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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막 세바시 803회 마음치료 미술관 : 어떻게 마음으로 바라볼 것인가 | 이철환 작가, '연탄길' 저자 | 인생 강연 강의 듣기


강연 소개 : ‘마음치료 미술관’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 미술관입니다. 제가 그린 120여 장의 그림으로 구성된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저는 인간의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것은 ‘협상법’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설득법’에 대한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제언일 수도 있고 ‘성공적인 대화법’을 위한 제언일 수도 있습니다.


게시일: 2017. 8. 20.




(박수와 함성)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마음 치료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그림과 색상과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치료할 수 있고 

삶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그린 100장 가까운 그림들은 모두 제가 그린 그림들이구요 


마음으로 바라보기
국내도서
저자 : 이철환
출판 : (주)자음과모음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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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시는 곳은 판다가족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판다가족은 고래바위동굴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밤이 되면 강물처럼 흐르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어미판다는 새끼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고래바위 동굴 저 편으로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동굴 안 쪽에선 새끼들이 배고파 울고 있습니다 

일주일 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어미판다는 먹이를 구하러 나가야할텐데 

지금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어미판다도 일주일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했죠 

어깨가 축 늘어져 있습니다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붉은 여우가 말합니다 

"쟤는 틀림 없이 가짜 엄마야" 

"진짜 엄마라면 저럴리 없거든?" 

가까이 어미판다를 바라보던 파란토끼와 펭귄이 말합니다 

"가짜 엄마가 새끼 다 죽이겠다!" 

펭귄은 아무런 관심 없다는 듯 

무심히 그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붉은 늑대와 파란 토끼는 눈으로만 어미판다를 바라본 것입니다 

그들이 마음으로 바라보려 했다면 어미판다에게 다가 갔겠지요 

그리고 '왜 그러느냐'고 '너를 돕고 싶어서 그런다'고 

진심을 다해서 말했다면 

어미 판다는 자기가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말해주었을 것입니다 



펭귄이네요 

펭귄은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요? 

네, 비행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열흘 째 되는 날입니다 

어미 판다는 지금 먹이를 구하러 동굴 밖으로 나갔습니다 

어미 판다가 왜 동굴 밖으로 못 나갔는지 이유가 보이시는지요? 

눈 위에 찍힌 선명한 발자국을 사냥꾼이 보는 날에는 

자신도 새끼도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요 

어미 판다는 눈이 그치기를 기다렸던 것입니다 

눈이 그치지 않자 내린 눈이 

자신의 발자국을 덮어줄 거라고 믿으며 

눈길을 걸어나간 것이지요 


어미 판다는 먹이를 구해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 앞에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자기가 찍고 내려온 발자국 위에 

어지럽게 찍힌 사냥꾼의 발자국이 보였던 것입니다 

어미 판다는 미친듯이 고래바위동굴로 달려갔습니다 

새끼들을 불러보았지만 새끼들은 이미 온데간데 없습니다 


왜냐하면 새끼들은 줄에 묶인 채 

이미 산 하나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고래바위동굴에 앉아 어미 판다가 울고 있습니다 

저녁이 되어도 울음이 그쳐지지 않네요 

한밤 중에도 어미 판다는 울고 있습니다 



평화롭게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숲 속은 정말 평화로운 건가요? 

아니지요 

이 숲 속엔 하루 아침에 

어린 새끼 두 마리를 잃어버린 어미 판다가 살고 있습니다 

어미판다는 왜 눈만 내리면 나무 위로 올라 갈까요?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을 때마다 

자기 발자국이 찍히는데 

그 발자국을 보면 눈물이 나와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가 눈 위에 찍은 발자국 때문에 어린 새끼들이 끌려갔다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 걸을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나무 위에 올라가면 

아무 것도 먹지못해 배고프지만 견딜만 했습니다 

아, 어미 판다가 눈만 내리면 나무 위에 올라가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네요 

어미 판다의 몸 위로 눈송이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무를 내려오다 나무에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여러 날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까요 

어미 판다의 온 몸이 푸르게 멍들었네요 

고래바위동굴 바깥에 앉아 어미 판다가 울고 있습니다 

밤하늘도 예전의 밤하늘이 아닙니다 

밤하늘 가득 온통 새끼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어미 판다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어미 판다는 애썼습니다 

나무에도 다시 올라가지 않겠다고 몇 번을 다짐도 했습니다 


저녁 무렵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한밤 중 폭설로 변했습니다 

어미 판다는 숲 속 어딘가 나무에 올라가 눈을 맞고 있겠네요 

이따금씩 등 위에 쌓인 눈을 털어내기도 했는데 

어미 판다가 꼼짝을 못합니다 

어미 판다는 죽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춥고 외롭고 배가 고팠을까요? 


이듬해 봄, 고래바위동굴엔 꽃 세 송이가 피어났습니다 



제가 드린 판다의 이야기는 단지 

판다 가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나무 위에서 쓸쓸히 죽어간 어미 판다의 모습이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어미 판다를 조롱했던 숲 속 친구들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주변의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가능성 확장을 위해서 애썼던 펭귄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악날한 사냥꾼에게 끌려 간 어린 판다가 

어쩌면 우리들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복잡한 세상입니다 


하지만 이 복잡한 세상과 우리는 여전히 소통을 해야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미 판다가 우리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 보라고 말입니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엄마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 때는 언제 일까요?

엄마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엄마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까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엄마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땐

엄마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차라리 엄마와 헤어져 먼 곳에 있을 때

오랫동안 엄마를 보지 못했을 때 


문득 엄마의 얼굴이 생각나면 

그 때 엄마의 얼굴은 아주 선명하게 다가오죠 


엄마의 얼굴을 보고 싶어도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 때 

그 때 엄마의 얼굴은 가장 선명하게 다가 올 것입니다 


우리의 눈은 우리를 속이기도 하지요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지만 

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아이러니인가요?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지요 




저는 오늘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에 관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고백컨데 저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에 대한

심리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에게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라고 말씀드릴 수도 있겠습니다

첫 번째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 생각이 틀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내 생각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나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죠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시내 지하철 화장실에 갔는데요

화장실 풍경이 너무 낯설었습니다

저는 잠시 망설일 수 밖에 없었어요

'왜 이럴까?'

그러다가 화장실을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웃음)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겁니다 

후다닥 튀어나오는데 

화장실 입구에서 한 여성분과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그 분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저에게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어머, 죄송해요!" 

그리고 그 분은 남자 화장실로 쏙 들어갔습니다 

(웃음) 

이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거기 남자 화장실이예요!" 소리치고선 도망쳤습니다 

그 분에게 죄송했지요 

제가 이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는데요 

앞선 사람의 잘못된 선택은 

뒤에 오는 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집니다 


내 생각은 정말 내 생각일까요? 


아닐지도 모릅니다 

방송을 통해 들은 누군가의 견해를 

마치 내 생각으로 착각할 수도 있구요 

책을 통해 읽은 누군가의 견해를 

마치 내 생각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으로 착각하고 있는 

그 누군가의 견해가 잘못된 견해라면 

분명 나에게는 나쁜 영향을 미치겠네요 

우리는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의 생각에 때로는 의심을 품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 두 번째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루는 스무살 먹은 제 딸에게 제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너 언제 철들래?"

스무살짜리 딸 아이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스무살이 어떻게 철 들어." 

(웃음)

"아빠, 스무살 때 어땠어?"

마치 제 딸 아이는 저의 스무살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 했습니다 

(웃음)

돌이켜 생각해보았더니 

저의 20대는 찌질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웃음)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그러니 저는 제 딸에게 잘못된 질문을 하는거죠 

저는 아직 철들지 못했습니다 

혼돈이라는 시간의 강물을 건너야만 비로소 철이 드는건데 

저는 혼돈과 혼돈을 거듭하고있으니 철들리 없지요 

만일 내 아이의 생각과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한 번 입장을 바꿔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내 아이의 나이였을 때 어땠는가?'




다음으로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

세번째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 멋대로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지 않고 그에게로 다가가 진심을 다해 묻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싸우는 가장 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짐작' 이라고 합니다


짐작은 어느새 사실처럼 착각되기도 하구요

그래서 짐작은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다툼이나 파탄을 낳기도 하지요

내 멋대로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지 않고

그에게로 다가가 진심을 다해 묻는 것

어쩌면 그것은 소통의 기본이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으로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

네번째 말씀 드리겠습니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내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오직 상대방의 이야기에만 귀를 귀울여 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요

갑자기 상대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왜 였을까요?

제가 할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는 상대의 이야기 안들립니다

제가 말 할 타이밍만 계속 찾고 있습니다 

(웃음)

그러니 상대의 이야기가 들리겠습니까?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니 제가 그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어쩌면 우리는 침묵을 통해서 

무엇을 말해야하는지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 

다섯번째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음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편견 없이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의 상황을 바라보고 사물을 바라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편견이 많을수록 못마땅한 것이 많아지죠

못마땅한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행복감도 줄어듭니다

또한 편견이 많을수록 창의력과 상상력도 줄어듭니다

창의력은 똑같은 것을 다르게 바라보는 힘인데

편견으로 가득한 사람에게 창의력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미술대회 날이었습니다

학교 교문이 열리고 소방차 한 대가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 왔습니다

저는 화가가 꿈이었기 때문에 상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문제가 있었습니다

크레파스가 없었습니다

엄마한테 사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사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말도 못했습니다 

미술시간만 되면 친구들이 빌려 주었지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그 미술대회 날은 친구들이 크레파스를 안 빌려줬습니다 

왜일까요? 

소방차는 빨간색 하나로만 그려야 됩니다 

자기가 그리고 있으니 못 빌려주는 거예요 

초등학교 저학년이니까 반으로 똑 잘라주지도 못합니다 

저는 운동장 한 쪽에 우두커니 있다가

대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크레파스를 빌려 아무렇게나 그려서 냈습니다 


그런데 저와 똑같은 상황의 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도 빨간색 크레파스를 빌릴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저와 달랐습니다 

그 친구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럼 검정색 빌려줘" 

그는 검정색 크레파스를 빌려서 

소방차를 온통 검정색으로 다 칠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불조심 포스터니까 뭐라고 써야 되잖아요 

그 위에다 이렇게 큼지막하게 적었습니다 

"소방차도 불에 탄다" 

(웃음) 

이거 대단한겁니다 

창의력이 있어서 가능한겁니다 

저같은 사람은 소방차는 빨간색으로만 그려야한다는 

편견에 갖혀 있을 때, 제 친구는 

'왜 소방차는 꼭 빨간색으로만 그려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우리가 편견을 버리면 버릴수록

우리의 영토는 더 넓어지겠네요




저는 지금까지 마음으로 바라보는 법

다섯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 드립니다

지금 그림이 보이시는데요

이 풍경에서 어떤 걸 보셨는지요?

기린이 살고 있는 동물원을 보셨다면

한 번 달리 생각해보시지요

내 생각에 대한 지나친 확신, 잠시 내리고

내 짐작도 잠시 내려놓고 내 입장도 잠시 내려놓고

내 편견까지도 잠시 내려놓으면

이 그림에서 완전히 다른 풍경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철조망 안에 갖힌 것은

기린이 아니라 나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보이시나요?


기린이 철조망 바깥에 서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철조망 구멍에 정확히 눈을 맞추고

철조망 안에 갖혀있는 나를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제 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제가 선생님들께 드린 말씀이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바라보기
국내도서
저자 : 이철환
출판 : (주)자음과모음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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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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