정에서 박사를 밟으며, 박사를 통과하며 제가 여기 다시 한번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박수와 환호)

감사합니다


자 여러분들도요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런 변화가 닥쳐올 수도 있어요

그리고 누구나 지금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HIDDEN-S 를 가지고 있어요

작고, 크고의 차이겠죠?


그리고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이거나 그런 아픔을 조금씩 가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들을 모두 온전하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해주세요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그렇게 받아들여줘야 하고 모든 4가지를 사랑해 주어야 해요


그리고 언젠가 본인이 늙고 병약해지고 쇠약해지면

그때 또 장애가 찾아올 수가 있어요


그런 모습까지도 본인은 다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 그렇게 본인을 사랑할 수 있어야만

타인에게 그런 모습이 왔을 때도 사랑해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저하고 오늘 이렇게 대화를 통해서

여러분들 자신의 아픔까지도 모두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청각장애인

주세연 박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ND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 듣고 잘못 옮겨 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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