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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버리고 꿈을 찾다 | 백희성 건축가 | 세바시 237회


강연 소개 : 건축가, 화가, 조각가, 작가, 과학자, 변호사 등등 우리의 꿈들은 보통명사화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체적인 직업을 정하기 전에 우리의 꿈은 동사였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요,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만드는 게 좋아요." 우리의 어릴 적 꿈은 이랬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꿈은 그림을 좋아하니 화가여야 했고,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하니 과학자여야 했으며, 만드는 게 좋으니 디자이너, 혹은 조각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직업은 꿈을 이루게 해 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게시일: 2012. 12. 31.




관객 : (박수, 환호)

안녕하세요 백희성입니다

저 프랑스 파리에서 왔고요


전 사실 여기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전 성공한 사람으로서 서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성공하지도 않았고요

그리고 사회적 성공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남들보다 좀 도전을 많이 하는 그런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여러분들하고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저도 지금 매번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한가지 메세지를 전하고 싶어서 이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오늘 강연할 주제는 '직업을 버리고 꿈을 찾다' 입니다

퇴사하라는 말은 아니예요

(웃음)




자 여러분, '꿈'이 뭔가요?

좀 추상적이긴 하죠

보통 꿈이라 그러면 의사, 변호사, 건축가 다양하죠

보통 명사화 되어있어요

근데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꿈이라는, 직업을 알기 전에

직업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 우리는 꿈이 어땠나요

보통 동사였습니다

예를 들면, 그리는게 좋아요

로봇을 만들고 싶어요

뭐가 만드는게 그냥 좋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리는게 좋으니 화가가 되어야만 했고

로봇을 만들고 싶으니 과학자가 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뭔가 만드는게 좋으니 조각가 혹은 디자이너

이런식으로 직업화 되어버렸어요

어느 순간 꿈이 직업화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꿈이 직업이 맞을까요?


제가 한 친구 얘기를 해드릴게요

이 친구는 부모가 프랑스에서 유명한 아티스트입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부터 너무 그림을 잘 그려서

주변 아티스트들이 신동이라고 막 극찬을 했어요

주변에서 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는 화가가 될 거야'

이 친구는 화가가 되었을까요?

뭐가 됐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친구는 판토마임 예술가가 됩니다

막 이렇게 하는거 있죠

우린 모두다 얘기를 했어요

'너는 꿈을 버렸다

왜냐? 너는 화가가 되고 싶지 않았느냐'

근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자기는 꿈을 버린 적이 한번도 없었답니다

지금도 그리고 있대요 허공에

그리고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붓은 손이랑 몸짓 그리고 표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친구 지금 아프리카에 있어요

아프리카에서 꿈과 희망을 잃은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다고 합니다 허공에

멋지죠 정말 꿈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직업은 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은 단지 꿈을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도구는, 하나가 될 수도 있지만

여러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꿈은 하나지만 직업은 여러 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파리에서 건축 설계를 하고 있고요

그리고 제품 및 가구 디자인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최근엔, 한국에서 조금 있으면 출간 예정인

'환상적 생각'이라는 책도 집필했습니다

거기다가 동서양 문화지에 관한 연구도 하고 있어요

모두들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직업들을 갖고 있으면

다재다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들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사실은 아니에요

여러분들도 모두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여기서, 제가 강연 때 마다 항상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인데

여기서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이 평생 하나 인 분 있어요?

분명 있겠지만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하고 싶은게 두 개, 세 개 이상일 거예요



그런데 사회는 항상 우리에게 한 가지만 집중하라고 합니다

그렇죠?

그리고 그 한가지만 집중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여러분들 누구든지 다 할 수 있어요

그 비결을 알려드리려고 여기 이 자리에 섰습니다

두 가지만 지키면 되는데요


첫 번 째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거예요

뭐에 대한 강박관념?

최고가 되어야 겠다는 강박관념

저 다양한 직업을 하고 있지만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근데 사람들은 뭔가 직업을 선택하면

거기에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쟁을 해야한다고 해요

여러분 경쟁이 뭔가요?

경쟁이라는 말은요, 같은 목적을 두고선

좀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 서로 겨루는 것을 의미해요

근데 경쟁이 항상 우리한테 주는 게 뭐에요?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

전 경쟁이 너무 싫어요

경쟁이 사실 전 더럽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항상 그 실패자 쪽에 한 명이 꼭 저였어요

근데 꼭 경쟁을 해야 될 것처럼 얘기를 해요

근데 제가 경쟁속에 허덕였을 때

저 스스로에게 물어본 대화가 있어요

"왜 달리는 거니?

최고가 되기 위해서

왜 최고가 되려는데?

최고가 되면 행복할 것 같아서

달리는 동안은 행복하지 않아?

달리는 건 경쟁이야 고통이지, 끔찍하지

만약 달리다가 최고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해?

낙오자가 될거야 상상도 하기 싫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자" 이랬어요

근데 어느 순간 경쟁에서 벗어나면 양상이 좀 다르게 변해요

"왜 달리는 거니? 행복하기 위해서

달리면 행복해?

달릴 수 있어서 행복해

달리다가 힘들 때는 어때? 그 때도 행복해?

그 때는 걷는거야 잠시 쉬면서

다시 뛸 힘을 보충하면 돼

그 사이에 누가 추월하면 어떻게 해?"

이게 제일 무서운거죠

내 결승점과 나를 지나는 사람의 결승점이 다른데

이게 어떻게 추월이야

그럼 저기 보이는 결승점은 뭔데?

그것은 모두에겐 결승점인지 몰라도 나에겐 통과지점일 뿐이야

여러분 직업이 꿈이 되는 순간, 모두가 같은 결승점을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제가 건축가니까 건축가를 예로 들어 볼게요

건축가가 꿈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됐던 결국

최고의 건축가라는 똑같은 결승점을 갖게 되요

경쟁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꿈을 조금 바꿔서 동사로 만들어버리면

직업화하지 않고 동사화하면

'난 뭔가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

그러면 건축가들과 경쟁하면서, 최고의 건축가라는 그 결승점이

저한테는 통과지점이에요, 왜냐?

그거는 내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한편의 도구니까

도구는 수 없이 많아요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너무 많아요

근데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지금 결과가 주는 행복을 위해서 경쟁 속에서 허덕이고 있어요

그런데 만약에 결과가 틀어지면 어떻게 해요?

그 땐 감당 할 수 없는 불행이 다가오죠

우리 정말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

근데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OECD 가입국 중에 자살률 1위에요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결승점이 같아서 그래요

결승점이 서로 다 달라야죠



그리고 또 하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

이외에 또 하나가 있어요

'도전에 대한 실패를 당연히 수용하기' 에요

사실, 실패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없을거에요

저도 딱히 좋아하지는 않아요

근데 지금은 실패를 즐기는 편이에요

실패가 저한테 주는 굉장히 많은 영감들이 있거든요

여러가지 직업들에 대한 도전들을 하면서

매번 처음에 만난 것들은 이 실패라는 놈이에요

여러분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실패가 오지 않을거라 생각하시는 분들 없을거에요

근데 부정하고 싶죠

제가 도전하면서, 여러번의 공모전을 많이 했는데

제가 몇번을 당선했고, 지금까지 61번을 낙방했어요

근데 정말 아니러니한 건

대부분의 지인들과 저를 아는 모든사람들

그리고 매스컴마저도 제가 당선된 거에만 초점을 맞춰요


근데 저는 당선된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61번의 낙방으로도 살아남은 저를 평가합니다

당선된 거,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요

우리가 사막을 걷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우연치 않게 오아시스를 만났어요

이게 당선이예요

오아시스에 앉아서 목을 축일 수 있어요

근데 그 오아시스를 뜯어 갈 수는 없어요

그대로 있는 거예요

근데 그 당선된 거, 그 작은 결과에 매달려서

계속 물만 마시고 있으면 사막횡단 못하죠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결국 지나가는 거예요


제가 당선이 목적이었으면 이렇게 못했어요

전 당선이 목적이 아니었어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도전을 계속 해보고 싶었고,

그 도전을 위해서 공모전이라는 걸 이용한 겁니다

그리고 가끔은 억지로 실패를 해봐요

준비없이 실패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런말 많이해요

'때론 준비없이 우린 실패를 해봐야 된다'

제가 처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제가 물감을 잔뜩 사왔어요, 화방에서

근데 뭘 하나 빠뜨렸어요 뭘 꺼 같아요?

붓, 붓이 없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근데 사실 전 그 때, 붓이 왜 필요한지 몰랐어요

붓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붓 없이도 우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면 우리한테는 손가락이 있으니까

손가락으로 그릴 수 있잖아요

태초의 원시인들처럼, 아이처럼

물감으로, 손에 물감을 묻혀서

물감의 질감과 색감을 몸으로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그림을 그리는데,

아주 세밀한 그림이랑 조금 큰 그림을 그리려고 하다 보니까

손가락이 한계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붓도 딱 2개만 사요

손가락보다 작은 거 하나, 큰 거 하나

그래서 손가락으로 그림을 막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나서 든 생각이 이거였어요

붓은 정말 위대한 거구나

붓이란 도구가 정말 위대하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세상에 모든 것들은, 모든 만물은 붓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걸 알게되었어요

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을 다양한 도구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만약에 제가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 때,

주변의 조언에 의해서 아뜰리에나 아니면 그림을 교육해주는 기관에 들어가서 그림 교육을 받았더라면

저는 남들과 똑같은 그림을 그렸고,

그리고 제가 그림을 그리고자 했었던 감정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을 거예요


준비없이 도전했고 시행착오는 많았지만

그 속에서 저는 굉장히 독특한 감정을 느끼게 됐어요



또 다른 사례가 있는데, 두 친구가 있어요

사진을 찍는 것을 하고 싶어했던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프랑수와고 한 친구는 크리스티나였어요

두 친구가 같이 시작을 했어요 사진찍는 걸

프랑수와는 제일 먼저 잡지를 구독했어요

그리고 갤러리에 갔고 수많은 사진역사 책을 뒤져보면서

사진에 대한 공부를 했어요

기술도 물론 연마를 했고요

1년이 지났을 때, 그의 사진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가끔씩 그의 사진을 보고 그 땐 그랬어요

'너의 그림은 너무 아름답다'

사진같지 않았어요 그림처럼 아름다웠어요

근데 크리스티나는 맨날 이러고 다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야 사진기를 사, 뭐가 돈이 아깝다고

사진찍고 싶다면서 왜 사진기를 안사?'

그 친구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자기가 왜 사진을 찍고싶은지 무엇을 찍고 싶은지

그거에 대한 해답이 생기기 전까지는 카메라를 사고 싶지 않다고요

6개월 동안 이러고 다녀요

처음엔 한심했죠 정말 1년 후에 그 친구의 사진을 봤는데

제가 봐도 너무 못 찍은거예요


2년이 지났어요 굉장히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프랑수와는 더이상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그리고 크리스티나는 이제서야 사진역사를 공부하고

갤러리에 가서 아티스트들과 대화를 하고

그리고 여러가지 기술들을 습득하고 했어요

아이러니하죠

두가지 타입이 보이세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빨리 이루기 위해서

먼저 기술 습득하고, 남이 준 정보를 습득했었던 프랑수와는

자기가 왜 사진을 찍고 싶어했는지 지금 기억하지 못합니다


크리스티나는 자기가 왜 사진을 찍고 싶은지

그거에 대한 고민을 먼저 했기 때문에 그것을 쌓아올렸어요

그리고 그 다음에 자기가 필요한게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걸 공부하기 시작한 거예요

크리스티나는 지금 사진 작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 보이세요?


우리가 가끔씩 실패를 충분히 겪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쩔 때는 모두가 겪는 실패라도 겪어 볼 필요가 있어요

왠지 아세요?

같은 실패를 겪는다 하더라도요 모두 다 각자 다른 경험을 얻습니다

이게 사실이예요

그런데 실패하는 순간, 아우 짜증나

이렇게 생각해 버리면 끝이에요

실패를 한 번, 샅샅이 파헤쳐보세요

굉장히 재밌는 것들이 여러분들한테 보일 겁니다


실패는 여러분들한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받아들임, 그냥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도전하면 다음 단계가 실패

실패를 딛고, 딛고, 딛고 올라가면

꽤 재밌는 상황이 벌어져요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른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제가 아까 말씀드린거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꿈은 동사, 직업은 명사

직업은 꿈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꿈과 직업은 무엇입니까?

생각해 보실 수 있겠죠?

저의 꿈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거예요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건축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기타등등

문화재는 거기에서 영감을 얻기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직업은, 저의 직업은 저는 종종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의 직업은 백희성입니다

왜냐고요?

어떤 직업도 저를 완벽하게 표현해 줄 수 없거든요

직업은 꿈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15분 이라는 강의가 굉장히 짧네요

그래서 혹시나 더 많은 것들을 말씀드리고 싶은데

혹시나 제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셨던 분들은,


환상적 생각
국내도서
저자 : 백희성
출판 : 한언 2012.12.15
상세보기



제가 개인적으로 이번에 낸 책인데 이 책을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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