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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 세바시 705회 이런 도시, 또 없습니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인스티튜트 소장


강연 소개 : 저는 오늘 두개의 도시, 사실 하나의 도시인 서울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서울은 대부분 비슷한 빌딩과 거리를 가지고 있는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구석구석 서로 다른 역사와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이 나뉘어 지고 두 지역은 지리적인 면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모습에서도 차이가 드러납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두 지역의 유례부터 현대 모습까지 오늘 제가 들려드리겠습니다


게시일: 2016. 11. 11.




저는 오늘 두개의 도시, 사실 하나의 도시인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매우 활기찬 도시 공간입니다

왜 그런지는 정확히 짚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요 

서울의 거리와 빌딩은 대부분 비슷하게 보이지만 

2천 4백만 인구가 사는 이 거대한 도시 테크놀로지의 중심지인 서울에는 

말 그대로 강남 스타일의 힘이 고동칩니다 


서울 거리로 나서자마자 그걸 알아차리는 건 어렵겠지만, 

그 힘은 서울을 구성하는 두 도시의 갈등과 싸움에서 비롯됩니다 

여기서 두 도시란, 싸이(Pay)의 히티곡 '강남 스타일'로 유명해진 현대적인 도시, 강의 남쪽을 의미하는 '강남' 과 

오래된 거리에 오래된 건물들이 즐비한 강의 북쪽을 의미하는 '강북' 입니다 


강남은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남쪽에 있는 시끌벅적한 도심지입니다

큰 대로변, 고급 상점들, 현대적인 분위기 콘크리트와 철골, 벤츠와 페라리, 교통체증 

또한 강남은 계획된 격자모양의 아찔한 고층빌딩으로 가득합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인들은 현대적이고도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편리성이 극대화된 뉴욕이나 LA 같은 도시를 말이죠 

반면 강북에는 좀 더 인간적인 좁은 골목길,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상점, 뒷골목의 음식점 

텃밭과 머리 위로 우뚝 솟은 장엄한 산들이 있습니다 


강북은 소규모 공장들이 들어선 인간적인 공간입니다 

작은 가족 기업들이 대를 이어 신발, 셔츠, 타일, 파이프 등을 만듭니다 

이 두 도시 차이는 지리적인 면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이 두 도시 사이의 긴장과 거기에서 오는 시너지가 세계적인 창의 도시 서울에 힘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서울은 몇십 년 전에 갑자기 생겨난 도시같지만 실은 50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도시입니다 

서울은 가장 오래된 도시 중에 하나로 표면 아래에는 그 옛 모습이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남과 강북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살펴볼까요 ?

14세기 후반, 용맹한 장군 이성계에게는 그의 대도시 계획을 도와줄 믿음직한 고문 두 명이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첫 번째 고문은 무학대사였습니다 

무학대사는 공기와 산과 강의 기(氣), 즉 불교에서 말하는 

신비로운 힘을 이용한 정신적인 도시를 추구했습니다

무학대사는 유학자들이 말하는 

남북의 축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무학대사는 인왕산이 도시의 주산(主山)으로 적합하다고 봤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왕산은 동굴이 많아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하다는 것이죠 


한편 이성계의 또 다른 고문인 

유학자 정도전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무학과는 상당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엄격하고 형식적인 성리학으로 불교를 대체한 정도전은 

당나라 수도 장안처럼 거대한 남북대로가 있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서울에 대한 정도전의 구상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풍수를 참고는 했지만 명확한 남북의 축을 주장했고 

넓은 대로가 내려다보이는 북악산을 왕국의 주산으로 주장했습니다 


결국 정도전이 이겼고

장엄한 왕권을 상징하는 경복궁을 지었습니다 


반면 무학대사의 구상은 구현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인왕산은 여전히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졌고 


이성계가 죽은 후 경복궁이 유혈 충돌의 현장이 되었을 때,

그의 손자는 인간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창덕궁을 세웁니다 


옛 서울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궁 밖에는 

두 개의 '촌'이 형성되고 있었는데요 


궁궐에서 가까운 '북촌'에는 

지체 높은 양반 계급이 살았습니다 


반면 두 도시의 경계인 청계천의 남쪽의 '남촌'에는 

장인, 역관, 회계원 같은 중인들이 살았습니다 

이 두 개의 '촌'이 서울을 갈라놓은 최초의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고종을 폐위시키고 한국을 식민지로 

만든 뒤 남촌과 북촌의 관계는 뒤집힙니다


일본은 서울을 완전히 다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곳은 청계천 남쪽으로 현대적인 건물과 

전등, 미쯔코시 백화점이 채워졌습니다


젊은이들이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던 이 지역에는 

'혼마치(중앙로)'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었습니다 


반면 양반들의 도시였던 북촌은 전기불도 없이 황폐해졌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전국의 피난민들은 서울로 몰려들어 

청계천 강둑을 따라 얼기설기 판자집을 지었습니다 


강물은 분뇨와 식용기름으로 오염됐고 청계천은 빈곤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 한국이 비극을 딛고 일어서기 시작할 때

김현옥 사장은 야심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도시는 선(line)이다"

그는 부술 수 있는 것은 모두 부수고 콘크리트 건물과 

고속도로를 지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김현옥 시장은 시궁창이 된 청계천을 콘크리트로 덮어 

하수도처럼 만들고 그 위에는 고가도로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이 청계천을 대신해 남쪽의 '한강'이 서울을 나누는 새로운 경계가 되었습니다 


강의 북쪽은 '강북'이 되었고

강의 남쪽은 '강남'이 되었습니다 


강남의 농지에는 새로운 아파트가 점점 많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원래 습지와 과수원이었던 강남은 

한국인들이 꿈꿔왔던 완벽한 서구 도시가 되었습니다 


반면 강북의 옛 도시들은 정체되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최근 10년간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이 지역도 상당히 많이 변했습니다 


북촌의 인기가 높아져서 그 좁은 골목길을 

강남의 대로 보다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강북을 한번 살펴 봅시다 


개인적으로 저는 청계천 중류와 을지로입구에 늘어선 작은 공장들을 좋아합니다 


이 곳에서는 작은 부품들을 만들어서 파는

가족 기업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각 지역의 예술가들이 작업을 위해 

이곳을 찾아온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이 지역의 뒷골목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숨어있습니다 


산 중턱에는 이화마을, 개미마을처럼 지역 공동체가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벽화마을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런 벽화와 같은 예술작품은 도시의 일상에 

인간성과 감성 그리고 영속성을 불어넣습니다 


이태원의 벽 구석구석에 젋은 사람들이 

붙여놓은 독특한 스티커들이 있습니다 


한때 미국들이 주류였던 이태원에는 이제 인도인, 아랍인, 아프리카인 등 전세계인들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건너편의 강남은 매우 거대합니다 


높은 천정과 콘크리트, 유리, 골조로 만들어진 대규모의 코엑스는 

초현대적인 한류 문화와 기술로 사람들을 끌어모읍니다 


반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잠실의 롯대월드몰은 


신비로운 예술의 환상적인 공간으로, 거대한 모니터도 걸려있고 

백화점 안에는 심지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을도 있습니다 


강남이라는 초현대적 소비사회에서는 

굉장히 멋진 곳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강남 안에서도 강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압구정 근처에는 가로수로 즐비한 도로변에 부티크, 

핸드백 샵, 유럽 스타일의 카페가 늘어선 가로수길이 있습니다 


여기 작은 강북이 숨어있습니다 


강남과 강북이 서로의 공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굉장한 모순이자 역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편, 강북에는 '자하 하디드'가 만든 우주선 모양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오래된 동대문 의류도매상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강남과 강북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청계천 사이로 긴장과 경쟁과 시너지를 만들어가며 

서로 비슷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도시 안에 필요한 것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도시의 에너지와 창의성과 생산성을 충동합니다 


이것이 저를 한국에 머물도록 한 가장 큰 이유였고 

또한 우리를 전진하게 하는 힘입니다 


만약 '강남 스타일'과 '싸이(Psy)'의 힘의 원천을 알고 싶다면 

이 커다란 역동성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 두 도시의 이야기 

그리고 서울의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 화면자막 타이핑 ---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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