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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시 854회 오래 행복하려면 평등한 연애를 하세요 | 신연정 ‘라라스쿨’ 성교육 강사 | 연애 강의 강연 영상 듣기


게시일: 2017. 11. 27.


강연 소개 : 대학생들의 로망 캠퍼스 커플 4년 차입니다. 연애를 늘 길게 하는 통에 ‘프로롱러너’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학과 내에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공식 커플이 됐는데요.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자주 싸우는 연인이었는데요. 어떻게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한 커플이 될 수 있었을까요? 오래가는 관계의 필수 조건인 “평등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라라스쿨'에 프로 연애 롱런어 신연정입니다 

(박수)


저는 대학생들의 로망 캠퍼스 커플 4년차입니다 

SNS에 보니까 이런 인기 게시물 있더라고요 

교수님들께서 원하시는 것과 다르게 우리가 실제로 조별과제로 얻는 것은 

인간에 대한 불신, 증오,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감사하게도 조별과제를 통해서 남자친구를 얻었습니다 

그 조별 과제를 내주셨던 교수님이 바로 저기에 계세요 

너무 감사한 분이죠


저희가 같은 학과내에서 꽤 긴시간 연애를 하다 보니 

지금은 교수님들까지도 모두 다 아시는 공식커플이 됐어요 

한번은 저희가 헤어질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그때 한 교수님께서 나서서 중재를 해 주시기로 했어요 

저희 커플의 은인이시죠 


친구들은 이쯤되면 비용을 받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만큼 상담을 요청하고도 있어요 

저 또한 현재 연애에 만족하고 행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부터 그냥 두근두근 설레고 행복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저희 커플도 다른 커플과 똑같이 엄청 많이 싸웠어요 

저희 커플이 가장 많이 싸웠던 주제는 '옷차림' 이었어요 

"왜 이렇게 짧은 치마 입었어?"

연애초반에 남자친구가 저한테 정말 많이 했단 말이에요

한번은 치마가 너무 짧다면서 갈아입을 바지를 사준 적도 있어요

그때는 그 바지를 보면서 사랑받고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바지를 사줄 때 이렇게 얘기 했거든요 

"연정이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 

그래서 다른 남자가 보는게 싫어"

근데도 왠지 제 마음에 불편함은 지울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즈음에 제가 성교육 강사가 됐어요 

강사 교육을 받으면서 

그때서야 불편함에 원인을 알게 됐어요 

그건 바로 '사랑이 아니라 폭력' 이기 때문이였죠 


그때까지는 데이트폭력이 

맞는것, 때리는것, 욕하는것 이렇게 물리적이고 과격한것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저한태 했던 행동은 

통제유형에 데이트폭력이였던 거죠 


데이트폭력을 그때서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 거예요 

데이트폭력을 인지하고 나서부터 저희커플은 어떻게 됐을까요? 


더 싸웠어요 엄청 싸웠죠 


남자 친구가 저를 통제하려고 할 때마다 

'지금 이러는 거 데이트 폭력 이거 알아?'

이렇게 날이 선 말투로 공격을 했거든요 


어느 날은 남자친구가 

'진짜 무슨 말만 하면 데이트폭력 이래' 

이러는 거예요 


본인도 자신의 행동이 폭력이란 걸 몰랐던 거죠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렇다는 

그래서 다른 남자가 보는게 싫다고 변명하는 남자친구한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난 니거 가 아니야"


저를 자기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다른 사람이 보는게 기분이 나빴던 거겠죠 

그때 남자친구 휴대폰에 제 전화번호가 "내거 ♡" 이렇게 저장되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이런 말을 또 덧 붙었어요 

"내 몸은 야하구 유혹적인 몸이 아닌데 

내 몸을 이상하게 보는 저 남자들이 잘못된 거잖아 

왜 나한테 뭐라고해? 엄밀히 따지면 난 피해자인데 

왜 가해자는 가만 두고 나를 단속해?

가서 저 사람들한테 뭐라고 해"

남자친구가 제 말에 충격을 받았나봐요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고 또 때로는 싸우면서 

점점 자신의 행동이 폭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시작했어요 

한 1년 반 정도 걸릴 거 같아요 


이렇게 얘기하니까 되게 금방 하루만에 있었던 일인 거 같죠?

굉장히 긴 시간 여러 일을 겪었습니다 



친구랑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 한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제가 몇 가지 사례를 들었는데요 

제 얘기를 듣던 친구가 이렇게 질문을 했어요

"근데 남자가 키스해도 돼? 이렇게 물어보면 찌질해 보이지 않아?"

저는 그 질문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스킨십이란 것 누군가 나에게 들어온다는 거잖아요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 집에 맘대로 쳐들어오지 않아요 

우리는 왜 당연한 일을 찌질한 일로 여기고 있을까요 

우리는 왜 폭력을 사랑으로 오해하게 됐을까요 


한 드라마를 보다가 우리가 폭력을 사랑으로 오해하는 이유를 깨달았어요 

남성이 무언가의 말하고 있는 여성한테 강제로 키스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우리가 기대하는 그 박력키스 바로 그 장면이 였는데요 

키스를 하자 배경음악이 흘러 나왔어요

그리고 다음화부터 둘 사이가 급속도로 진전이 됐어요 

그리고 이런 기사도 올라오더라고요 

누구 누구 커플 박력키스 폭풍 로맨스 돌입

사실은 폭풍 데이트폭력이죠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남성이 여성에게 박력있고 터프하고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리고 이런 장면들은 달달한 배경음악 멋진 카메라 앵글 각종 연출들로 로맨틱하게 묘사가 되죠

이런 장면은 모든 드라마에서 볼 수 있을만큼 흔하게 등장해요

2004년에 큰 유행을 이끌었던 한 드라마 기억 나시나요?

"미안하다 사랑한다" 라는 드라마요

되게 좋아하시네요


이 드라마의 명대사 생각나시죠?

나랑 사귈래 죽을래

이 대사에요


그때는 우리가 멋진 장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굉장히 폭력적인 그리고 위협적인 말이잖아요 

이렇게 미디어는 폭력을 멋진걸로 사랑으로 포장 시키고 있어요 


이건 영상매체 뿐만이 아니에요 

"죽어도 못 보내" 라는 노래를 잘 아실 거예요 

애절한 표정으로 노래하는 가수를 보면 

이게 무서운 노래라고 생각 못 해요 

하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하는데 

그 옛연인이 나한테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뭐? 헤어지자고? 

나 너랑 죽어도 못 헤어져

헤어질꺼면 나 찌르고가 

어짜피 못 볼 거면 그냥 죽지 뭐"


너무 소름 끼치지 않나요?


이렇게 각종 미디어가 우리를 속이고 있어요 

그리고 이 안에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거죠

우리로 하여금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하게 하는 거예요 


적극적이고 박력있고 터프하고 리드하는 모습을 남성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반대로 이끌리고 순응하고 조신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여성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죠


저도 예전에는 저랑 다른 그 여성스러운 모습을 흉내내곤 했어요 

그리고 남자 친구도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할만큼 터프한 스킨십을 시도하는 것

또 다른 남자로부터 날 보호하는 것

이런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 준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진짜 안어울리더라구요 


저희는 이렇게 미디어가 정해 놓은 사회에서 말하는 그 매력을 보여 주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너무 어색했어요 

정말 불편했어요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던 거죠 



드디어 맞는 옷을 입은 저희 커플은 어떤 모습일까요? 

매일 아침마다 남자 친구가 이렇게 도시락을 싸와요

저기 저기 있는 음료수도 직접 바나나 갈아서 만들어 오는 거예요 

이 도시락을 본 친구들은 이렇게 말해요 

"야 남녀 역할이 바뀐 거 아니야?"

하지만 저흰 알고 있어요 

앞치마는 저보다 남자친구한테 훨씬 잘 어울리는 것을요


어느 날은 남자친구가 친구를 만나고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너무 화나 철수 만나고 왔는데 제가 자기 여자친구랑 싸운 얘기했거든 

걔는 지가 하는 행동이 데이트 폭력인것도 몰라 

개구리가 올챙이적 생각을 못 하는 거죠 

(박수)

감사합니다 


저희가 아까 그 드라마를 보고 멋지다고만 생각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초등학교 때 셀로판지 실험을 했던게 생각이나요 

빨간색 셀로판지를 눈 앞에 대고 글씨를 보면 빨간색 글씨는 보이지가 않아요 

하지만 빨간색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빨간색이 없는 것은 아니죠 


지금 우리 눈앞에는 어떤 셀로판지가 있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무엇을 입을지 무엇을 말할지조차 스스로 선택하지 못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누군가가 나의 삶을 대신해서 선택해 주는 것 

내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는 것

이건 진정한 사랑이 아닌 거 같아요 

저한테는 너무 불편했어요 


평등하다는건 자유롭다는 거예요 

나 스스로 나의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거죠 

우리는 그저 내 선택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고 때로는 같이 고민할 뿐이에요 

무엇을 입든 

그리고 누구를 만나든 

그건 내 여자가 아닌 그녀의 선택이니까요


여러분 모두도 자유롭고 평등한 

그래서 행복한 연애를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전체 또는 일부가 잘못듣고 잘못 옮겨적은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글에 댓글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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