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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개혁가 윤휴를 통해 바라본 오늘 | 이덕일 소장 | 세바시 40회


강연 소개 : 윤휴는 1680년 (숙종 6년)에 사약을 받고 죽은 조선 중기의 유학자입니다. 그는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시도했지만 그의 개혁은 송시열 등 노론에 의해 좌절됐습니다. 조선의 개혁가인 백호 윤휴의 삶과 사상을 소개하고, 그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게시일: 2011. 9. 4.



예,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에서 역사공부를 하고있는 이덕일이라고 합니다


오늘 제가 드릴 말씀은 여러분이 별로 익숙하지 않은 분에 관한 이야기죠

여러분 백호 윤휴 선생이라고 들어보신 분 별로 많지 않으시죠?


윤휴는 누구인가?

윤휴(尹鑴, 1607~1689)

조선 후기의 문신, 성리학자, 정치인으로, 남인의 거두이며, 청남 영수이자

예송 논쟁 당시 남인의 주요 논객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백호 윤휴 선생은 조선 후기 역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 중요한 인물이 우리 역사에서는 사형을 당하죠

사형을 당하고 나서 그 이름과 모든 존재 자체가 지금까지 거의 삼백여 년 넘게 존재 자체가 사라졌던 인물이 윤휴라는 분인데

제가 이제 최근에 『윤휴와 침묵의 제국』이라는 책을 통해서 이 백호 윤휴 선생이 어떤 분인가 라는 것을 한 번 이제 세상에 다시 알렸습니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
국내도서
저자 : 이덕일
출판 : 다산초당 201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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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백호 윤휴가 왜 중요한가

그 중요한 인물을 왜 우리는 아직까지 이름도 모르고 있었는가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그런데 백호 윤휴 선생이 살았던 때는 조선 후기 왕으로 치면 숙종 임금 때인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고 나서 조선의 지배층들은

사회혼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라는 것을 가지고 둘로 갈라지죠


하나는 학문적으로는 주자학 즉 성리학을 유일사상 체제로 만들어가지고 더욱더 백성들을 강하게 압박해서

압박한다는 것을 신분제를 양반, 중인, 상민, 노비 이렇게 나뉘어지는 신분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사회를 확 잡아가지고 나아가야 되겠다

이건 결국 무슨 이야기냐면 양반 사대부들의 계급적 이익을 강화해서 계속 조선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되겠다는 움직임의 하나였습니다


그 반면에 어떤 움직임이 있냐면 조선도 이제는 주자학, 성리학만이 아니라 다른 사상도 받아 들이고 

그리고 양반 중심의 신분제도 해체 내지는 조금 완화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양반 사대부들이 생기게 되죠


그런데 바로 이 백호 윤휴라는 분은 두 번째 흐름 그러니까 주자학만이 학문이 아니고 

그다음에 양반 지배 체제 양반 신분제 체제를 해체 내지는 완화시켜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 학자입니다


그런데 이 당시 중국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냐면 중국 남방에서 삼번의 난이라는 게 일어납니다

삼번의 난이 뭐냐면 오삼계, 경정충, 상가희라는 청나라 때 만주족이 아닌 한족 출신이 

중국 지금의 양자강 이남에 여러지역의 왕으로 봉해서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삼번의 난(三藩之亂)

1673~1681년 오삼계, 상지신, 경정충 등의 삼번이 청나라에 대해서 일으킨 반란

그러다가 청나라에서 이 세 명의 왕의 즉위를 박탈하겠다고 하니까 

중국 양자강 이남이 삽시간에 전쟁터로 변하는 것이 바로 삼번의 난입니다


이 삼번의 난이 일어나니까 백호 윤휴는 그 때까지 벼슬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상소문을 올려가지고

'지금이 바로 우리 조선군이 압록강을 건너서 북벌을 단행해야 할 때입니다'

라고 주장을 하죠

그런데 이 백호 윤휴 선생의 사고가 단지 우리가 생각할 때

북벌이 과연 가능했겠느냐

가능한 것이냐

라고들 많이 이야기하지만


중국에서 삼번의 난이라는 것이 일어나서 남방이 쑥대밭이 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는거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윤휴 선생의 북벌을 단행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백성들의 생활이 튼튼해지고 안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같이 강조했다는 겁니다


역사를 바라볼 때는 항상 민족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도 안 되고 민족의 관점과 민중의 관점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혼합시켜서 바라볼 때에 역사해석이 크게 틀리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이 백호 윤휴라는 분이 

백성 생활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이냐


이 당시에 조선이라는 나라는 양반들은 병역의 의무가 없었어요

양반들은 요즘 말로 하면 군대 안 가고 상민들만 군대에 가는 그런 체제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군대에 가는 것이 아니라 열다섯 살에서 예순 살까지 병역세, 군포라고 부르는 병역세를 매년 납부하는 것이 이 당시에는 군대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문제는 이 군포를 납부하는 대상에 양반 사대부들은 제외됬다는 점이죠


지금도 우리 사회에 보면 청문회에 나오는 여러 고위직 관리를 보면 군대 안 간 분들 상당히 많죠?

이게 다 조선후기의 이런 잘못된 유품이 지금까지 내려오는 겁니다


양반 사대부들은 병역의무가 없고 이 상놈들만 병역의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신성한 병역의무를 갖다가 아주 천것들이 하는 상놈들만 하는 아주 천한 일로 치부해왔던 조선 후기의 잘못된 사고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 백호 윤휴는 양반들도 병역세를 내야 된다

이것을 바로 이제 호포제, 내지는 구전제라고 하죠?


호포제(戶布制)

양반들에게도 군포를 징수해 양민들의 군역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


바로 이 양반들도 병역세를 다 내야 된다

그러니까 양반들이 보통 피지배층보다 부자겠죠?

이 부자들이 세금을 안 내니까 그 세금은 가난한 사람에게 씌우게 되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가난한 사람들이 그 세금을 못 견뎌서 도망가죠

도망가면 어떻게 합니까?

가족에게 대신 씌우죠?

그거를 족징이라고 하죠?


족징(族徵)

조선시대에 군역 의무자가 도피하였을 때 그 의무를 친척으로 하여금 군포로 대신 납부케 하던 일

가족에게 씌우니까 도망갈 때 한 가족을 다 데리고 도망갑니다

그러면 그 세금을 어떻게 하느냐 이웃에게 씌우죠?

이걸 갖다가 이웃 린자를 써서 린징이라고 합니다


인징(隣徵)

조선시대 도망자, 실종자, 사망자의 세금을 이웃에게 대신 부과해 징수한 세금

그러니까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이웃집이 없어졌어요

그럼 어떡합니까?

우리도 빨리 도망가야죠?


그래서 한 마을이 다 텅 비었다는 암행어사의 장계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간단하죠?

돈 많은 양반 사대부가 병역의무를 하면 되는 겁니다

군포를 내면 되는 거에요

그런데 이걸 안 냅니다


그러니까 백호 윤휴가 양반에게도 세금을 걷자라고 하니까

상당히 많은 반발이 일어나죠



그리고 또 하나는 조선의 신분제는

지금은 우리가 주민등록증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주민등록증만 가지고는 그 사람이 부자인지 뭔지 알기는 좀 어렵죠?

조금 자세히 들여다봐서 주소까지 보면 조금은 알 수 있게 됩니다만


조선시대에는 벼슬아치와 양반과 일반 상민들이 쓰는 호패가 다 달랐어요

2품 이상의 양반들은 상아로 만든 호패를 쓰죠

그리고 양반들은 뿔로 만든 호패를 쓰고

일반 상민들은 나무로 만든 호패를 씁니다



그런데 백호 윤휴는 조정에 나와 가지고 이 호패법을 철폐하고 지패법


지패법(紙牌法)

신분이 직접 드러나는 호패 대신 똑같이 종이에 신분을 적는 제도

그러니까 종이 지자를 써가지고 지금과 똑같은 그런 신분 차이를 다 무시하고 

모두가 똑같은 신분증을 갖자 라는 그런 지패법운동을 전개를 하게 되죠


그리고 또 하나

조선은 양반 사대부만 벼슬할 수 있던 나라죠?

그래서 문과고 무과고 다 양반들만 응시할 수 있는데

백호 윤휴 선생이 정권을 조정에 나와서는 북벌을 하려면 많은 장교들이 필요하다 해서 무과를 설치하는데 그 무과의 이름을

만인과 또는 만과라고 합니다


만과(萬科)

신분을 초월해 많은 수의 인원을 합격자로 뽑던 조선시대 무과시험

급제자가 만명이나 된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이 만과에는 양반뿐 만 아니라 일반 상민도 있어요

심지어 노비의 응시까지도 허락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백호 윤휴라는 분이 조정에 나와서 이러한 정책들 당시 양반 사대부들로서는 감히 꿈꾸기 어려웠던 실제 북벌을 주장하고

북벌을 하려면 백성들의 생활이 윤택해져야 되는데 윤택해지려면 바로 양반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 된다고 주장하고

신분제를 다 호패를 지패로 바꿔야한다


그러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냐면 정묘호란 때 청나라 군사들이 쳐내려 올 때 안주성을 지키고 있었는데

안주성을 지키던 평안감사가 병사들보고 나가서 싸우라고 하니까

병사들이 나무로 만든 호패를 다 끌어다가 산처럼 쌓아놨습니다

그래서 감사에게 저 호패보고 나가서 대신 싸우게 해라

그 말이 뭡니까?

왜 전쟁나면 우리를 평소에 호패에서부터 신분차별을 하면서 전쟁나면 우리보고 나가서 싸우라고 하느냐

호패보고 나가서 싸워라

그러면서 안 싸우는 바람에 삽시간에 망했다는

삽시간에 성이 점령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분제를 해체 내지는 완화해야 된다는 주장을 하게 되죠

당시 양반 사대부들이 상당히 위험한 인물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조선후기에는 오직 주자학

주자학만이 유일사상인데

백호 윤휴 선생은 '천하의 유추를 어찌 주자만 알고 나는 모른단 말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죠

이것은 조선후기의 대단히 중요한 말입니다

이 당시에 주자학이라는 학문 하나만 사상으로 만들고 나머지 사상은 전부 다 이단으로 만들려고 하던 흐름에

이런 전체주의의 경향에 반대해서 천하의 유추를 어찌 주자만 알고 나는 모른단 말이냐 라고 주장을 한 거죠

이것은 주자학의 절대성을 부인하고 주자학의 상대성을 주장한 겁니다

그러니까 사상적으로 이러한 주자학의 상대성을 주장하고 그리고 북벌을 추진하고 

그리고 이 신분제 해체 내지는 완화를 추진하고 양반들에게도 세금을 받아야 된다 라는 이러한 주장들을 하게 되죠


그런데 이 떄 중국에서 드디어 숙종 6년 무렵에 가면

삼번의 난이 초기에는 청나라가 이길 지 삼번이 이길 지 알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숙종 5-6년에 가면 드디어 삼번의 난이 거의 정벌이 되고 청나라가 이기는 것이 기정사실화 됩니다


그러니까 이 숙종이 정권을 윤휴가 속했던 남인에게서 서인으로 정권을 넘겨주게 되죠

그러니까 이 서인들이 이 백호 윤휴같은 위험한 사상을 가진 인물은 사라져야 된다고 해서 백호 윤휴를 잡아다가 궁문을 합니다

아무리 궁문을 해도 적용할 죄가 없어요

사형시키려고 하는데 사형시킬 죄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정에서 논의하다가 이 반대파의 속해있던 서인

서인 중에서도 이제 이 사람들이 나중에는 다 노론이라는 당파로 가게 되는데

뭐라고 하냐면

'성상께서 그냥 결단하시면 됩니다'

사형시킬 죄가 없는데

'그냥 성상께서 결단하셔서 죽이면 됩니다'

라고 해서 실제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내리게 되죠



그래서 백호 윤휴가 서대문 여염 집에 나와서 막 사약을 마시기 전에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약을 마시기 전에

나라에서 유학자를 쓰기 싫으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건 뭐가 있느냐

이런 말을 하고

사약을 마시고 세상을 떠나죠

그다음에

백호 윤휴를 죽인 쪽에서

백호 윤휴가 주장했던 북벌론 같은것을 전부 다

자기 자신들이 한 것으로 바꿔치기를 하고

그렇게 지금까지도 국사 교과서에서는 그렇게 가르치고 있죠


이렇게 바꿔치기를 하고

윤휴라는 이름을 완전히 역사 속에서 지워버린 겁니다

그래서 그런 역사가 지금까지도 이렇게 쭉 내려오고 있는 것인데

바로 그 당시에 실제적인 1차 사료를 가지고

백호 윤휴가 어떤 인물이었고 백호 윤휴가 주장했던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이번에 3백여 년 만에 어떻게 보면 최초로 보통 국민들과 함께 나누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죠


이 백호 윤휴라는 인물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렇게 사형을 당하면서

누구도 이제는 주자학에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하고 그런 침묵의 제국이 계속 유지가 되다가

결국은 조선이 멸망하는 지경까지 도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백호 윤휴라는 인물이 그 당시에 추구했던 가치들 상대적인 가치들

우리 사회엔 아직도 그러한 점들이 많죠


우리와 생각이 다르면 다른것이 아니라 틀렸다고 이야기 하죠?

'쟤는 생각이 틀렸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바로 지금으로부터 삼백여 년 전에도

그런 상대성을 주장했던 그러한 한 인물이 우리에게 물어보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과연 자기 자신을 사형시켰던 윤휴를 사형시켰던 그 시대와 얼마나 다른가 


라고 물어보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윤휴와 침묵의 제국
국내도서
저자 : 이덕일
출판 : 다산초당 201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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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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