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시 뚜렛이 뭔지 아세요? 보통 틱장애라고 말하는 건데요.
- 여자친구가 제 어깨에 머리를 대려는 순간 어깨로 팡하고 쳤어요.
- 또 한번은 뽀뽀를 하려고 다가오니까 얼굴 팡하고 받아버렸어요.
- 틱이에요.
- 여자친구는 코피를 보고야 말았답니다.
- 결국에는 등 돌리고 자더라고요.
- 여러분 혹시 이 느낌을 알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뚜렛이랑 같이 살고 있는 이건희입니다.
혹시 뚜렛이 뭔지 아세요? 보통 틱장애라고 말하는 건데요.
네 이것처럼 갑자기 '악' 소리를 내거나 아니면 목을 꺾는 '틱'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지금 세바시를 하면서도 갑자기 틱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여러분 오징어 게임 보셨어요?
전 너무 재밌게 봤는데요. 거기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게임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거 보면서 같이 보던 여자친구한테 이렇게 얘기했어요.
'자기야 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 나갔으면 제일 먼저 총에 맞아 죽었을 거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앙 빵! 이렇게 해요. 오징어 게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저는 어렸을 때 실제로 이런 추억이 있어요. 뭐냐 하면 바로 숨바꼭질이에요.
저는 이 놀이를 너무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싫어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술래를 하면 다 알고 도망가고 또 숨어 있으면 바로 잡히고,
나중에는 친구들이 나랑 하면 재미없다고 껴주지도 않더라고요.
사실 저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유명해졌어요.
물어보살 아시죠? 서장훈 씨하고 이수근 씨가 하시는
그 프로그램을 많은 분들이 보셨기 때문에 이제는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변한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먼저 제가 가지고 있는 뚜렛증후군에 대해서 설명해 드릴게요.
뚜렛증후군은 본인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음성 팁과 행동 틱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는 장애를 말해요.
저는 이 뚜레 두건을 갖고 산 지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목을 심하게 꺾는 틱 때문에 목이 부러져서 티타늄을 4개나 삽입하는 큰 수술을 두 번이나 했어요.
근데 더 무서운 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거예요.
아프네요.
멈추지 않는 특 때문에 전신에 마비가 심해지고 있어요. 저는 지금
저는 원래 우리나라 택견 챔피언이었는데 지금은 걷는 것도 힘들답니다.
그런데 저한테 정말로 괴로운 건 운동 틱이 아니에요. 바로 이 음성 틱이에요.
제 음성 틱은 소리도 너무 크고 참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제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다 엄청 깜짝 놀라요.
사람들은 제가 일부러 소리를 내는 줄 아나 봐요.
덩치가 큰 남자가 크게 소리까지 내니까 위화감이 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제가 소리를 낼 때마다 사람들을 쳐다보면 전 너무 위축돼요.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그럴 때는 정말 숨고 싶어요.
이것 때문에 어디를 마음대로 갈 수도 없어요.
여러분도 지금 코로나 때문에 많이 불편하시죠?
저는 평생에 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였어요.
저는 맘 편하게 외식해 보는 게 소원이에요.
식당이나 카페를 가려고 하면 저는 사장님이나 오는 손님들한테 일일이 다 양해를 구해야 돼요.
죄송한데요. 제가 소리 내는 병이 있어서 그런데 양해 좀 부탁드릴게요.
하지만 계속계속 바뀌는 손님들한테 다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웬만하면 그런 자리를 아예 안 가요.
하루는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내가 어디는 가고 어디는 가지 말아야 될까? 그랬더니 친구는
"야 솔직히 네가 도서관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
"그래 도서관은 좀 그렇겠지?"
"야 그럼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데?"
여러분 저는 도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건가요?
얼마 전에 대형 쇼핑몰에 갔었어요.
저는 사람들이 없을 줄 알고 일부러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모든 점원들이 이러고 첫 손님을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저는 틱을 꾹 참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어요. 정말 틱이 미친 듯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어요.
에스켈레이터에서 타고 이렇게 올라가다가 추위에 거의 다 달았을 때 이렇게 소리를 냈더니 모든 첫 손님만을 정말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모든 점원들이 저를 쳐다봤어요.
심지어 보안 요원들까지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뛰어온 거 있죠. 저는 정말 창피했어요.
평소에는 담담했던 여자친구도 이번에는 충격적이었나 봐요.
제 귓속에다가 "야 틱돌이 용감하다."
그래서 제가 자꾸 난 용감한 게 아니라 용감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시선이 힘든 거야.
이런 저를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걱정해 온 분은 바로 저희 어머님이세요.
어렸을 때 자다가 뭔가 얼굴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아서 잠에서 깨면, 어머님께서 눈물 흘리면서 기도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저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어머님이 걱정하시니까 이런저런 치료를 진짜 안 받아본 게 없는 것 같아요.
나를 어떻게든 고쳐보겠다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 내가 한번 고쳐보고 싶다 하시는 분도 있었고,
다 나오면 그때 돈 주세요 하는 분도 있었어요.
결국에는 전 낳지 않았어요. 하지만 돈은 냈죠.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치료를 안 받을 것 같아요.
우린 너무 힘들었거든요.
엄마 충분히 할 만큼 하셨어요.
이제 그만하셔도 돼요.
제가 사람들한테 말한다고 제 고통이 줄어든다면 저는 진짜 확성기를 들고
"저 뚜렛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하고 소문내고 다니겠어요.
하지만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된다는 말은 저한테는 해당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제 고통은 말하면 말할수록 "야 건희야 힘들겠구나" 하면서 슬퍼해주는 사람만 많아지고 내 고통은 절대 반으로 줄어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한테 아파도 아프다고 하지 않아요.
이제 다른 얘기 한번 해볼까요? 많은 분들이 제 연애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얘기를 한번 해볼까 해요. 그때 물어보세요.
방송 나갔을 때 많은 분들이 메일을 보내주셨어요.
그중에 메일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다들 후원에 대한 내용으로 저한테 연락을 줬었는데, 이 사람은 저의 재활을 돕겠다고 메일을 보내왔어요.
이 정도의 도움은 받아도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왜?
제가 나중에 사면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그렇게 만나게 돼서 운동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그러다 보니 지금 이렇게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하고 있네요.
그때 그 메일을 열지 않았었더라면, 한 번은 여자친구가 이런 일이 있었어요.
보통 연인들은 800일을 해주곤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800일을 해주려고 했는데, 저한테 쉽지 않더라고요.
여자친구가 제 어깨에 머리를 대려는 순간 어깨를 팡하고 쳤어요. 틱이해요.
또 한 번은 뽀뽀를 하려고 다가오니까 얼굴 팡 하고 받아버렸어요.
여자친구는 코피를 보고야 말았답니다.
결국에는 등 돌리고 자더라고요.
여러분 혹시 이 느낌을 알까요?
그 이후로도 여자친구가 뽀뽀를 하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저는
"들어와 들어와 자신 있으면 들어와"
이렇게 장난을 취급을 한답니다.
근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저는 당연히 병이기 때문에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병이라는 걸 알면서도 여자친구 입장에선 제가 막 이렇게 팍 치고 이러고 그러니까 서운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도 너무 답답해요.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안 되니까요.
이 병이 이런 거예요.
저희 커플은 1년 반을 만나면서 외식을 10번도 못 해봤어요.
외식? 저 너무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받는 차가운 시선들을 여자친구에게까지 받게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용기를 내서 어렵게 나가도 손님이 없는 음식점만 찾다 찾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곤 한답니다.
남들은 쉽게 할 수 있는 건데 우리한테는 왜 이렇게 힘들까요?
솔직히 저는 낳는 거 이제 포기했어요. 왜냐면 너무 지쳤거든요. 그렇지만 저도 살아야 되잖아요.
그래서 장애인이 되려고요.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거? 저 어차피 지하철 못 타요.
차 싸게 살 수 있는 거? 저 어차피 이렇게 하는 행동 때문에 행동틱 때문에 운전 못해요.
근데 제가 37년을 비장애인으로 살아왔는데, 왜 이제 와서 장애인이 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세요?
저는 지금 장애인이 아니라서 뚜렛 증후군 때문에 느끼는 불편함을 어디에도 호소할 수가 없어요.
제가 장애인이 되려는 이유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 위함입니다. 그게 다예요.
하지만 올해 4월부터 뚜레 출근도 장애 등록이 가능해졌는데,
저는 두 번이나 결정 보류 통보를 받고 현재 행정심판 소송 중에 있어요.
제가 장애 등록이 이렇게 힘든 이유는 뚜렛 증후군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안타깝게도 저는 뚜렛에 대한 정보가 없는 이 시대에 뚜렛 증후군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겪는 뚜렷 지그는 장애인 비장애인 그 어디에도 해당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마치 또 하나의 다른 제3의 존재 같아요.
저는 이런 적이 있었어요. 제가 마비 때문에 재활 운동을 하려고 집 근처 헬스장을 알아봤어요.
근데 혹시나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돼서 헬스장에 전화를 했어요.
보통 헬스장에 등록할 때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잖아요.
가격은 얼마지? 아니면 나 이번 달에 몇 달 등록하지? 이런 것만 고민하니까
아무튼 제 증상을 설명드렸더니, 다니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컴플레인이 들어올 경우에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까 더 못 가겠더라고요.
일반 헬스장에 못 가니까 집 근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재활 스포츠센터에 찾아갔어요.
혹시나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어서요. 하지만 다른 장애인 분들이 놀랄 수 있어서 이용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저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저는 정말 화가 났어요.
담당자의 그 말에 화가 난 게 아니고, 담당자의 그 말에 충분히 이해가 갔기 때문에 화가 났어요.
비장애인도 운동하다가 사고가 날 수 있는데, 몸이 불편한 분들이 제 틱소리에 놀라면 진짜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잖아요. 이런 일들이 계속되니까 집 밖으로 더 못 나가겠더라고요.
저 어떻게 해야 하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면 저는 정말 하루하루 죽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쁜 마음을 갖고 옥상에 올라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슬퍼할 어머님 얼굴이 계속 눈앞에 아른거려 가지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어요.
그때마다 어쩌면 나와 같은 증상을 가지고 있는, 좀 더 많은 인생을 살지 않을까? 그런 어른이 있다면 저는 묻고 싶었어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해요? 저럴 때 어떻게 해야 해요?
그럼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노하우 정도는 알려주지 않을까 해서요.
하지만 제 곁에는 그런 어른은 물론 같은 증상을 가진 친구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어볼 사람도 없이 제가 직접 모든 걸 다 경험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방송에서 뚜렛 증후군을 가지고 살아가는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지금 뚜렛을 가지고 있는 어린 친구들에겐 제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그런 어른이 내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형은 버스 탈 때 이렇게 하네? 저 오빠는 대형 마트에 가면 이렇게 하네?
적어도 제가 이렇게 방향 하나를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저도 지금도 열심히 저를 보여주고 있어요.
저는 그 친구들이 최대한 제가 겪은 상처를 그대로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랍니다.
또 제가 틱돌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면서 많은 분들과 소통했잖아요. 그때 느꼈어요.
내가 뚜레뚜근을 갖고 있는 것처럼 다들 마음 한구석엔 아픔이 하나씩은 있구나.
과연 세상에 온전한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나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 이렇게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세상에 겉으로 보이는 신체장애가 없어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티는 안 나지만 결국 이 세상은 모두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고 아픈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로 이해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똘똘 뭉쳐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또 한 가지 제가 이렇게 남들과 만나는 걸 피해서 잘 몰랐는데요.
새롭게 알게 된 재능이 있어요. 유머나 연기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고요.
저 이건희는 뚜렛이라는 장애가 있지만, 여러분과 똑같은 감정을 가진 사람,
덩치는 커도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구나, 이런 걸 5천만 국민이 다 알게 된다면,
제가 도전하지 못할 곳이나, 가지 못할 곳 또는 만나지 못할 사람, 그리고 서지 못할 무대는 없을 거예요.
저 아니면 겪어보지 못했을, 정말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책이나 영화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그게 제 소소한 꿈이에요.
오늘 이 세바시 무대가 앞으로의 제 모든 도전의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매일매일은 정말 소중하잖아요.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깝고 소중한 인생이에요.
제가 뚜렛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숨지 않고 세상 밖으로 한 발 더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에 함께 울고 웃어준 여러분 감사합니다.
상처가 있거나, 장애가 있어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그런 세상
존재만으로 기쁨이 되는 그런 세상을 함께 꿈꿔봤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틱돌이 이건희였습니다.
아이고아이고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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