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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자막 세바시 554회 유엔에서 본 세상, 그리고 북한 | 오준 주 UN대사


강연 소개 : 여러분은 유엔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십니까? 뉴욕의 유엔 본부? 반기문 사무총장? 평화유지군? 제가 지난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한 북한인권 연설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창설 70년이 된 오늘의 유엔에서 본 세계는 어떤 모습인지, 유엔이 다루고 있는 세상의 문제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려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그중에서도 유엔 의제에 자주 오르는 북한 문제도 다시 생각해 보고요. 지구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제 민족의 문제도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남의 일이 아닙니다. 저의 북한인권 연설도 그런 배경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게시일: 2015. 4. 26.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유엔 대사니까

오늘 여러분들께 드릴 이야기를 유엔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유엔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십니까?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건물이 생각나시는 분도 있죠?

저는 저기에 매일 가서 회의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하지만

여러분들 중에서도 가 보신 분도 있으시고

'또 언젠가 한번 꼭 가 봐야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 것 같아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이 생각나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또 블루헬멧, 푸른헬멧을 쓴 유엔의 평화유지군이나

긴급구호 활동같은 것들이 떠오르시기도 하죠

유엔총회에서 매년 각국 정상들이 모여서 연설을 하는 것도 역시 익숙한 장면입니다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지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군요

이렇게 여러가지 유엔의 모습이 있듯이 유엔은 여러가지의 일을 합니다

저에게 '유엔이 무엇을 하는 곳이냐?' 물어보신다면

저는 '이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다루는 조직이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면 이 세상에는 무슨 문제들이 있습니까?

유엔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함께 살지 못하고

싸우고 전쟁을 한다는 문제입니다

인간은 먹어야 살기 때문에 오랜 옛날부터 먹을 것을 두고 싸우기도 했고요

또 국가를 만든 이후에는

재산이나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서 싸움과 전쟁을 했습니다

보다 근래에 와서는 신앙이나 공산주의와 같은 이념 때문에 전쟁을 하기도 하죠

전쟁을 할 때에는, 싸움을 할 때에는 이겨야 되기 때문에

우리 인류는 무기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처음에는 창이나 칼 같은 초보적인 무기를 썼지만

후에는 총이나 대포와 같은 무기를 발전시켰고

보다 근세에 와서는 전투기나 미사일 같은 무기도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는 핵무기를 개발하였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핵무기의 사용으로 끝이 났다는 것은 여러분들도 다 잘 아시는 일이죠

유엔은 인류가 이렇게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우리 후세들을 전쟁의 참화로부터 구하겠다는 공동의 신념으로 만든 국제기구입니다

세계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집단 안보의 개념을 도입하고

전세계 각국의 무기를 감축하는, 무기를 줄이는 그런 노력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2차 대전 후에 한 번도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죠

그러나 무기의 감축은 순조롭지 않아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강대국과 그렇지 못한 약소국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졌습니다

군사력이 약하면서도 투쟁의식에 고취된 그런 집단들은 테러까지도 사용하게 되었죠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테러나 폭력적 극단주의 또는 대량학살 같은 위협이

전통적인 전쟁의 위협보다 더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두번째 문제들은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있습니다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 그러니까 20억이 넘는 사람들은

하루에 2불, 우리 돈으로 하면 한달에 7만원 이하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오랜 옛날 사냥과 채집에 의존해서 살 때에는

그날 구한 것을 그날 먹고 살았기 때문에

특별히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었죠

그러나 인류가 정착해서 농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식량과 자원을 비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식량과 자원을 어떻게 나누느냐하는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왕이나 귀족같은 절대권력을 가진 계층이

식량과 자원의 분배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자유시장 경제가 도입되면서

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부의 분배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쟁의 승자와 패자 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사회적인 불평등의 문제가 대두되었죠

어떤 사람들은 국가가 직접 나서서 부의 분배를 통제한다면

보다 공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공산주의의 이념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공산주의는 실패했죠

공산주의가 주장한 많은 개념 중에 일부는

오늘 날 정부의 소득재분배라든지 사회복지라든지하는 개념으로

대부분의 민주국가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의 또는 국가 안에서의 빈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져서

오늘날에는 전세계 인구 중에 1%의 부유층이 전세계 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엔은 인류가 공동으로 번영과 복지를 누리지 못한다면

세계 평화도 유지되기 어렵다는 신념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많은 개발협력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금년까지 적용되어 온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 개발 목표'라고 하죠

이러한 것이 유엔의 개발 노력의 대표적인 예가 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국가 간의 개발을 위한 무한 경쟁은

우리 하나뿐인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환경을 고려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그런 개발이어야만 지속가능하다는 뜻에서

Sustainable Development, 지속가능한 개발이

현재 유엔에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세상의 문제는

인권과 존엄성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데에 있습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확보되어야 합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가서 혼자 사는 사람은

존엄성이 훼손될 리도 없고 인권이 침해될 리도 없겠죠

국가는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조직입니다

국가는 합법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고

국민들이 잘못하면 감옥에 투옥시키거나 심지어 사형도 시킬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국가의 지배 계층이 국민들의 생사 여타를 결정할 수 있었지만

점점 더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확대되면서

인권의 개념이 자리를 잡게 됐죠

인권은 세계인권선언의 제 1조에 나와 있듯이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의 세계에서 인권침해는 흔히 일어납니다

인권침해는 가정에서도 일어나고 직장에서도 일어나고 학교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는 국가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정당한 절차없이

국민들을 감옥에 투옥시키거나 고문하거나

심지어 대량학살을 하는 그런 사태들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엔은 이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유엔인권이사회를 중심으로 해서 이러한 인권 침해를 막고

전 세계 인류의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권의사회 뿐 아니라

유엔총회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한반도에서는 규모는 작지만 저는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문제들이

한반도에서도 그런 문제들의 축소판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민족은 수천 년을 한반도에서 한 나라를 이루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70년 전에 남과 북이 분단되었고

동족상잔의 전쟁도 치뤘습니다

남북한 간의 군사적인 대립은 오늘 날도 계속되고 있고

북한은 최근에는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해서

우리 한국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전세계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죠

이 사진의 왼쪽 사진에서 보시듯이

야간에 위성사진을 찍으면 북한에는 불빛이 거의 없어서

마치 우리 한국이 섬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남북한 간의 경제적인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고

오늘 날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북한의 20배

한국의 무역규모는 북한의 150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원래는 같은 민족인 우리 한국과 북한은

왜 이렇게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일까요?

저는 여기서 Governance

즉 국가 통치와 제도의 문제를 우리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발전에, 한 국가의 발전에 거버넌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려면

지난 70년 간 남북한에서 일어난 변화가 바로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개방과 개혁을 통해서 국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날의 북한은 그렇게 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과 사회에 필요한 개방과 개혁이

북한 정권의 유지에는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을 탄압하고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야기되었죠

유엔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지난 10년 간 다루어 왔습니다

그런데 여기 사진에서 보이는 이 북한 인권보고서는

작년도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인데

이 보고서에서 북한 인권 상황은 인류에 대한 범죄가 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보고했기 때문에

북한 인권이 새로운 차원의 논의를 맞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작년 12월 22일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유엔안보리에 제기되었고

저는 거기서 유엔 대사 안보리에서의 마지막 임무로서

우리 동포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 참상을 논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세계의 흐름과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끝없이 넓고 광대한 공간 속에 길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우리는 지구 위의 21세기 초 동아시아 그 중에도 한반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오래 전에 이 땅에 자리를 잡고

여러가지 어려움과 고난을 극복하면서

우리민족의 역사와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켰습니다

70년 전에 나라를 되찾은 후 우리는 대한민국을 건국하였고

되찾은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온 국민이 힘을 합쳐서 모두 함께 뛰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 성장과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습니다

이러한 기적은 저의 부모님 세대, 또 어떤 분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한분 한분의 희망과 좌절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가족과 민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들의 차례입니다

우리 세대가 그동안 국가의 발전과 성장을 한 단계 높이면서도

뒤쳐지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모두를 배려해서

모두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동포도 잊지 말고 이산 가족의 눈물을 닦아드리고

남과 북이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와 이 땅을 우리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때

우리가 그들에게 우리의 몫을 다하였다고 이야기하고

그들도 잘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는

그렇게 말없이 통하는 미소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것이

저와 여러분의 소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글자막 : 홍민준 (hmj2815@naver.com) 자막검수 : 최두옥 (dooook@gmail.com)






이 글은 청각을 잃은 제 친구를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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