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행복하게 혼자 사는 기술 | 조성익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 실험' 저자 | #건축 #집 #심리 | 세바시 1502회
황당 원룸 보셨어요?
싱크대와 변기가 같이 있는 그 집
어떤 천재적인 건축가가 설계를 했는지 몰라도...
실제로 1인 가구들 전체의 40 퍼센트 정도가 자기 소유가 아니고요.
월세를 내면서 이런 집에 살고 있다고 하죠.
혼자 사는 것은 이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어요.
근데 혼자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게 있죠.
진정 혼자로 살기 위해서는...
안녕하세요.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조성익입니다.
여기 혹시 혼자 사는 분들 손 들어주세요. 네 누구와 함께 사는 분들...
네 좋습니다.
누구와 함께 사는데 이제 지긋지긋해서 제발 좀 혼자 살고 싶으신 분들 , 네 좀 있고요.
현재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30% 이상이 1인 가구라고 그래요.
그리고 혼자 살지는 않더라도 나만의 자유를 꿈꾸는 여러분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그리고 결혼 늦어지고 있고 안타깝지만 이혼도 늘어나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고요. 더
그리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인데요.
이렇게 되면 파트너랑 사별하고 나서도 아주 긴 기간 동안 혼자 살아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니 나이가 많든 적든 그리고 결혼했든 안 했든 혼자서 하는 것은 이제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어요.
그래서 오늘 강연에서는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혼자 살까?
건강하게 혼자 사는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혼자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게 있죠 뭐죠? 돈? 애정? 네. 집이죠.
혼자만의 멋진 라이프 스타일을 펼칠 나만의 안락한 보금자리가 필요한데요.
여러분 가장 유명한 혼자만의 집 혼자 사는 집이 뭔지 아세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미국 작가가 지은 작은 오두막이에요.
소로는 하버드 대학을 나온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는데요.
도시를 떠나서 어느 날 1845년에 한적한 호숫가에다가 혼자만의 집을 지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책 한 권을 썼는데 이 책 이름이 월든
후대 사람들에게 '고독의 가치를 재발견시켜준 책이다.' 이렇게 평가를 받죠.
한마디로 소로는 혼자 살기의 철학자 혼자 살기 계의 소크라테스 같은 인물이에요.
그런데 여기에 대반전이 하나 숨어 있어요.
소로는 이 오두막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요?
당연히 평생 살았을 것 같죠. 그런데 딱 2년 살고 도시로 돌아왔대요.
약간 배신감이 드는 것은 저뿐?
심지어 도시에 엄청 잘 적응해 갖고요.
일도 열심히 하고, 당대 최고의 지성 시인이자 철학자 에머슨과 우정도 함께 나누면서 살았다고 합니다.
아니 요새 나는 자연인이다 한번 출연하려고 해도요. 여러분 한 5년은 산에 혼자 살아야 명함이라도 내밀어요. 그렇죠?
그런데 실은 우리는 소로의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 살면, 혼자 있고 싶어 지고요.
또 혼자서 너무 오래 있으면 외로워서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어 지죠.
저는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혼자만의 집은 이런 인간의 이중성을 받아내는 집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언젠가 혼자 사는 20대 여성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원룸에 혼자 사는데 어느 날 집에 벨이 이렇게 울렸대요.
그리고 문을 빼꼼히 열어 보니까 옆집에 사는 분이 수박을 가져왔거든요.
그래서 자기가 수박을 너무 큰걸 사서 좀 나눠 먹고 싶다고 갖고 왔다는 거예요.
이 순간 여자분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요? 너무나 큰 공포를 느꼈다고 그래요.
수박의 어떤 부분이 공포스러워요? 줄무니?
왜 이 여성분은 감사의 마음 대신 공포를 느껴야만 했을까?
그 이유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의 이웃과의 교류라는 개념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 혼자 사는 집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이상적인 집은 이런 집이에요.
방 문을 닫으면 나만의 완벽한 미 타임을 즐길 수 있고요.
그러다가 언제든지 방문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면 누군가와 교류를 할 수 있는 위 타임이 기다리고 있는 집이죠.
그건 그렇고 우리가 살면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언제죠?
남편 꼴도 보기 싫을 때, 지긋지긋할 때 그리고 엄마 잔소리 너무 막 시끄러울 때 그렇죠?
이럴 때 나만의 공간이 갖고 싶다 나만의 집에 살고 싶다 이런 꿈을 꿉니다.
자 이렇게 결심을 하고 우리가 부동산 어플로 열심히 찾고 집을 찾아보면 어떤 집들이 나올까요?
원룸, 오피스텔, 기숙사, 고시원 대부분 좁고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품질의 집들이 나와요. 그렇죠?
그리고 실제로 조사해 보니까 1인 가구들 전체의 40% 정도가 자기 소유가 아니고요.
월세를 내면서 이런 집에 살고 있다고 하죠.
당연히 지금 우리 사회가 혼자서 집을 소유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니까요.
여러분 얼마 전에 인터넷 기사가 올라온 황당 원룸 보셨어요?
싱크대와 변기가 같이 있는 그 집 어떤 천재적인 건축가가 설계를 했는지 몰라도
변기에 앉아서 밥도 먹고 공부도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죠
여러분 의자 같은 거를 구입하실 필요가 없어졌어요. 배설도 하고요.
이렇게 혼자 사는 이미지는 멋있고 쿨해졌죠. 요즘
그런데 혼자 사는 집을 생각하면 아직도 여전히 우울한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 비싼 월세를 감당하고 살아야 되는데도, 내 마음에 꼭 드는 집이 없어서 한참을 헤매야 해요.
계속 부동산도 헤매고 집이 없으니까 좀 더 싼 집 가니까 마음에 안 들고 이러다가 어떻게 되나요?
아 엄마를 좀 더 이해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리고 어떻게든지 잔소리를 참고 붙어사는 게 낫겠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되죠.
제가 건강하게 혼자 사는 방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최근에 맹그로브라고 하는 2 30대들을 위한 코리빙 하우스를 설계했기 때문이에요.
코리빙하우스라는 주거의 개념은 사실 단순합니다.
자신의 개인 방은 작게 쓰더라도 확실히 사생활을 보호받고요.
주방이나 복도 같은 시설들은 넓게 쓰는 대신에 다른 이웃들과 공유하는 거죠.
쉽게 말해서 도시의 가장 좋은 위치에 넓고 럭셔리한 집을 살고 싶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니까 이걸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겠다 함께 쓰겠다는 아이디어예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집값이 비싼 도시들, 주요 도시들에서 MZ 세대를 중심으로 해서 이런 주거가 크게 인기입니다.
관리자가 늘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넓은 거실하고 주방이 있죠.
그리고 요가 명상 같은 공동체 활동도 소개해 주니까 공유의 장점을 최대로 활용한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이렇게 소개하니까 어 괜찮은데? 이런 마음이 들죠.
그런데 제가 아 그럼 막상 코리빙에 살아보시겠어요? 이러면요 약간 걱정이 돼요. 주춤하게 만들죠.
아니 개인방은 있어서 좋긴 좋은데, 주방이나 거실 공유하는 거 좋을까?
이거 기껏 찾은 내 자유나 사생활 다 침해받는 거 아니야?
그래서 제가 여기서 설계자로 한 일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사생활 보호하는 일 그리고 서로 부담되지 않게 짧고 잦은 스침을 만드는 일이었어요.
우선 사생활 보호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는 사생활 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소리의 사생활입니다.
여러분 혼자 좋은 호텔 묵어보시면요. 오랜만에 묵어보시면 꼭 하는 행동이 있어요.
샤워하면서 노래를 부르죠.
유행가부터 시작해서 아이유 3단 고음까지 쭉 뽑아주는데요.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은 호텔이란 내 소리가 절대로 밖에 새 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서 그래요.
여러분 원룸에서 이렇게 했다가 바로 신고 들어가죠. (옆집에서)
그래서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방이 작으면 작을수록 방 사이의 벽은 더 두꺼워져야 됩니다.
이웃과의 교류도 중요한 포인트였죠.
제가 설계에 사용한 방법은 주방의 바닥을 20cm 낮추는 거였어요.
이렇게 하면 서서 요리를 하는 사람의 눈높이랑 앉아서 밥을 먹는 사람의 눈높이가 같아져요.
그러면 부담은 안 되더라도 가볍게 스쳐 지나가면서 눈인사를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거죠.
근데 솔직히 아무하고도 눈도 안 마주치고 싶은 날도 있어요.
이런 날을 위해서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갈 수 있는 우회로도 설계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서 건물이 완성됐고요.
지금 2, 30대들이 들어와서 거주를 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여러분 이쯤에서 약간 궁금해져요. 과연 저 사람이 설계한 대로 움직일까? 사람들이 2 30대가
저 사람이 2 30대까지 안 보이는데 벗어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아니긴 아닙니다.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뭐였겠어요?
제가 그 집으로 들어가서 관찰을 하는 거죠. 주방에 이렇게 숨어서요. 눈 맞추나 안 맞추나 체크하고요.
밤이면 밤마다 벽에 귀 대고 이렇게 해서 아이유 노래 들리나 안 들리나 어떤 노래 부르나 확인하는 거죠.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가 바로 신고당해서 경찰에 잡혀갈 위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못하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해 낸 방법이 우리 설계팀에 20대 디자이너 현수를 불렀어요. 그래서
"현수군 제가 월세를 좀 내줄 테니까 들어가서 이 사람들이랑 같이 살아보면서 우리 생각한 설계 아이디어대로 사람들이 움직이는지 좀 기록을 해줘"
이렇게 부탁을 했죠.
실은 전문적으로는 이것을 거주 후 평가라고 합니다.
Post Occupancy Evaluation이라고 하는 건데요.
여러분 자동차 출시하고 승차감 테스트하는 거랑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건축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집을 공급하는 사업가들 그리고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들이 여러분이 어디에서 하는지 그다지 관심은 없어요.
여하튼 현수를 특파원으로 투입하고 관찰기를 들어봤는데요.
제 생각대로 된 것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개선이 필요한 실패도 좀 있었어요.
그건 제가 가감 없이 제 책에 썼으니까 한번 확인을 해 보시고요.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집에 살고 나서 현수에게 일어난 변화예요.
어느 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요. 대준이라는 이웃이 찾아왔대요.
그리고 자기한테 레몬 파스타라는 음식의 레시피를 전수해 줬다는 거예요.
그리고 같이 음식을 나눠 먹었고요.
아니 지금 현수는 지금까지 살면서 그 새콤한 레몬을 주재료로 파스타에 넣는다는 생각을 상상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대주는 이탈리아 여행도 하고 해외 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경험한 새로운 문화를 현수에게 전수한 거죠.
한참 지나고 현수가 본인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서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이 이야기가 저는 너무 멋져서 그대로 옮겨서 읽어드릴게요.
"이곳이 삶을 전에 살던 원룸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하루를 살았는데도 하루에 발생하는 새로운 이벤트의 개수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어디서 사는가 보다 누구와 사느냐에 의해 일상의 밀도가 달라진 거죠."
여기에 오늘 제가 여러분께 들려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핵심이 있어요.
어디서 사는가 만큼이나 누구와 사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왔다.
어찌 보면 20대가 넘으면 사실은 부모로부터 배우는 것은 어느 정도 졸업을 합니다.
우리가 그리고 그때서부터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또래로부터 배우는 거죠.
그럴 때 코리빙처럼 또래가 같이 있는 집에 산다면,
집은 단순한 주거가 아니라 인생을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다고 맹그로브 같은 집이 대부분의 여러분들한테 최종적인 목적지로서의 집은 아니에요.
인생의 한 시기에 거쳐가는 징검다리 같은 집이죠.
하지만 주거 독립 같은 인생의 중요한 지점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런 집은 인생의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웃으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 주죠.
그리고 서로 시야를 확장해 주기 때문이에요.
물론 성공한 사람들이 나오는 유튜브 강의 그리고 자기 개발서 이런 거 좋기 좋죠.
그런데 이웃의 생생한 체험담을 통해서 삶을 배우면 더 실천 가능한 노하우를 알게 되는 거죠.
우리는 결국 타인과의 스침을 통해서 성장하는 것이고요.
이런 관계의 확장은 혼자 살 때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 삼요소 의, 식, 주 죠.
저는 앞으로 의식주 다음에 따라와야 하는 글자가 린 이웃 린자라고 생각을 합니다.
의식주 그리고 여기에서 린이란 학교 친구라든가 직장 동료처럼 끈적하고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아니에요.
적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에게 영감도 주고 성장해 가는 이웃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함께 할 수 있는 이웃의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질 거고요.
저는 앞으로 혼자의 시대가 지나고 린의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결국 나 혼자 사는 것이 지금 트렌드가 된 이유는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너무 한 개인을 매몰시키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기회를 별로 주지 않아서 그렇죠.
그러니 우리와 도시와 집은 한 사람의 개성, 자존감 그런 개인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서 큰 변신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도 변신을 해야 해요.
진정 혼자로 살기 위해서는 느슨한 이웃들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 어울려 사는 기술을 꼭 배워야 합니다.
꼭 2, 30대가 아니더라도요.
인생의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 예를 들어서 부모님으로 독립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헤어졌을 때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절실히 원할 때, 즉 우리 인생의 나침반이 필요한 순간에 꼭 알아야 될 기술입니다.
결론을 짓자면
건강하게 혼자 사는 기술이란 역설적이게도 함께 사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 사는 기술의 핵심은 이웃과 느슨하게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라는 겁니다.
건축가로서 저는 집과 도시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얘기를 굳게 믿어왔어요.
그런데 이번 설계를 하면서 조금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그리고 좋은 집이란 그런 사람들이 만드는 휴먼 드라마의 무대를 만드는 일이다라고요.
조금 전 얘기한 철학자 에머슨의 글을 인용하면서 마치겠습니다.
집을 가장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은 집을 찾아오는 친구들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