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에 필요한 세 가지 | 박승희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패션브랜드 MELOPE 대표 | #동기부여 #인생 #직장인 | 세바시 1529회
어 그래도 나름대로 대단했던 선수였어요.
앞으로 뭐 다른 일 못 하겠다.
뭐 이런 생각이 정말 강하게 박혀 있었어요.
아 나 한국에 있고 싶지 않아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라는 상태까지 가게 됐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럼프 번아웃만 1년 정도를 지내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불현듯 생각난 게 있었어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전 스케이트 선수 이었고, 지금은 MELOPE라는 브랜드를 운영을 하고 있는 박승희라고 합니다.
굉장히 떨리네요. 생각보다
일단 저를 많은 분들이 뭐 올림픽 최초의 전 종목 메달리스트 혹은 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아시는 분들이 되게 많으실 것 같은데
제 입으로 좀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저는 최초의 전 종목 메달리스트뿐만 아니라 또 최초로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을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던 그래도 나름대로 대단했던 선수였어요.
이런 저를 조금 어떻게 보면 부자라고 돈이 많겠다 막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뭐 금수저도 아니고요. 뭐 수십억 자산가도 아니고,
이런 어떻게 보면 좋은 결과를 좀 내었던 선수여서 여러 가지 과장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운영하고 있는 MELOPE은 저 이외에 직원이 한 명이에요.
저와 직원 이렇게 두 명이서 뭐 경영부터 시작해서 생산 디자인 공장까지 제가 다 다니고 있고요.
아주 굉장히 작은 작디 작은 브랜드입니다.
나름 선수 시절 제가 봐도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나갔고, 또 나름 나이는 30대지만 경력은 50대라고 생각하는 제가
어떻게 이렇게 다른 분야를 이렇게 바닥부터 시작을 하게 됐을까요?
오늘 저는 세바시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세 가지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저는 27살에 은퇴를 했어요. 굉장히 좀 이상하죠? 27살에 은퇴라고 말을 하면, 많은 분들이 좀 의아해하시는데
저는 10살 때 운동을 시작해서 17년 만에 운동을 은퇴를 했습니다.
그 당시에 제 머릿속에는 '아 이제 나이 너무 많아가지고 앞으로 뭐 다른 일 못 하겠다' 뭐 이런 생각이 정말 강하게 박혀 있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기에는 좀 늦었지 않나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제가 쇼트트랙에서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한 번 전향을 하기도 했고,
또 그때 바닥부터 시작하는 어떻게 보면 고된 역경과 좀 힘든 일들을 겪어봐서 그런지
도전을 하는 게 쉽지가 않구나라는 거를 이미 20대 때 알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은퇴를 하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저는 아주 소중한 기회로 ESMOD SEOUL이라는 패션 학교의 장학생으로 한 달 굉장히 짧지만 한 달이라는 과정을 수료를 하게 됩니다.
패션을 공부하는 학교인데요.
직접 옷도 만들어보고 또 디자인도 해보고 실전과 가장 가까운 경험들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아 내가 이 분야를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이 느낌을 그때 처음으로 느끼게 됐고요.
그렇게 한 달 과정을 수료하고 그다음 스텝을 생각하게 됩니다.
인생 이막을 성공적으로 열려면 첫 번째로는 그전까지 여러 가지 작은 도전들을 여러 번 거쳐야 합니다.
낯선 분야에 도전했기 때문에 저도 분명 이 분야가 내가 좋아하는 거는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근데 그다음에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제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뭐 대부분 아실 것 같은데 전혀 모르는 분야에 도전을 했잖아요.
너무나도 큰 두려움이 많았었고,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시간이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고, 점점 길어지면서 그렇게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가장 어두웠던 시기가 시작이 됩니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집에만 항상 있고, 또 SNS 같은 것도 하지 않고, 굉장히 우울한 시간을 보내기 시작을 했어요.
뭐 가족들과의 대화도 없어지고요.
아 나 한국에 있고 싶지 않아 라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라는 상태까지 가게 됐고 어 아무런 준비 없이 뭐 어학연수도 아니고 또 패션 공부도 아니게 그냥 영국으로 도피처럼 떠나버리게 됩니다.
정말 작은 아마 영국에서는 은퇴 후에 나이 많으신 분들이 살고 계시는 해안가의 브라이튼이라는 굉장히 작은 마을에 심지어 영국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6개월을, 영어 저 잘 못해요. 근데 함께 살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혼자 마트에 가서 뭐 하나 사는 것도 두려울 정도로 집 밖에 나가지 않았었는데요.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헬스장에 가서 혼자 등록해서 운동도 하고,
뭐 카페에서 어학연수 온 한국 선수 그러니까 한국 친구들이 저를 알아봐 주면서, 같이 조금 놀기도 하고 하면서 제가 많이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한 5개월 정도가 지났을 때였는데요
'아 나 너무 재밌다. 이제 조금 다른 데도 가보고 더 오랫동안 있어보고 싶다.'
한 찰나에 저에게 어 혹시 이게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치성 부비동염'이라는 건강 악화가 굉장히 심하게 영국에서 오게 돼요. 열이 정말 미친 듯이 오르는데, 이 볼 쪽에 염증을 빼주지 않으면 약이 들지 않는 질환이에요.
그래서 제가 뭐 하루에 8 알씩 막 해열제를 먹는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너무 아프게 치아까지 아프기 시작하면서 무서운 조금 느낌을 많이 받게 돼서
'이거 나 지금 당장 한국에 안 가면 여기서 죽을 것 같아' 막 이런 생각에 휩싸여서
뭐 뒤에 일정들이 제가 되게 많았는데, 바로 다 취소를 하고 당일 날 제가 한국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면서 급하게 한국으로 오게 돼요.
그런데 저는 분명히 이 힘든 시간을 도피하기 위해서 영국에 갔던 건데, 돌아와 보니 전혀 나아진 게 없었고, 더 나의 건강 악화만 얻게 되고 조금 더 많은 우울증과 좌절감이 많이 왔었는데요. 또 거기에 상실감까지 오게 됩니다.
그렇게 결국 힘든 시간들이 1년 정도 훌쩍 넘어가고 있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슬럼프 번아웃만 1년 정도를 지내고 있었는데요.
그러다가 제가 갑자기 불현듯 생각난 게 있었어요.
그건 제가 연극 생활에서 저를 가끔씩 즐겁게 해 줬던, 정말 그림 실력이 좋진 않지만 끄적였던 가방 디자인이었어요.
그냥 심심해서 한 번씩 끄적이고 할 게 없으니까 노트에 맨날 끄적이고 이랬었는데 음 영국에서 가방 디자인을 했을 때,
되게 아이디어들이 많이 떠오르고, 쉽게 떠오르고, 쉽게 그려지고, 했던 기억이 나서
'어 가방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 시작을 합니다.
만약에 제가 큰 성공을 바라고 그전에 작은 도전의 기회를 좀 무시했다면 인생 이막도 제가 봤을 때는 불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처럼 인생 이막은 어느 날 갑자기 가능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 후에 저는 '내가 가방을 하려면 어떤 거를 먼저 해야 될까?' 막막하잖아요.
'뭐 뭘 해야 되지?' 하고 생각을 하던 찰나에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는지 알아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서게 되는데요.
정말 생전 모르는 가죽을 만져보기 위해서 공장도 가보고, 시장도 가보고
그러다가 아 이거 내가 한번 손수 만들어 봐야겠다 생각을 하면서 공방을 찾아다니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제가 바느질부터 뭐 가죽부터 안감부터 손수 만들 수 있는 공방에 가서, 가방 제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그렸던 가방을 디자인을 해보기 시작합니다.
정말 행복하게, 어 되게 오랜만에 내가 웃으면서 행복하게 무언가를 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 가방을 하나 만드는 데 3개월이 걸렸는데요.
굉장히 오래 걸리죠?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걸리면서 만들었는데, 그 만들었을 시기가 제가 은퇴 후에 방황을 했던 시간이 벌써 2년이나 흘렀을 때였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이제 아 이거 망설이면 안 되겠다 고 1, 2년을 이렇게 날려버려? 막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런 결심을 했을 때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도전을 할 수 있게 중요한 역할을 해 준 한 모임에 나가게 돼요.
뭐 그러려고 나간 건 아닌데, 거기서 지금의 제 남편도 만나게 됐고요.
어 그때 당시에 제가 어 막내였어요.
그 모임에서 막내였고 거의 30대, 40대 정도의 분들이 계셨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도전들을 하고 계시는 걸 발견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심지어는 너무 행복해하시는 그 모습들이 저한테는 굉장히 큰 충격으로 왔고, 새로운 도전을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전환점이 되어 준 이 모임이 오프라인으로 많이 뛰고 직접 겪어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줬어요.
그 이후 저는 가죽 시장을 처음으로 혼자 돌고, 샘플실과 공장도 알아보고 했는데, 뭐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이제 막 시작했는데 한 300만 원 정도를 날려요.
초반에 가죽시장을 돌고 여러 가지를 하는데 지퍼 있잖아요. 많이들 보시는 가방에 달린 지퍼인데, 그 지퍼를 제가 생산에 맡겨야 되는데 그 지퍼를 재는 방법을 몰랐던 거예요.
길이를 재는 방법을 몰라서 몸으로 부딪혀 봐야 되니까. 그냥 제가 이렇게 재서 드렸는데 그게 잘못 나온 거죠.
그렇게 재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그래서 한 2, 300개의 지퍼를 네 이제 그 돈을 날리게 되는데, 아직도 그 지퍼는 제 사무실 옆에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저도 너무 쓰고 싶어요.
근데 어 근데 실수가 저의 실수이기도 하고 분명히 그랬지만 여러분은 어떠실 것 같아요?
저는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느낌이었고, 너무나도 큰 좌절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좀 생각의 전환을 했었는데요.
근데 이거 이런 실수들 혹은 여러 가지 다른 실수들을 지금 내가 혼자 할 때 해보지 않으면,
만약에 직원이 이렇게 많이 생겼는데 제가 그걸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모르고 뭐 어떻게 재는지도 모르고,
이런 걸 내가 몰랐다면 어땠을까 차라리 지금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 보자라는 생각의 전환을 가졌고,
저를 응원해 주게 되더라고요.
인생 이막을 열 때 필요한 마지막 한 가지는 그전에 하던 일을 하면서 얻은 결과와 깨달음입니다.
선수로서 제가 17년이라는 인생을 살면서 정말 많은 일을 겪었고 크고 작은 실패와 좌절 또 무언가를 이뤄내기도 했는데요.
제가 소치올림픽 때 있었던 일이에요.
제가 500m에서 다른 선수 때문에 넘어지면서 스테로이드를 바로 맞아야 될 정도의 부상을 입었었거든요.
음... 근데 그때 당시에는 정말 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게 아마 올림픽 때 첫 번째 종목이었는데, 앞으로 남은 경기가 세 종목이나 돼요.
근데 스테로이드를 맞으면서까지 이런 부상이면 나는 이제 끝났다 이번 올림픽이 끝났다는 생각을 하던 와중에
너무 아깝잖아요. 여러분
근데 이거를 안 되겠다 그래도 한번 시도는 해봐야겠다. 해서, 스케이트 훈련을 하지 않고 치료에만 매진을 합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다리에 분대를 감고 제가 스케이트를 신게 됐고요.
올림픽 기간이 되게 짧았는데, 결국 결과적으로는 제가 1000m와 3000m에서 금메달을 획득을 하면서 2관왕에 오르게 됐는데요.

이렇게 이러려고 제가 말한 건 아닌데 굉장히 사실 힘들었어요.
붕대를 감고 한다는 게 힘들었고, 정신력으로 정말 버티고 있었어요.
사실 근데 이런 경험들
정말 좌절과 실패와 어떻게 보면 제가 또 그걸 겪고 일어나서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이런 경험들이 없었다면
제가 혼자 방황했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더욱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도전이라는 말에 대해서 조금 새롭게 정리를 하고 싶어요.
도전이라는 단어는 무언가를 포기하고 다른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은 그동안에 살아왔던 삶의 그 많은 경험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나가는 것이고요.
힘들다고만 생각했던 순간들에 저도 모르는 사이 선수 시절 경험들을 아주 자주 떠올리고 있습니다.
작은 도전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인생 2막을 열었기 때문에 저는 또 다른 도전이나 인생 제 삼막에도 굉장히 마음이 열려 있고요.
도전을 계속하는 한 어려움에 부딪힐 가능성이나 실패의 위험도 높아지겠죠.
근데 안전하게 책상에서 배울 수 있는 일들도 세상에 굉장히 많아요.
제가 생각해도 뭐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거 많잖아요.
요즘 유튜브도 너무 잘 돼 있고, 어 근데 인생에서의 이런 좌절 실패 혹은 행복이나 즐거움 이런 것들을 책상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저는 단 한 번도 이런 감정들을 앉아서 배운 적이 없습니다.
음 몸으로 부딪히고, 확인하고, 수백 번 연습해야 이런 것들이 얻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비결인데요.
이게 비결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여러분이 인생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하시라는 말씀이에요.
뭐든지 체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은퇴하고 운동은 정말 쳐다보기도 싫어서 하지도 않았었는데, 은퇴하고 여러 가지 도전들을 거치다 보니까 체력이 굉장히 중요하구나라는 걸 지금도 느끼고 있고요.
여러분도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뭐 큰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좋아요.
작은 운동부터 시작을 하셔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것도 중요하실 것 같습니다.
도전에 성공하려면 나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잖아요
어 몸도 마음도 최상의 컨디션으로 항상 유지하시길 바라겠고요.
여러분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체력 관리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박승희였고요.
이렇게 너무 좋은 자리에서 제 긴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