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스트링'이 만들어 낸 기적 | 선지원 러너 | @CompassionKR #동기부여 #도전 #러닝 | 세바시 1508회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달리냐고요?
시각장애인 러너 옆에는 같이 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가이드 러너입니다.
서로에게 유익이 되고 함께 꿈꾸는 일을 이루어 가는 것이죠.
어린이들의 후원자인 제 삶에도 성장이 있습니다.
너희들이 포기하지 않고 인생길을 달려오는 동안 나도 내게 몰려오는 크고 작은 고통들을 딛고 일어나서 멈추지 않고 성장해 왔다고,
네 함께 하게 돼서 반갑습니다. 시각장애인 러너 선지원입니다.
저에게는 어 악작같이 살아야만 잘 사는 거라고 굳게 믿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어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었을 때였는데요 당시에 최저 시급이 5,580원 정도였어요.
꼬박 한 달을 열심히 일해서 100만 원이 훨씬 안 되는 인턴 월급을 받아 홀로 서기 하는 게 사실 너무 쉽지가 않은 거예요.
어 월세와 공과금도 내야 되고, 학자금 대출도 갚고, 고정 지출되는 비용들 개선하고 나면 무엇이든지 아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 세끼를 라면만 먹고 지냈어요.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갑자기 폐 결핵에 걸리게 됩니다. 체중이 8kg나 줄었고요.
해오던 일도 중단이 되었습니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정말로 잘 사는 게 무엇일까? 다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무렵 한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만약 천국에 가서 무엇이든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는 거예요.
고민하느라 잠시 인터뷰 현장에 정적이 흘렀고 이렇게 저는 대답했습니다.
"바람을 가르면서 자유롭게 한번 뛰어보고 싶어요."
태어날 때부터 쭉 시각 장애인으로 살아온 저한테 달리기라니요?
상상해 본 적도 없고요. 달리는 사람을 눈으로 본 적도 없습니다.
꿈으로조차 꿔보지 않았던 그것을 갑자기 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타이밍이라는 게 참 신기하죠?
인터뷰 직후에 한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마라톤을 소개받았습니다.
내가 진짜로 달릴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제는 좀 건강하게 지내고 싶어 졌습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달리냐고요?
아주 잘 달릴 수 있습니다.
한 사람 그리고 이 끈이 있다면요.
시각장애인 러너 옆에는 항상 같이 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가이드 러너입니다.
가이드 러너는 시각장애인인 제 반보 뒤에서 방향을 지시해 주거나 지면의 변화,
그리고 앞에서 차나 자전거 사람이 오는지 말로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요.
이 끈에 흔들림이나 아니면 서로의 팔이 부딪치는 것을 통해서 제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저와 가이드 러너를 이어주는 이 끈을 트러스트 스트링이라고 하는데요.
이 끈의 한쪽 끝을 제 손가락에 이렇게 걸고 다른 쪽 끝을 가이드러너의 손에 걸고 우리는 신뢰하면서 하나가 되어서 달립니다.
처음으로 같이 달렸던 순간을 잊지 못해요.
이 두 팔과 다리로 바람을 가르고 있더라고요.
가이드 러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끈 하나에 의지해서 앞으로 질주를 해 보았어요.
여러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그 사람이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게 상상이 되시나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날 햇살도 엄청 좋았어요.
많은 사람들과 섞여서 기분 좋게 달리는데 도파민이 분비되는 게 느껴지는 것 같은 그 상쾌함
'아...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제가 초보 러너이다 보니까 거의 꼴찌로 피니시 라인을 밟았는데요.
함께 달렸던 일행들이 제가 하도 안 오니까 집에 간 줄 알았대요.
저는 천국에 다녀온 것 같은데요.
우리는 5년 동안 서울 곳곳을 함께 달리면서 자칫 한 사람이 넘어지면 다른 사람이 일으켜서 먼지를 털어주기도 하고요.
체력이 바닥나면 함께 격려하면서요.
그리고 우리가 80대 할머니가 되어서도 지팡이를 집고 함께 이 트러스트 스트링을 쥐고 달리기로 약속을 했어요.
아마 한 50년 정도 지나면 한강에서 이런 진풍경을 보실지도 몰라요.
생각해 보니까요
러닝 할 때만이 아니라 제 삶의 모든 순간에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길을 함께 걸어준 가이드 러너들이 있었습니다.
그 라면만 먹고 지내던 시절에요. 음 가장 큰 즐거움이 유학 중이던 친구와 미리 시간을 정해두고 통화하면서 수다를 떠는 것이었어요.
하루는 제 친구가 저에게 특별한 후원자를 소개해 주었는데요. 본인의 남자친구의 어머니였습니다.
교직 생활을 은퇴하시면서 더 이상 염색을 안 해도 된다면서, 염색 비용인 3만 원을 저에게 매달 후원해 주신 거예요.
그분의 그 손길 때문에 제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꼭 이야기해 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친구가 그 남자친구와 결혼을 해야 할 텐데요.
네 2년 전에 다행히도 네 친구는 제 후원자님의 며느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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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을 뵈었을 때 저는 알게 되었어요.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에도, 또 혼자라고 느낄 때에도 내 옆에 함께해 주는 누군가가 있었구나 하는 것을요.
이뿐만 아닙니다.
제가 공부하고 업무를 해내려면 이런 시각장애인용 기기가 필요한데요.
이 고가의 기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모금을 해 주었던 친구도 있었고요.
사진이나 이미지 자료를 일일이 말로 설명해 주시고, 또 종이로 된 문서를 타이핑해 주시는 회사 상사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지금은 이렇게 태평하게 자고 있지만,
제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24시간 동행하는 안내견도 있고요.
길을 잃어버렸을 때 망설임 없이 다가와서 제게 손을 내밀어 주시는 시민분들까지
제 삶에 함께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다 가이드 러너들입니다.
제가 어떤 환경에 처하든 꿈을 꾸고 성장하고 또 행복하게 인생길을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여러 가이드 러너들
그들의 사랑이 제 삶에 끼친 영향이 너무너무 컸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저도 누군가의 가이드 러너이더라고요.
우연히 힐링 캠프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컴패션이라는 단체와 어린이 결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들은 멕시코에 살고 있는 제가 후원하고 있는 시각장애 아이들입니다.
너무 사랑스럽죠?
여자 어린이의 이름은 알론드라고요.
남자 어린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된 호세입니다.
3년 전 겨울 저는 참 감사한 기회로 멕시코에 날아가서 두 어린이들을 만났고 3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은 음 저는 이 친구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 못해요.
그런데 어 어린이들을 꼭 끌어안고 인사를 나눴었을 때 저는 확신했습니다.
제가 기다려 왔고, 그리워했고, 궁금해했던 나의 아이가 맞다는 것을요.
그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저와는 달리 이 어린이들은 사물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의 시력이 있었어요.
네 그래서 식사를 할 때도 제 손에 포크를 쥐어주면서 음식의 위치를 알려주기도 하고요.
얼마나 안내를 잘하는지, 멕시코의 많은 곳들을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알론드라는 생일이 9월인데 제가 왔을 때 미리 선물을 주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요.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저 갖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아요.
그런데 후원자님과 함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갖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 그러고 보니 이 친구들이 보내왔던 편지에는 후원자인 저를 꼭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많이 있었습니다.
컴패션 어린이들에게 후원자님을 만나는 것은 아주 큰 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기분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한 어린이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일조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 어린이들의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함께 달리는 가이드러너이구나.
마치 제 인생길을 같이 달리고 있는 수많은 가이드 러너들처럼요.
어느 날 문득 제게 이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가이드 러너에게 저와 함께 하는 시간 저와의 달리기는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물어봤죠.
"가이드 러너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너와 함께 달리면서 내 사고가 확장되는 걸 경험해.
그냥 오늘 함께 달리려고 왔을 뿐인데,
너와 같이 뛰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내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어떤 문제를 조금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만약에 내가 혼자 달리기를 했다면 절대로 알지 못했을 거야."
저와 달리면서 했던 경험들이 자신의 인격적인 성장뿐 아니라
사회에서 맺는 관계와 커리어의 유익으로도 이어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가이드 러너를 도우미라고 번역하지 않고 동반 주자라고 부릅니다.
어느 한 사람을 위한 치우친 희생이 아니라, 서로에게 유익이 되고 함께 꿈꾸는 일을 이루어 가는 것이죠.
어린이들의 후원자인 제 삶에도 성장이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욱더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게 되고요. 느슨해지려다가도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두 어린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가이드러너가 되기 위해서요.
이런 꿈도 꿔봅니다.
먼 훗날 이 친구들의 졸업식에 다시 찾아가는 거예요.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잘 자라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너희들이 포기하지 않고 인생길을 달려오는 동안
나도 내게 몰려오는 크고 작은 고통들을 딛고 일어나서 멈추지 않고 성장해 왔다고.
저와 가이드 러너는 이 트러스트 스트링을 꼭 지고 달리는데요.
이 조그마한 하나의 끈을 통해서 저는 더 안전하게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인생은 다 소중하잖아요?
그런 우리가 누군가와 트러스트 스트링을 꼭 쥐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든든하고 또 얼마나 행복할까요?
마음의 끈으로 서로를 한번 연결해 보세요.
늘 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하고, 그 사람을 위해서 용기를 내고,
나의 온 힘을 다해서 어 삶이라는 마라톤을 함께 달려간다면,
마침내 결승점을 통과하고 만주 메달을 받을 때 여러분 정말 기쁠 거예요.
여러분의 그 행복한 여정을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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