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막 세바시 693회 세상을 바꾸는 용기 | 브라이언 파머 스웨덴 웁살라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강연 소개 : 세상에는 참혹한 순간에서도 용기를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시대는 바쁜 삶이나, 이기주의, 무관심해 져가는 관계와 수많은 악행속에서 진정한 희생은 드물어져만 갑니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정의와 선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은 곁에 늘 존재합니다. 영웅적 정신을 통해 정면으로 응시하고 극복하며, 고통을 감수하는 이들에 대해 들려드립니다. 그러한 영웅들을 보며 사회적 참여에 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일때도, 나치의 잔학한 대량학살을 고발하고 맞섰던 독일인이 있었는가 하면, 탈레반 무장세력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용기있게 목소리를 냈던 소녀도 있었습니다. 9.11 테러 당시 무너지는 빌딩속으로 사람들을 위해 달려가는 소방대원들도 보았고, 철로위에 떨어져있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몸을 기꺼이 던져 구한 이들도 있습니다. 삶에는 이처럼 늘 위험한 상황이 찾아오지만, 다행히도 우리 곁에는 이런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악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희망을 잃기 쉽지만, 무관심이 팽배한 어두운 삶 속에서도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게시일: 2016. 9. 12.




안녕하세요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기쁩니다


제 고향 스웨덴처럼 이 곳 대한민국도 

특별한 도덕의식이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저를 한국으로 초대한 '인디고 서원'은 시급한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생과 교사들의 커뮤니티입니다 


오늘 제 강의 주제는 그러한 사회적 참여에 관한 것으로 

참혹한 역사적 순간에 용기를 발휘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잘 모르거나 바쁜 삶을 

핑계로 시대의 악행을 지나치지만 


어떤 사람들은 개인적인 희생을 통해 

그 괴물들과 맞서 싸웁니다 


이 두 번째 유형에 대해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들은 삶에서 무식하거나 회피하면 안 되는 악행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희려 영웅적 정신을 통해 이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극복해야 하며, 고통을 감수하고 이를 정화해야 한다"




이러한 '영웅적 정신'을 발휘해 테러에 맞서 싸운 사람이 있으니 

바로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입니다 


여기 말랄라를 아는 분 계신가요?

사적으로 말고 (책이나 기사를 통해) 그녀를 아시는 분이요 


2009년 겨울, 파키스탄의 스와트 밸리에서는 

텔레반 무장세력이 수백 개 여학교에 

폭탄을 던지고 학생들의 얼굴에 염산을 뿌렸습니다 


그러자 런던 BBC 제작진은 그 스와트 밸리의 

피해 학생의 블로그를 운영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안네의 일기'처럼 말이죠 


제작진들은 블로그에 글을 써줄 지원자를 

찾아다녔지만 모두가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열한 살의 말랄라가 말했습니다 


"네! 제가 할게요"


말랄라의 첫 포스팅은 

탈레반이 TV 케이블을 차단해서 


그녀가 드라마 <나의 왕자님이 청혼하러 오실 거야>를 더는 못 보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당시의 위협적인 상황에 대한 포스팅도 있었는데요 


"하굣길에 한 남자가 '널 죽일 거야'라고 말하길래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다행히도 전화 통화 중이었는데 누군가를 위협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이후 말랄라의 활동은 점차 본격화되어 

공개적으로 여학생들의 교육권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말랄라의 삼촌은 그녀가 걱정되어 

활동을 그만두라고 하자 말랄라는 말했습니다 


"삼촌은 좋은 사람이지만 용감함의 의미를 잊은 것 같아요"


2012년 10월 9일, 말랄라가 시험을 끝내고 친구들과 노래하며 하교하던 어느 날 

무장한 두 남자가 갑자기 스쿨버스에 올라타서 외쳤습니다 


"말랄라가 누구냐? 말하지 않으면 모두 죽여버리겠다"


그는 말랄라를 찾아냈고 

말랄라는 눈을 꼭 감은 채 친구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는 곧이어 그녀의 머리와 목에 총을 쏘았습니다 


말랄라는 식물인간 상태로 일주일간 지역 병원에 있다가 

뇌 총상 전문 병원이 있는 영국 버밍엄으로 호송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났습니다 


그동안 말랄라를 위해 전 세계에서 

사랑과 지원이 넘쳤던 것을 기억합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회복을 밤새도록 기도했고 병원비를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의 수백만 국민과 모든 정당이 

그녀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뉴스위크>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라는 

표지 기사가 실렸고, <타임>지의 표지도 장식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영웅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엄청난 큰 사랑을 느낍니다 


1902년,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또 공동선을 위해, 목숨 바친 사람들을 볼 때"

"인간의 숭고한 정신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녀에게 존경을 표하게 됩니다 


제임스는 그런 영웅들이 우리가 모르는 삶의 저 깊은 곳의 진실에 다가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버린 사람들 말이죠 

이 수수께끼가 무엇인지 그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제 생각엔 세자르 차베스(Cesar Chavez)가 한 말과 상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타인을 위해 아파한다는 것이다

신이시여, 부디 우리가 인간이 되게 하소서"




또 한 명의 의식 있는 역사적인 인물은 

소피 숄(Sophie Scholl)입니다 


그녀의 이야기에 대해 아시는 분 계신가요 ?


소피는 아인슈타인의 고향인 독일 움름에서 태어났습니다 

1942년 소피는 친오빠 한스가 공부하는 뮌헨 대학에 들어갔고 

토론, 영화, 주말 하이킹을 하며 행복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자신들의 조국 나치 독일이 많은 인종에 대해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피, 한스 그리고 친구들은 

나치 정권에 대항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히틀러 정권에 대항하는 전단을 몰래 배포했고 

때론 한밤 중에 연인으로 가장하고 공공장소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전단은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누구도 히틀러에게 감히 이렇게 저항하지 못했으니까요 


소피와 한스가 여섯 번째 전단을 학교에 배포하던 어느 날 

관리인이 그들을 발견하고 체포하여 당시 히틀러 경찰서로 이송했습니다 

결국, 21살의 소피와 25살의 한스는 처형되었습니다 


10년 전, 독일인 대상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독일인' 설문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결과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독일인'으로 바흐, 베토벤, 아인슈타인에 앞서 소피와 한스가 선정되었습니다


제가 하버드 대학에서 '시민적 용기와 참여'에 관한 강의를 개설했을 당시 한 학기당 수강생이 600명을 넘곤 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그때 이후로 제 에고(ego)가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놀리는데요 

<보스턴 매거진>은 제 강의를 두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정신을 배우는 수업'이라고 하면서 

'가는 목소리의 깡마른 수도승 브라이언 파머 교수의 수업'이라고 보태더군요 

기자가 저에 대해서 어찌나 많이 알고 있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들의 영웅들이 인터뷰하다가 종종 활동까지 동참하는 걸 보면 

용기가 공포만큼이나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단, 몇몇의 경우 이런 경고 문구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절때 따라 하지 마세요"




1930년대 폴란드 가족 농장에서 아내와 함께 자녀들을 키우던 전문 예술인 비톡드 필레키가 생각납니다 

기타 연주를 즐기고, 자원봉사자 상도 받은 그는 폴란드 시골 마을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합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세계 제2차 대전이 발발했고 

비톨드는 레지스탕스(저항단체)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1년도 되기 전에, 폴란드의 한 마을이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독일이 이례적으로 잔인한 대형 수용소를 세운다는 

소문뿐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비톨드는 레지스탕트나 히틀러의 대항 세력이 

아우슈비츠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톨드는 자발적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들어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캐내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나치가 바르샤바의 유대인 수감자들을 몰아넣던 어느 날 아침, 

비톨드는 몰래 끼어들어 아우슈비츠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습니다 


며칠 후, 그가 수용소에서 보낸 첫 번째 메시지는 이랬습니다

"간수가 내 앞니를 때려서 이 두 개가 빠졌다. 피가 흘렀다"


그는 947일 동안 강제수용소에서 굶주리고, 떨고, 

고문당하면서 동료 죄수들의 자력갱생과 저항을 도모했습니다 


어느 날 밤, 그는 문을 열고 나와 탈출을 시도했고 

어깨 총상이 있었지만 무사히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비톨드는 세계 대전 동안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몇 년 뒤, 그는 소비에트 연방의 폴란드 지배에 

저항하다가 장시간 고문을 받았고 결국 처형당했습니다 

저는 비톨드의 행동에 감명받았습니다 

아우슈비츠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다니요!


"너를 두렵게 하는 그곳으로 가라"


캐나다 불교 승려인 페마 쇼드롱(Pema Chodron)의 말입니다 


용기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9.11 테러 당시 소방관들이 무역센터를 향해 돌진했듯이 말이죠 




제 수업에서는 일상생활에서의 용기도 함께 다루려고 노력합니다 

미국의 노동자 웨슬리 오트리는 딸과 함께 뉴욕 지하철에 있다가 

발작 후 철로로 떨어지는 한 남자를 목격했습니다 


웨슬리는 딸을 두고 즉시 선로로 뛰어갔지만 

남자를 올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꽉 안아 들고 철도 레일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기관사는 그들을 보고 최대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열차가 큰 소리를 내며 두 사람 위를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둘 다 다치지 않았습니다 


둘은 구조 대원이 오기까지 30분 가까이 갇혀 있었는데요 

웨슬리는 그 남자와의 대화가 평범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떨어진 남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왜 열차에 

깔려서 생면부지 남자에게 안겨 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웨슬리는 최대한 그를 안심시켰습니다 




삶에는 늘 위험한 상황이 존재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곁에는 웨슬리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훨씬 비극적인 시대의 아픔이 있을 때도 

말랄라, 소피, 비톨드 같은 사람들이 행동으로 맞섭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악에 직면해 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피폐,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이상기후 등 

개인적으로 핵 전쟁의 위협으로 상황이 심각해진다고 느끼는데 


북한과 대치 상태인 한국 입장에서는 특히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버드대 일레인 스캐리 교수의 저서<열융합 원자폭탄의 점령>을 

보면 핵 전쟁은 인간 멸종의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시대에는 희망을 잃기 쉽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하지만 말랄라니 소피,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영웅들의 존재는 

제가 깊은 절망으로 빠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그들을 통해 무관심이 팽배한 어둔 삶 속에서도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들을 통해 우리 인간이 여전히 

위대한 존재로 빛날 수 있음을요


감사합니다


--- 화면자막 직접 타이핑 ---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신 : 여러분의 '공감' 클릭은 제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