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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1500회 | 2030의 삶을 무너뜨리는 ‘스몰 트라우마’ | 김현수 정신과전문의, '가장 외로운 선택' 저자

2030의 삶을 무너뜨리는 ‘스몰 트라우마’ | 김현수 정신과전문의, '가장 외로운 선택' 저자 | #심리 #건강 #대화 | 세바시 1500회

 

암보다 무서운 2030 사망원인 1위?

 

쇠도 씹어먹을 나이다. 

나약하고 게을러서 차라리 군대를 다시 가 

스파게티 식으로 하는 거야.

열받은 청년이 스파게티가 아니라 스파르타식이다.

둘 중 하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우리 사회에서 스몰 트라우마를 쌓이지 않게 하는 방법은

2030의 삶을 무너뜨리는 '스몰 트라우마'

 



안녕하세요.

제가 2030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고요.

2030인 분이 나와서 얘기하면 더 좋았겠지만 2030을 많이 만나는,

많이 만나는 사람으로 우리 청년들의 이야기를 오늘 세바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코로나 시기에 특별히 큰 아픔과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세대가 

처음에는 정말 이 가게도 운영해야 되고 큰 회사도 운영해야 되는 중장년 어른들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실제 현실은 달랐어요.

여러 가지 통계 지표를 보는 저희 전문가들이 정부, 사회, 언론에 청년들이 제일 힘들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데요.

그분들이 잘 믿을까요? 믿지 않으실까요? 안 믿어요.

이태원에서 놀고 있다. 이런 얘기부터 시작해서,

청년들 일부의 그런 모습만 보고 그 얘기를 믿지 않아서 너무나 저희도 현재 답답해서

오늘 이런 자리를 빌어서라도 청년들의 아픔, 청년들의 죽음에 관해서 얘기하려고 참여했어요.

 

 

특히, 청년들의 죽음은 뭐와 관련되어 있느냐?

그것은 오늘의 주제인 소통과 관련이 깊은 것 같아요.

청년들이 외로운, 가장 외로운 그런 힘겨운 선택을 할 때, 어떤 심정이냐?

남겨놓은 유서나 또 가족분들이 이 발견한 뭐 낚서나 그 안에 이 소통의 절망을 표현한 문구들이 정말 많이 있었어요.

더 걱정되는 건 뭐냐 하면요.

작년 20대 청년 사망자가 우리나라 전체에 사실 20대 아직 죽을 이유가 별로 없죠.

그렇지만 2천7백 명이나 되는 청년이 여러 가지 이유로 죽었는데요.

그중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청년이 몇 명이냐? 절반이 넘어요.

1,400여 명의 20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두 명 중 하나예요. 

20대들에게만 사실 더 힘든 사회였고 더 특별한 재앙이 있었느냐? 이렇게 물어보면

그럴 리 없다. 다 똑같은 시대를 살았다라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

저희가 발견한 사실은 사실 2030 청년들이 더 특별한 시기를 살았다 더 힘들었다라고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가장 빨리 해고됐어요. 

2020년 초부터 가장 빨리 해고하기 제일 쉬웠어요.

'야 너는 가족이 없잖아. '

해고하기 쉬웠고, 또 가장 많이 해고됐어요.

서울의 여러 구의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해고됐어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급격하게 어려졌고요. 

 

 

카드사, 카드사에서 우리 전체 연령대 중에 누가 현금 서비스 제일 많이 그 시기에 썼느냐?

카드 돌려 막느라고, 그 현금 속 누가 제일 많이 썼느냐? 20대가 제일 많이 썼어요.

연체 20대가 제일 높았어요. 

구청에서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시기에 주거비를 지원할 테니 신청하라. 그랬을 때 몇몇 구는 깜짝 놀랐어요. 

50대 독거 남성이 주거비 지원해 달라고 하는 비율이 제일 높지 않고, 20대 여성의 비율이 제일 높았어요.

그래서 가지고 있는 예산이 모자라서 더 예산을 편성해서 이 청년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해야 되나 하는 걸 가지고 논의를 하기도 했었죠.

 

더 청년들이 멘붕이 일어난 건 뭐냐 하면, 2020년도부터 정말 많은 유명한 기업들이 공채를 중단했어요. 

나는 대학을 마치고 좋은 대학에 취업할 거야 

제대하고 좋은 대학에 취업할 거야 또 

대학원을 마치고 좋은 대학에 취업할 거야.

그런 생각을 가졌던 우리 젊은이들에게 어느 날 수시 채용 '필요하면 뽑겠다.'

그래서 굉장히 많은 청년들이 어 절망을 겪었죠. 

 

그런 데다가 알바라도 해야 되는데 알바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사람이 하던 일을 누가 하죠? 기계가 해요. 

너무나 많은 가게가 키오스크로 대신하면서 청년들에게 키오스크가 더 훌륭하다. 약속도 잘 지킨다. 고장만 안 나면 된다.

이러면서 너무나 많은 패스트푸드점 상점들이 키오스크로 교체했고,

그동안 주유소, 편의점 이런 청년들이 많이 취직하던 그 자리에도 사실 다른 분들이 이미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청년들의 취업은 이 시기에 정말 어려웠어요.

 

 

이런 게 바로 소통의 위기예요. 

'그 흔한 알바 자리 아직도 못 구했냐?'

이렇게 말하는 어른들이 현재 청년들과는 소통을 하지 않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 이 어려운 상황에서 놀고 싶어서 노는 것도 아니고요. 안 나가고 싶어서 안 나가는 것도 아니고요.

스마트폰 맨날 게임하고 영화 보는 것도 아니고 

구인 구직도 보고 다양하게 보는데,

주변에 많은 어른들이 이런 어려움을 인정하지 못하겠다. 사실 공감하기 힘들다. 이렇게 말을 할 때 

청소년들은 어떻게 내가 이렇게 이해받지 못할 수 있지?

나의 노력들이 이 사회가 어떻게 이렇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지?

이러면서 이 소통의 절망, 그러면서 굉장히 마음 아픈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몸에는 하나도 상처가 없는데요. 

이해와 인정의 부재 때문에 우리가 죽을 수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이런 것에 관해서 저희 정신의학에서 이렇게 누군과의 대화 속에서 

누군가의 만남 속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소통되지 않아서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런 트라우마를 오래전부터 스몰 트라우마, 리틀 트라우마라고 불러왔어요.

 

스몰 트라우마 small trauma


들어보셨나요? 스몰 트라우마 

네 오늘 이제 그 얘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는데요.

이런 청년들의 죽음에 관해서 언론에서는 

정신 건강의 문제다. 우울증이다. 미래 불안 취업 구직 이런 어려움 때문에 청소년들이 목숨을 끊는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만 실제로 여러 자료와 상황을 보면

"가족들과 대화가 소용이 없었다." , "이제는 이해받기를 포기했다."

해봤자 소용없는 대화 힘듬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경험의 반복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들어주지 않아서 내가 낸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이 불인정이 높은 장벽들 가슴이 타들어가는 답답함, 못났다는 기분

이런 결과들이 작지만 쌓이고 쌓이고 쌓이면 이 스몰 트라우마들이 정말 죽음도 생각하는 빅 트라우마들로 변해간다고 청년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빅 트라우마, 전쟁, 재난 이런 코로나 같은 큰 감염 재난 팬데믹 이런 트라우마 중에서 막 소나기 한 번에 다 젖는 장마 이런 거라고 한다면,

매일매일 살면서 아침에 잔소리, 점심 잔소리, 저녁 잔소리 그러면서 내가 무너지는 거 

한 번에 옷이 다 젖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지내면서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고 무너져 가는 가랑비에 옷 다 젖는 줄 모른다. 바로 이게 스몰 트라우마의 위력을 말해주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어떤 청년이 자살 시도를 해서 응급실에 의식이 혼미한 채로 왔어요.

그래서 이 청년은 현재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가족들한테 물었어요. "이 청년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됐느냐?"

가족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얘기해요.

"크게 아픈 것도 없었고요. 끼니를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이 청년을 때려서 뼈가 부러지도록 학대한 적도 없다.

근데 얘가 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가 안 간다. 얘 문제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가족들은)

 

 

청년이 깨어났어요. 청년한테 물었어요.

어떤 상처 어떤 힘든 게 있었냐? 그랬더니 매일 상처를 받았다고 얘기해요.

한 데도 부모님이 때리거나 그렇게 하진 않았지만, 마음은 시퍼렇게 멍들고

하도 시퍼렇게 멍들어서 이제 심장도 멍이 드는 상태다. 이렇게 말하면서 

출근하는 아버지가 욕하고 그러는 게 아니라 

오늘은 뭐 할 거냐?

운동하러 나가는 어머니가

누워 잊지 말아라. 밥값 언제 할 거냐.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살기 너무 힘들어서 나가서 좀 취업 준비하면서 해보겠다. 그랬더니 

지금 니 생활하는 꼴을 봐라 네가 나가면 혼자 살겠냐?

그러면서 굉장히 마음 아픈 말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 스마트폰 좀 저리 치울래?"

이런 말을 20대 중후반까지 들으니까

'내가 정말 무가치하구나 제대로 살고 있지 못했구나'

그러면서 죄책감 우울감 모욕감 낭패감이 들면서

'차라리 죽어 없어지는 것이 이 부모님들을 편안하게 해 드린 일이다'라는 생각 끝에

이런 엄청난 죽음에 대한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이 가족들의 말이요

숨이 차오를 정도로 쌓여 있는 데다가 그 말들에는 가시가 박혀 있다고 해요.

그리고 어떤 날 어떤 말들은

말이 꼭 도끼같이 느껴진대요. (나를 내리찍는)

그래서 그 도끼 같은 말을 트라우마로 계속 받다가 이런 죽음에 대한 시도를 했다고 말해줬는데,

요즘 친구들은 그걸 현타, 매일 반복된 현타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런 고문 같은 말의 상처에 자기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그 스몰 트라우마가 빅 드라마로 바뀌었다.

 

 

 

이런 친구들에게, 이런 청년들에게 이런 날카로운 말이 아니라 어떤 대화가 필요하냐 조사했어요.

어떤 대화가 필요하냐?

어떻게 하면 스몰 트라우마가 쌓이지 않고 소통이 되는 대화를 할 수 있겠냐?

별로 청년들이 오래 생각하지 않고,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금방 금방 대답하더라고요.

 

 

첫 번째 들어주는 대화가 필요하다.  다 들어주지 않는다.

조금만 내가 얘기하면 알아 알아 이러면서 따발종처럼 자기 얘기 시작하고요.

 


둘째 이게 저게 힘들다. 그러면 그게 뭐가 힘드냐 힘든 것을 인정해 주지 않고 너희 시대가 무엇이 힘드냐
정말 새로운 문명에서 좋은 물품이 많은데 열심히 하면 되는데 네가 열심히 안 해서 그렇다는 얘기 너무 힘들고요.

 

 

셋째 죽지 살기로 하면 안 되는 게 어딨니 그런 얘기 들어보셨죠?

그래서 이 기적을 일으켰던 우리 부모 세대님들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렇다.

이미 취직할 애들은 다했다. (죽기 살기로 해서) 이건 거의 비난이죠.

이런 비난에 대화도 너무 괴로워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정말 팔다리의 기운이 다 빠진다고 합니다.

 

 

정말 또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안 했으면 하는 대화는 뭐냐 하면, 네가 그렇게 사니까 내가 나갈 수도 없다.

동네 얼굴 못 내민다 동창에도 못 간다. 친척들한테도 못 간다.

네가 내 인생을 망쳤다. 

이렇게 선빵을 날리시면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선방을 날리시면

어 정말  내가 나쁜 사람이구나 그러면서 살 기운도 없어지고, 진짜 내가 짐이구나 이런 고통을 끝냈으면 좋겠다.

이런 과정들이 우리 청년들의 자애와 자살 시도가 더 늘어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요즘 만나는 청년들 중에서는

'부모는 훌륭하신데, 내가 못 난 거지

부모님 욕먹게 하지 말자. 내가 나쁜 놈이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그 방향을 바꾼 그런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자해와 자살이 더 늘어나지 않나라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또 다른 소통의 위기 관계의 위기가 찾아오는데요.

청년들이 나를 포기하겠다. 나를 버리겠다. 나를 잘 돌보는 걸 하지 않겠다. 이러면서 자신과의 관계조차 끊는 그런 위기가 온다고 합니다.

이 현상은 우리만 있는 현상은 아니고요. 

영국의 유명한 정신분석가 페어벤이 

특히 착한 사람들 착한 아이들은 부모가 나쁘냐 네가 나쁘냐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하죠?

'내가 나쁘지' 이렇게 답하는 우리 많이 봤고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 청년들이 '사회가 나쁘냐 부모가 나쁘냐 네가 나쁘냐' 그러면

더 당당하게 '사회가 나쁘고 어른들이 잘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청년들도 많지만,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제가 나쁩니다 내가 게으릅니다'라고 말하는 청년들도 많다는 거예요.

 

어떤 청년분에게 요 어른이 이런 잔소리했다고 합니다.

쇠도 씹어먹을 나이다. 힘들다고 하는 것은 나약하고 게을러서 그러는 거지.

차라리 군대를 다시 아니면 어디 좋은 극기 훈련 보내줄까?

정신만 차리면 돼.

안 되면 태평양 갖다 버릴게.

그게 바로 스파게티 식으로 하는 거야.

이렇게 말을 해서 열받은 청년이 

'스파게티가 아니라 스파르타식이다. 뭘 알려면 똑바로 알고 말해라.'

 

 

모든 청년이 강철 이빨을 가진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배우가 아닙니다.

철을 씹어 먹을 청년은 이제 없습니다. 

청년을 살리는 방법 이 둘 중 하나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우리 사회에서 

청년의 생명을 예방하는 방법, 소통의 단절 수몰 트라우마를 쌓이지 않게 하는 방법은

우리가 이 말들에 칼을 담지 않고요.

상처받는다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청년들이 자기 탓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어른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청년들은 기회를 달라고 했을 뿐인데요. 이 사회는 상처를 줄 때가 많고요.

말하고 싶은 청년 대신 저처럼 청년이 나와서 말해야 되는데 어른이 말해 주겠다.

이러면서 어른 말로 가득 채우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어른들이 여전히 주인공이고 싶어 한가 봐요.

이제는 청년들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줬으면 하는 그런 바람입니다.

소통이 되는 사회가 돼서, 우리 청년들이 주인공이 돼서,

스몰 트라우마를 받고 사는 사회가 아니라 빅 챈스를 갖는 그런 사회가 청년들에게 열리기를 희망하면서

오늘 세바시 제 발표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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